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여름 앞두고 다시 꿈틀대는 LNG…전기료 변수 커진다

중동 리스크에 발전용 LNG 가격 상승에 서민 부담 확대
냉방 수요 몰리는 7~8월, ‘전기료 동결’ 정책 시험대 오르나

 

[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중동발(發)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국내 전기요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름철 냉방 수요 증가까지 겹치면서 전력 생산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과 전기요금 현실화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진단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 1월보다 10% 오른 LNG, 전력 원가 압박 현실화
국내 전력시장에서 LNG는 탈탄소 기조가 확대되는 지금도 여전히 핵심 전원 중 하나로 꼽힌다. 원자력과 석탄발전이 기저 전원 역할을 하는 가운데 전력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이른바 조정 전원 역할을 LNG 발전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냉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계절에는 LNG 발전 비중이 확대되는 구조여서 국제 LNG 가격 움직임은 곧 국내 전력 원가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최근 LNG 가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이로 인해 서민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 배경으로 꼽히는 것이 최근 LNG 가격의 상승 흐름이다. 업계와 한국가스공사 자료에 따르면 발전용 LNG 도매가격은 올해 1월 GJ(기가줄)당 1만6323원 수준에서 5월 약 1만7961원까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넉 달 사이 10%가량 상승한 셈이다. 국제 현물시장에서의 가격 변동성과 운송비 상승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하반기 추가 변동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배경에 중동 지역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는 중동 지역 긴장이 확대될 경우 LNG 공급망 차질 가능성이 재부각되고 있다. 특히 세계 주요 원유·가스 수송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주변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경우 운송비와 보험료 상승을 통해 LNG 가격이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국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LNG 상당량은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가격 역시 국제 시장 흐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공급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더라도 가격 상승만으로도 전력 생산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는 구조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LNG 장기계약 비중이 높아 단기 가격 급등 충격은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지만, 국제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결국 비용 부담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여름철 전력 피크 시기에는 LNG 발전 활용도가 높아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냉방 수요 겹치는 7~8월 전기료 정책 두고 곤혹
LNG 가격 상승은 결국 전력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SMP는 발전원 가운데 가장 비싼 발전기의 생산 단가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구조인데, LNG 발전이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LNG 가격이 오르면 발전사 전력 판매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고, 이는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당장 전기요금 인상론으로 직결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한국전력은 전기요금 조정 효과와 국제 연료비 안정 흐름에 힘입어 수익성이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누적 적자 부담은 여전히 크지만, 전기요금 체계 조정 이후 실적이 다소 안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다가 한국은 LNG 조달 과정에서 장기계약 비중이 높아 현물가격 급등 영향을 일정 부분 완충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 비중 확대 역시 비용 부담을 일부 상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과거와 같은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단정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국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부담 확대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고 진단한다.

 

문제는 본격적인 여름철이다. 통상 7~8월은 냉방 사용량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시기다. 폭염이 심화할 경우 전력 수요는 예상치를 웃돌 수 있으며, 이를 충당하기 위한 LNG 발전량 증가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로 전력당국은 매년 여름철을 앞두고 공급 예비율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이뤄지고 있지만 태양광·풍력 등은 기상 여건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전력 수요 급증 시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LNG 발전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올여름이 전기료 동결 정책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공공요금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전기요금 인상은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치·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비용 상승을 장기간 흡수할 경우 한국전력 재무 부담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한전은 이미 과거 국제 연료비 급등기 동안 원가 상승분을 충분히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전기요금을 묶을 경우 단기적으로는 물가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기업 부채 확대와 재무 건전성 악화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외 주요국들도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일부 국가는 보조금을 통해 가계 부담을 낮추는 한편, 일부는 단계적 요금 현실화를 통해 비용 부담을 분산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결국 국제 에너지 가격 불안이 길어질수록 정부 재정과 소비자 부담 사이에서 정책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전기료 인상 확정’보다는 ‘비용 압박 확대 가능성’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동 변수와 국제 LNG 가격 흐름, 여름철 전력 수요, 정부 물가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는 만큼 성급한 전망보다 시장 변화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전기요금 인상을 논하기보다는 올여름 LNG 가격과 전력 수급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가 핵심 변수”라며 “국제 에너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하반기 전기요금 논쟁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