[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지난 8일(현지시간), 비교적 큰 규모의 소행성 두 개가 동시에 지구 인근을 통과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관측됐다. 미 항공우주국 NASA는 해당 천체들이 모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번 접근이 갖는 의미와 관측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NASA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지구 근접 궤도를 통과한 두 소행성 가운데 하나는 지름 약 300피트(약 90m)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소행성 기준으로 ‘중형급’에 해당하는 크기로 만약 지표면에 충돌할 경우 지역 단위 피해를 넘어서는 상당한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규모다.
다른 한 개 역시 수십 미터급으로 확인됐으며, 두 천체 모두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수 배 이내를 지나가는 ‘근접 비행(near-Earth flyby)’ 범주에 포함된다.
◆ “충돌은 없다”지만…왜 주목하나
이번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교적 큰 소행성 두 개가 같은 날 지구 인근을 통과하는 경우 자체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으로는 매년 수천 개의 소행성이 지구 궤도 근처를 지나지만, 대부분은 크기가 작거나 관측이 어려운 수준이다. 반면 이번처럼 관측 가능한 크기의 천체가 동시에 근접하는 경우는 연구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NASA는 “현재까지 분석 결과 두 소행성 모두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구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이러한 접근 사례는 향후 잠재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데이터 축적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반 대중에게 “근접”이라는 표현은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이번 소행성들은 수십만 k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며 통과했지만, 천문학에서는 이를 여전히 ‘가까운 거리’로 분류한다.
기준은 상대적이다. 지구와 달 사이 평균 거리가 약 38만 km인 점을 고려하면, 그 몇 배 이내로 접근하는 천체는 모두 관측·추적 대상이 된다.
특히 궤도 변화 가능성이 있는 경우, 미세한 중력 상호작용이나 태양 복사압 등 다양한 요인이 장기적으로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속적인 관찰이 요구된다.
◆ 실제 충돌 시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지름 약 100m 내외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경우, 그 파괴력은 단순한 운석 낙하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과학계에서는 이 정도 크기의 천체가 대기권을 통과해 지표면에 도달할 경우, 수 km 반경에 걸친 충격파와 열 방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도심에 낙하할 경우 도시 단위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1908년 발생한 퉁구스카 사건은 약 50~60m 규모 천체가 공중 폭발하면서 광범위한 산림이 파괴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사건은 직접적인 충돌이 아닌 ‘공중 폭발’만으로도 상당한 피해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같은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NASA는 ‘행성 방어(Planetary Defense)’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핵심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천체를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 시 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수행된 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이다. NASA는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켜 실제로 공전 궤도를 바꾸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인류가 이론을 넘어 실제 대응 능력을 검증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후 NASA와 국제 천문학계는 감시망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지상 망원경뿐 아니라 우주 기반 관측 장비를 통해 더 작은 천체까지 조기에 포착하는 것이 목표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 대형 소행성 충돌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면서도, **‘확률이 낮다고 대비를 하지 않는 것은 더 큰 위험’이라고 강조한다. 한 천문학자는 “지구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천체 충돌을 겪어왔다”며 “현대 인류는 처음으로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처럼 안전하게 지나가는 사례도 결국은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가 미래의 대응 능력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소행성 근접 비행 소식이 잦아진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실제 위험 증가라기보다 관측 기술의 발전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소형 천체까지 포착되면서, 지구 주변을 스쳐 지나가는 소행성의 ‘실제 규모’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위험이 커졌다기보다는 “우리가 더 많이 알게 된 것”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