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뷰티, 세계 2위 수출국의 빛과 그림자..호황에도 안심은 금물

1분기 화장품 수출 역대 최대.. 미국 제치고 세계 2위 수출국 부상
유럽·중동으로 시장 다변화 속도.. 관세·인증 규제·브랜드 경쟁은 숙제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다소간 주춤하던 국내 화장품 산업이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관련 제품 수출이다. 올 1분기 화장품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이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에 올랐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시장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단순히 수출액 증가만이 그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수출국 다변화도 함께 이뤄져 한층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소식도 그에 힘을 더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중국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 중동 등으로 수출 시장이 다변화되면서 산업 전반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인증 규제 강화, 브랜드 경쟁 심화는 여전히 핵심 변수로 꼽히며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 “중국 의존 끝났다”… 역대급 수출에 시장 재평가
국내 K-뷰티 산업이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서는 분위기다. 한동안 중국 경기 둔화와 면세 채널 부진 영향으로 성장세가 꺾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습이다.

 

실제 성장세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화장품 수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약 31억달러(약 4조3000억원)로 집계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9%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반등보다 산업 구조 변화 신호로 보는 분위기다.

 

 

특히 스킨케어 제품이 전체 수출의 약 78%를 차지하며 성장을 견인한 가운데 미국 수출은 약 49% 증가했고 영국과 네덜란드 수출은 각각 190%, 2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과거 핵심 시장이었던 중국 수출 비중은 감소세를 보이면서 K-뷰티의 시장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미국은 올해 1분기 한국 화장품 최대 수출 시장으로 올라섰으며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K-뷰티 산업 체질 변화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변화는 글로벌 위상이다. 관세청과 국제무역 통계를 기반으로 한 집계에서 한국은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 약 114억달러를 기록하며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프랑스·미국·독일 등에 밀려 4위권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장 속도라는 평가다. 화장품 무역수지 흑자 역시 100억달러를 넘어서며 산업 내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해외 소비 흐름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과거 K-뷰티가 ‘저렴한 한국 화장품’ 이미지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기능성과 성분 중심 브랜드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시카(CICA), PDRN, 레티놀, 펩타이드 등 성분 기반 스킨케어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SNS와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K-스킨케어 루틴’ 콘텐츠가 확산하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실제 미국 시장에서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유통 채널인 세포라(Sephora), 얼타뷰티(Ulta Beauty) 등 주요 플랫폼에서 한국 브랜드 입점이 확대되고 있으며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내 K-뷰티 검색량도 꾸준히 증가하는 분위기다. 유럽에서는 친환경·클린뷰티 트렌드와 맞물려 한국 스킨케어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최근 해외 뷰티 업계에서도 K-뷰티 재부상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패션·뷰티 매체들은 올해 핵심 트렌드 중 하나로 한국식 스킨케어와 기능성 화장품을 꼽고 있으며 일부 외신에서는 “K-뷰티가 단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소비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류 콘텐츠 후광 효과를 넘어 제품 경쟁력이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K-뷰티가 ‘한류 관광 소비’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품질과 성분 경쟁력을 갖춘 소비재 산업으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며 “특히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스킨케어 수요가 커지는 점은 국내 브랜드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통상 리스크·규제 강화… 성장세 이어갈 체력 필요
다만 업계에서는 기대감만으로 시장이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변수는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다. 최근 미국 시장 비중이 커진 만큼 향후 보호무역 기조 강화나 관세 정책 변화가 실적 변동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화장품 안전성 기준과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은 친환경 포장과 유해 성분 제한 기준을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식품의약국(FDA)을 중심으로 안전성 관리 기준이 엄격해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중소 브랜드일수록 인증 비용과 현지 대응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산업 내부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ODM(제조자개발생산) 기반 인디 브랜드들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시장 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반대로 브랜드 간 경쟁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SNS 바이럴을 기반으로 단기간 성장하는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유행 주기가 짧아졌고 소비자 충성도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과 환율 변동성도 변수다. 화장품은 대표적인 소비재인 만큼 경기 상황에 따라 소비 심리가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장기화가 이어질 경우 프리미엄 화장품 소비가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K-뷰티 산업이 단순 외형 성장보다 ‘옥석 가리기’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글로벌 규제 대응 능력과 현지 유통망,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한 기업 중심으로 경쟁력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더라도 모든 기업이 웃는 시장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