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채 6월도 안 된 시점에서 벌써 한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돌파하면서 올 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위도 더위지만 이로 인한 전력 대란이 점쳐지는 이유다.
이처럼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력 수급 안정성에 대한 긴장감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 냉방 수요 급증으로 전력 사용량이 연중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전력당국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요관리(DR·Demand Response) 등 비상 대응 수단 점검에 나서는 모습이다.
과거와 같은 대규모 정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과 전력 생산 비용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올여름이 전력 수급 정책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폭염 강도가 예상치를 웃돌 경우 예비전력 확보와 전력망 안정성 문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당국은 최근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 마련 작업에 착수하고 예비전력 관리 방안 점검에 들어갔다. 통상 6~9월은 냉방 사용량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시기다. 지난해 여름 최대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역시 폭염 장기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기상업계에서는 올해 여름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열대야 일수 증가와 냉방 사용 확대가 겹칠 경우 최대전력 수요가 다시 한번 역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전기 아끼면 보상”…DR시장 다시 주목
전력당국이 가장 주목하는 카드 중 하나는 수요반응(DR) 제도다. DR은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간대에 기업이나 기관, 일부 가정이 전기 사용을 줄이면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로 일종의 ‘전기 절약 인센티브 시장’으로 불린다.
전력 피크 시기 공급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수요 자체를 분산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비용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정부는 매년 여름철을 앞두고 DR 참여 기업 확보와 운영 계획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 대규모 전력 소비시설 증가로 수요 관리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단순 발전설비 확대만으로는 피크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발전소를 더 짓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전기를 덜 쓰도록 유도하는 수요관리 중요성이 훨씬 커졌다”며 “전력 피크 시기 DR 시장 역할은 갈수록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재생에너지 늘어도 결국 ‘백업 전원’ 필요
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전력 수급 구조 변화를 이끄는 변수다. 다만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별도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ESS 역할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ESS는 전력이 남을 때 저장했다가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설비 중 하나다. 특히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 저장한 전력을 저녁 피크 시간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최근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ESS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화재 사고 이후 위축됐던 시장도 안전 기준 강화와 기술 개선에 따라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ESS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저장 용량 한계와 높은 구축 비용 등을 고려할 때 결국 LNG 발전이나 원전 같은 안정적 전원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이뤄져도 전력 수급 안정성을 위해서는 결국 조정 가능한 전원이 필요하다”며 “폭염 시기에는 LNG 발전 활용도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블랙아웃’보다 무서운 건 전기 비용 부담
시장에서는 과거와 같은 대규모 정전 가능성보다는 전력 공급 비용 증가를 더 큰 변수로 보는 분위기다. 냉방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LNG 발전 활용도가 높아질 경우 전력 생산 원가 부담 역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 LNG 가격 변동성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는 올여름 전력시장 주요 변수로 꼽힌다. LNG 발전은 전력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연료비 부담이 크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올여름이 정부의 전기요금 동결 정책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공공요금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력 원가 부담이 누적될 경우 한국전력 재무 건전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전력대란 우려’보다는 ‘비용과 수급 관리의 균형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력 공급 자체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요를 관리하고 비용 부담을 통제하느냐가 핵심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블랙아웃 공포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폭염 강도가 예상보다 커질 경우 전력 수급 부담은 분명 확대될 수 있다”며 “올여름은 DR과 ESS 같은 수요관리 수단의 실효성이 본격적으로 시험받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