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인도, 나프타에 최적화된 러 원유 수입 급증…한국에 나프타 수출 늘리나?

중동산보다 러시아산 원유가 나프타 수율 훨씬 높아
주한인도대사 “한국에 나프타 장기안정적 공급할 것”



[엔트로피타임즈 이상현 편집위원] 한국이 그동안 5번째로 나프타(naphtha)를 많이 수입해 온 인도가 향후 몇년 안에 한국에 나프타를 안정적으로 더 많이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 지역 원유 수입이 어렵게 되자 종전보다 러시아산 원유를 2배 이상 더 수입했는데, 러시아 원유로 만든 나프타를 한국에 더 많이 수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인도대사 “한국에 나프타 안정적 공급할 터”

 

고랑랄 다스 주한 인도대사는 7일(서울 시간) ‘인도가 수입한 러시아 원유를 한국에 되팔 수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인도 기업들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우리는 어느 나라가 원료를 공급하고 그 원료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보다 일관성 있고 안정적인 구조를 원한다”고 밝혔다.

 

기자는 이날 서울 용산구 소재 인도 대사 관저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만난 다스 대사에게 “인도는 러시아 에너지의 큰 고객이며, 한국은 인도 나프타의 큰 고객이다. 호르무즈 사태로 한국은 나프타와 더불어 원유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인데, 인도 에너지기업이 러시아 원유를 사서 한국에 되팔 수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다스 대사는 기자의 질문에 직답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재 5위 나프타 수출 대상국인 한국에 안정적으로 나프타를 공급하겠다는 대답은 간접적이되 분명한 ‘긍정의 메시지’로 읽혔다. 

 

 

러 경질유가 중동산 중질유보다 나프타 수율 높아

 

비교적 값이 싼 러시아산 고품질 경질유가 서아시아(중동)산 원유보다 나프타 생산효율이 높은 게 핵심이다. 당연히 러시아 원유가 중동 원유보다 나프타 원료로 경제성이 크다. 

 

고품질의 러시아산 원유는 서아시아산 원유에 견줘 상대적으로 가볍고(경질) 불순물이 적다. 높은 압력으로 증류하면 나프타 유분(끓는점 35~220℃)이 더 많이 나온다. 특히 러시아산 콘덴세이트나 나프타는 직접적인 석유화학제품 원료로 활용하기 좋아 생산 효율이 높다는 게 정유업계의 정설이다.

 

반면 저품질 중질유인 중동산 원유는 황 함량이 높고 불순물이 많아 상대적으로 나프타 수율이 러시아산에 견줘 낮다. 물론 석화업체에서는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중질유에 더 높은 사업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장기계약 기반 나프타 제조능력 확대

 

<인디아워치>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인도의 연간 나프타 생산량은 1300만톤에 이른다. 한국은 지난 2025년 인도에서 221만4000톤을 수입했다. 

 

인도는 나프타를 수출도 하지만 자체 소비가 대부분이다. 러시아로부터는 원유는 물론 나프타도 수입한다. 2025 회계연도에는 나프타 필요량의 50% 이상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다. 

 

인도에서 나프타는 석유화학 부문에서 분해 공정에 사용하며, 비료 및 특수 용제 생산에 필수적이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2026년 초 현재 인도는 원유 정제능력을 보강하고 석유화학 원료 조달을 확대하고 있다. 할디아 석유화학 프로젝트와 같은 주요 장기계약 프로젝트들을 체결하고 있다. 내수든, 수출이든 장기계약 물량이 확보돼야 나프타 정제시설 확대를 위한 최종투자결정(FID)이 가능하다.

 

인도,  러시아 고급 경질유 수입 크게 늘려

 

인도는 지구촌 인구 최다 국가로 성장잠재력이 가장 높다. 다만 많은 에너지를 수입하는 처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서아시아산 원유에 최적화 된 정유설비를 유지해왔다.

 

4년을 훌쩍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과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호르무즈 해협 위기로 서아시아산 원유 도입이 어려워지면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2배로 늘렸다. 이에 따라 나프타 생산량이 크게 늘었고, 이것이 나프타 확보에 비상이 걸린 한국이 인도에 눈길을 모으고 있는 이유다.  

 

주한 인도대사는 최근 서아시아 분쟁 전후 극심한 석유 수급 차질과 혼선을 빚은 점을 강조했다. 다스 대사는 “현재의 에너지 부족 사태는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서아시아 국가들의 탄화수소에 크게 의존하는 인도와 한국 같은 나라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동병상련의 처지를 지적했다.

 

인도 “장기계약으로 에너지 예측가능성 높일 터”

 

다스 대사는 “우리는 각국이 장기적인 관점으로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상황이 개선되면 이런 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더욱 다양한 에너지 옵션을 확보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가 향후 몇 년 안에 한국에 나프타를 더욱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비전도 이 대목에서 나온 얘기다.

 

다스 대사는 “물론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에너지를 공급해 왔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이 분산되거나 수요가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현재 부족한 장기계약을 맺어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게 ‘나프타 최고 수율을 보장하는 러시아 원유로 나프타를 만들어 줄테니, 우리와 장기계약을 맺자’는 간접적인 제안으로 읽힌다.  

 

한국 정부도 인도를 안정적 나프타 공급국으로 평가

 

다스 대사는 인도의 에너지 수급 정책이 보다 일관성 있고 안정적인 구조를 원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가 아닌 기업들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도에서는 무역과 통상 문제가 생기면 우선적으로 기업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앞서 인도가 러시아 원유를 구입하고 아랍에미리트(UAE) 법정통화인 디르함으로 결제하자,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직접 인도를 방문해 항의한 적이 있다. 이 때도 인도측 파트너는 미국 상무부 장관에게 “왜 기업들이 한 일을 우리(정부)에게 얘기하느냐”고 반박한 뒤 돌려보낸 일화는 외교가에서 유명하다.

 

지난 4월20일 인도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으로 하여금 인도와 ‘한·인도 에너지 자원 안보 협력 공동성명’ 부속서를 채택토록 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석유제품을 비롯한 에너지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에서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상현  <엔트로피타임즈> 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