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안보

[인지전쟁] 가짜 영상이 더 오래 기억된다…시각 신뢰 심리의 덫

지구촌은 이미 ‘그럴듯한 가짜 만들어내는 인지전쟁 중’ 
인류는 시각정보 맹신토록 진화…가짜정보=무기 ‘악용’ 
영상 등 시각화정보 곁들인 주장이 훨씬 더 신뢰성 높아
극단적 정치편향 드러낸 유럽 레거시 미디어 피소 당해 

 

[엔트로피타임즈 이상현 편집위원] 

 

전문가들은 가짜뉴스, 특히 시각화 된 가짜 이미지나 가짜 영상은 단순히 ‘쉽게 믿는 개인적 특성’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생존을 위해 진화한 결과’로 여긴다. 시각적 콘텐츠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을 약화시켜 정보에 대한 특정한 태도를 형성하게 한다는 것이다.

 

엄청난 기술 발전의 결과, 가짜 동영상을 빠르고 손쉽게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인간의 인지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훨씬 가짜 영상의 위험에 빠지지 않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러시아에 흠집을 줄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뉴스로 만들어 소개해온 영국이나 미국, 유럽연합(EU)의 소위 ‘유력한 전통(legacy)’ 미디어들은 앞으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또 이런 서방 레거시 미디어들의 러시아 관련 악성 보도라면 ‘가짜 뉴스’ 여부를 가리지 않고 덥썩 물어 아무런 확인 취재 없이 단순 번역해 보도해온 한국 등 친서방 국가 언론매체들도 같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러시아 언론인 등장 가짜영상을 그대로 보도한 유럽 언론

 

마르가리타 시모니얀 <RT> 편집장은 지난 14일(모스크바 시간) 자신이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아르메니야 방문을 비난하며 크렘린이 군사적 수단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짜 영상을 폭로했다. 아르메니아를 향한 악담을 다룬 내용이다.

 

 

시모니얀은 가짜 영상에서 “우리가 수없이 구해준 나라 아르메니아가 보여준 배은망덕한 행동에 할 말을 잊었다”고 말했다. 이 가짜 영상을 인용한 <유로뉴스(Euronews)>는 “크렘린의 공식 입장을 주로 대변해온 시모니얀은 ‘모스크바가 군사 개입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뉴스위크(Newsweek)>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시모니얀은 “영상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제작됐음에도 <유로뉴스>와 <뉴스위크>가 사용해, 두 언론사 모두에게 ‘그것이 가짜’라고 분명히 설명했다”고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설명했지만 그들은 그 영상을 너무 좋아했고, <뉴스위크>는 <RT>가 그 영상이 가짜라고 주장했다는 주석을 추가했지만 <유로뉴스>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모니얀은 시청자들과 뉴스 제작자들에게 “만약 여러분이 누군가 터무니없는 하지만 매력적인 것을 말하는 영상을 보게 되면, 출처를 5번, 10번 확인하라”면서 “그렇게 큰 언론사들도 가짜 영상에 속았는데, 일반 사람들은 어떻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시모니얀은 아울러 “<유로뉴스>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모니얀은 이번 말고도 자신이 등장하는 가짜 동영상이 수십차례 유포됐다고 주장해왔다. 

 

 

 

레거시 미디어는 기득권층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레거시 미디어의 보도에 대해 무조건 믿는 경향이 있다. 여러 차례 말도 안되는 보도로 판명이 된 사실이 있더라도 이런 경향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유명한 미디어 학자는 ‘누가 말하는가’와 ‘무슨 말인가’를 분리해서 사고하라고 권고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고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교수는 자신의 저서와 강의에서 자주 “전달자의 지위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기보다는 메시지의 본질에 집중하도록 노력하라”고 권고했다. 그의 ‘권위 편향’에 관한 선구적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권위자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을 때 권위자에게 도전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밀그램 교수는 따라서 “권위자의 권위가 정당하지 않다고 스스로를 설득하여 정신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 또한 이런 편향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잠재의식 속에서 자본과 권력의 이해관계 속에 깊숙이 편입된 레거시 미디어들의 권위가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인지한다. 하지만 뉴스를 접할 때면 습관적으로 그런 인지를 외면하고 받아들인다는 지적이다.

 

세계 180여 언론인과 단체들이 참여하는 글로벌팩트체크네트워크(GFCN)도 교육자료에서 “노벨상 수상자조차도, 특히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분야에서는 실수를 할 수 있다”면서 “가짜로 의심이 들거나 지나치다 싶을 뉴스를 접하면, 화자(speaker)에 주목하지 말고 그 내용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사람의 뇌는 ‘보는 것’을 더 믿게끔 진화해 왔다

 

GFCN은 “인류가 시각정보를 그대로 믿는 것은 단순히 순진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진화, 신경학, 그리고 인지 편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결과”라며 “시각 정보 처리는 인간의 지각 능력 중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각을 담당하는 뉴런은 대뇌 피질 전체 면적의 약 30~40%를 차지하며 이는 약 8%에 불과한 청각 피질에 견줘 훨씬 큰 비중”이라고 강조했다. 라디오 정보보다 동영상 정보가 훨씬 소구력(appealing power)이 크다는 지적이다. 많은 척추동물과 포유류에게 시각은 환경 및 다른 생물과 상호작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효과적인 항해와 번식, 먹이찾기, 사냥, 포식자 회피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능력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시각 정보는 언어 정보보다 더 효과적으로 기억된다. 이는 단어와 달리 시각 정보는 그림과 언어라는 두 가지 형식으로 기억에 저장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더 깊은 부호화(뇌에 저장하는 형식으로 바꾸는 개념, imagination)가 가능해진다.

 

뇌의 특성 때문에, 특정 ‘주장과 함께 이미지나 영상이 있으면 그 이미지가 증거로서 가치가 없더라도 주장의 진실성에 대한 믿음이 높아진다는 심리학 연구결과도 있다. 이는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즉 새로운 정보를 기존 지식과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명된다.

 

GFCN은 “시각적 콘텐츠는 풍부한 감각적 맥락(색상, 질감, 빛)을 제공, 연상 작용을 위한 다양한 ‘고리’ 역할을 하므로, 텍스트와 달리 뇌가 이를 거짓이거나 추상적인 것으로 치부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정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더 설득력을 갖게 되는 ‘인지적 단순성에 대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GFCN은 “복잡한 데이터를 명확한 인포그래픽으로 제시하면 더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사람들이 근본적인 데이터를 분석하지 않고 시각적 형태를 신뢰하게 만들어 피상적인 판단과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군국주의 부활에 적합한 기후…가짜뉴스의 주식(主食)은 인종주의 

 

인지 및 심상화(imagination) 메커니즘 덕분에 가짜 영상이나 사진은 실제 기억을 대체하여, 존재하지 않는 사건을 '봤다'고 믿게 만들 수 있다. GFCN은 “이런 정보는 사실관계가 밝혀진 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되는 감각적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텍스트 정보보다 반박하기가 훨씬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간 진화가 아직 우리에게 진짜 영상과 딥페이크를 구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시각적 신뢰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은 내면의 필터를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뉴스를 주로 유튜브로 접하는 한국인들도 가짜 뉴스에 취약하다. 모든 매체의 송출방식을 막론하고, 특히 뉴스 분야는 책임성이 담보되는 만큼, ‘과도한 틀짜기’나 ‘출처 안밝히기’ 등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 

 

가짜뉴스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과 친화력이 매우 높다. 확증편향의 정점인 ‘객관적 관념론’에 빠진 사람들이 먹잇감이다. 따라서 종교 기반의 미디어들은 특별히 인종주의(racism, 우월한 그룹이 열등한 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 위험이 높은 만큼, 전문적인 자체 검열(monitoring)을 갖춰 고유의 맥락이 외부인들에게 줄 오해의 소지를 줄일 필요가 크다는 지적이다.

 

네덜라드 흐로닝언대학교 종교갈등연구센터의 폴 캄포스 마르티네스(Pol Campos Martínez) 박사는 “소셜미디어에서 크리스천 내셔널리즘 담론은 이슬람혐오·인종주의·반이민 수사를 하나로 결합한 지적 프레임워크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 담론은 극우에 국한되지 않고 날마다 사회적 수용성을 넓혀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르티네스 박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아랍계 폭행 영상이 사회관계망(SNS)에 퍼지자 극우 단체들이 온라인에서 뭉쳐 이주민 사냥을 선동, 14세 모로코계 소년이 ‘아랍인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폭행당한 ‘스페인 토레파체코 사건(2025년 7월)’을 소개했다.

 

이상현  <엔트로피타임즈> 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