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황의 e법칙] 국가 재생에너지 기본계획과 에너지 민주주의

‘신재생에너지’ 관점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분기점
생태형ESS-그린수소-그린메탄올로 연결…신에너지 문명
국민이 주인되는 에너지 민주주의로 가는 길

 

2026년 5월 19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은 단순한 전력 공급 계획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산업 구조와 지역경제, 그리고 삶의 방식을 바꾸는 새로운 사회계약에 가깝다. 특히,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영역에서 국제 분류기준에 맞추어 ‘재생에너지’ 분야만을 분리해 낸 계획이라 그 의미는 더 특별하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이번 계획은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2035년 발전비중 30% 이상, 재생에너지 10대강국 진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제 재생에너지는 보조적 전원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으로 격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시대를 맞아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과 중국은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과 ESS 중심의 전력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30년 52%, 2050년에는 60~70%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요한 점은 이제 재생에너지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동 전쟁과 에너지 안보 위기에서 보여진 것처럼, 앞으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는가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 민주주의

 

이번 기본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햇빛소득마을’ 개념이 본격적으로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계획안은 “마을단위 이익공유형 재생에너지 소득마을 지원 확대”를 명시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다. 과거의 재생에너지가 중앙집중형 발전소 모델이었다면, 앞으로의 재생에너지는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소득을 공유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영농형 태양광 제도화는 한국 농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 농지 상부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하부에서는 농사를 계속하는 영농형 태양광이 핵심 정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 5월 7일 국회를 통과한 영농형 태양광 관련 법은 농지 일시사용 허가기간을 기존 8년에서 30년까지 확대하였다. 이는 농민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장기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태양광 확대가 아니다. 그것은 농촌의 새로운 소득 구조 변화를 의미한다. 벼농사와 전기 생산을 동시에 하고, 마을 협동조합이 발전 수익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농촌이 에너지 생산기지가 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에너지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새로운 핵심은 ESS와 ‘유연성’

 

 재생에너지 확대는 동시에 새로운 과제를 만든다. 태양광은 낮에만 발전하고, 풍력은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전기를 저장하고 조절하는 기술이 핵심이 된다.

 

이번 계획안에서도 “재생에너지 주력전원화를 위한 ESS 활용 확대”를 주요 전략으로 제시하였다. 앞으로의 ESS는 단순한 배터리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재생에너지 확대 방향에는 LFP(리튭인산철) 기반 대규모 배터리 ESS, Na(소금,나트륨) 배터리, 양수발전형 ESS, 수소 저장형 ESS, 그린메탄올 연계 저장 시스템 등이 있는데, 한국과 같은 산악지형 국가에서는 ‘생태형 양수발전 ESS’가 매우 중요한 미래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양수발전은 대규모 댐 건설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소규모 저수지와 폐광산, 농업용 저수지, 산간 지형을 활용한 분산형 양수발전이 가능해지고 있다. 낮에 남는 태양광 전력으로 물을 끌어올리고, 밤에는 다시 발전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단순 저장 기술을 넘어 생태복원과 물관리 기능까지 결합될 수 있다.

 

즉, 미래의 ESS는 단순한 전기 저장장치가 아니라 다른 여러 기능이 융합된 복합 인프라가 된다. 그리고, 태양광은 결국 그린수소 및 그린메탄올 전략과도 연결된다. 재생에너지의 또 다른 미래는 ‘전기화’를 넘어 ‘연료화’로 연결,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너지 민주주의의 시대가 시작된다

 

재생에너지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기술이 아니라, 에너지를 둘러싼 권력 구조의 변화다. 과거 에너지는 거대한 발전소와 중앙의 에너지 권력이 그 정책을 좌지우지했다. 그러나 태양광은 지붕 위에서도 가능하고, 마을 단위에서도 가능하며, 농촌에서도 가능하다. 즉, 에너지 생산 권한이 시민과 농민과 지역으로 이동한다.

 

앞으로는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이 산업과 소득을 함께 가져가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햇빛이 곧 소득이 되고, 바람이 지역경제가 되며, ESS가 지역 인프라가 되는 시대다.

 

AI 시대는 막대한 전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전력을 누가 생산하고, 누가 소유하며, 누가 이익을 공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을 살리고, 농촌을 살리고, 시민의 에너지 주권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황상규 칼럼니스트
ESG평가연구소장,  ISO26000한국전문가포럼 공동대표,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 환경윤리학 박사 수료, , ‘사회책임의 시대‘(2013)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