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엔트로피 網] 유럽 3대 에너지기업들의 전쟁 특수 유감

쉘・BP, 토탈에너지, 1분기 47.5억 불 추가수익
재생에너지에 밀린 수익성, 중동분쟁으로 벌충

 

 

쉘(Shell)과 BP(영국), 토탈에너지 등 유럽 3대 에너지 기업의 ‘트레이딩(Trding)’ 부문이 서아시아(중동) 전쟁에 따른 높은 에너지 가격 덕분에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인민의 피를 먹고 기사회생한 화석연료

 

‘에너지 트레이딩’은 전 세계의 다양한 금융 시장에서 원유와 같은 에너지 상품의 가격 변화에 따라 해당 상품을 사고 파는 것을 가리키며, 상품은 수급요인과 날씨, 지정학적 사건, 경제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에너지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의 수익성은 이미 화석연료의 그것을 앞질렀다. 전쟁이 없었으면, 화석연료는 역사의 뒤안길로 차츰 사라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그런데 전쟁으로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촌 모든 에너지 기업들이 전쟁 특수를 누리는 것도 아니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선진국에 이르면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을 제공한 미국과 유럽 기업들만이 그 ‘피묻은 돈’의 수혜자들이다.

 

이들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과 각종 지속가능성 지표(ESG)를 만들어 기후변화 대응비용을 개발도상국과 후발국가들에게 전가하려고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시대에서도 이익을 독차지하려는 꼼수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무비판적 서구추종 지식인들을 통해 힘을 얻어 왔다.

 

‘승자독식(The winner takes it all)’의 지구촌 질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BP, 이란전쟁으로 전분기 대비 무려 5.6배 순이익 증가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즈(FT)>는 11일(런던 현지시간) “유럽 3대 석유 회사는 이란 전쟁에 따른 세계 에너지 시장의 혼란 속에서 최대 47억5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FT>는 “전쟁으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이들 회사의 거래 부문에 막대한 기회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에너지시장 분석가들 대부분은 2025년 마지막 분기와 올 1분기 수익을 비교했을 때, BP의 트레이딩 부문이 17억 5000만 달러로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쉘이 16억 달러, 토탈에너지는 약 8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각각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업의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BP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배 증가한 38억 달러를 기록했다. 쉘의 순이익은 19% 증가한 57억 달러, 토탈에너지의 순이익은 2026년 1월부터 3월까지 50% 증가한 58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쟁의 전리품, 피묻은 돈이 자랑스러운가?”

 

국제 에너지·자원 감시단체인 글로벌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유럽 6대 석유기업의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으며, 이는 명백히 전쟁의 전리품(spoils of war)”이라고 논평했다. 이 단체는 이에 따라 정유사들에게 초과이윤세(windfall tax)를 부과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에너지정책을 촉구했다.

 

글로벌위트니스 조사책임자 패트릭 갤리(Patrick Galey)는 유럽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1분기 이익 증가를 ‘전쟁 특수’라고 직격했다. 갤리는 “사람들의 삶이 전쟁으로 파괴되고 에너지 요금 상승을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쉘 같은 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긁어모으는 것은 역겹다(galling)”고 논평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Friends of the Earth)’과 ‘350.org' 등이 쉘의 흑자에 대해 “전쟁과 환경파괴 위에서 벌어들인 피 묻은 돈(blood money)”이라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특히 “쉘·BP·토탈에너지 등이 전쟁 리스크로 유가가 급등하는 와중에도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늘린 것은 가계 에너지 비용 폭등 속에서 기업만 이익을 독점한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쟁 없으면 재생에너지 수익률이 더 높아

 

로빈 피셔 박사와 안톤 피흘러 박사는 2026년 1월에 코넬대학교에 제출한 <유럽의 재생에너지 기업과  화석 연료 발전 기업 간 수익성 격차 확대(The Widening Profitability Gap between Renewable and Fossil Power Firms in Europe)>이라는 제하의 논문에서 ‘초국적 에너지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연료 위기가 더 돈이 된다’는 취지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최근의 화석연료 기업 초과이윤은 구조적 경쟁력이라기보다 ‘전쟁·위기 기반의 일시적 특수’라는 게 논문의 뼈대다.

 

논문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필수적인 민간자본 동원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은 지구촌 분쟁을 통해 거둔 막대한 이익을 기존 화석연료 시설에 재투자 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2001~2023년 유럽의 발전회사 900곳의 패널 데이터를 분석, 풍력과 태양광 발전사들의 수익성이 화석 연료 부문보다 높다는 점을 발견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유럽 발전회사들이 화석연료 비중이 높은 기업들보다 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익성을 보였음을 입증한 것이다. 최근 화석연료 기업들의 기록적인 수익은 예외적인 현상으로, 전쟁 같은 지정학적 요인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반증을 제시한 것이다.

 

이상현  <엔트로피타임즈> 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