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큼 다가온 로봇시대.. 커진 기대 무색하게 현실은 첩첩산중

정부 AI 휴머노이드 개발 본격화.. 제조업·물류 중심 시장 기대감 확대
글로벌 빅테크 경쟁 가속 속 기술 격차·수익성 부담은 여전

 

[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최근 서울 한 사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교 의식을 보조하는 모습이 해외 주요 외신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간 로봇이라고 하면 공장에서나 등장하는 거라 생각했던 일반 대중의 상식을 단번에 깨뜨린 이 사건은 로봇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놓을 지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고취시켰다.

 

이렇듯 공장 자동화 기계를 넘어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이 실제 사회 영역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현실화되면서 휴머노이드 산업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최근 ‘한국형 AI 휴머노이드’ 개발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로봇 산업 전반에 대한 기대감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에서는 상용화 속도와 기술 경쟁력, 비용 부담 문제가 여전히 핵심 변수로 꼽히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 정부 지원·대기업 투자 확대에 휴머노이드 원년 기대감 커져
국내 휴머노이드 산업이 다시 주목받는 가장 큰 배경은 정책 변화다. 정부는 최근 AI 기반 휴머노이드 개발을 국가 전략 과제로 보고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오는 2030년까지 약 5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며,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과 자율제어 기술, 정밀 센서 분야 경쟁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국내 휴머노이드 산업 육성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국내 로봇 산업은 산업용 협동로봇이나 스마트팩토리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인간과 유사한 동작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분야까지 투자 범위가 넓어지는 분위기다.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인간형 로봇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AI·로봇 기술 내재화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국내 로봇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로봇 기업 인수·지분 투자 소식이 잇따르면서 증시에서도 ‘로봇 테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제조업 인력난 역시 휴머노이드 산업 기대감을 키우는 배경으로 꼽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생산가능인구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 현장에서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반복 작업이나 위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로봇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용 로봇 밀도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노동자 1만명당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자동화 수요 자체는 매우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산업용 로봇에서 휴머노이드로 진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 생성형 AI 만나며 달라진 판.. 공상과학 아닌 산업 인식 생성
최근 휴머노이드 산업 기대감이 커지는 배경에는 생성형 AI 발전도 자리한다. 과거 로봇은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자연어를 이해하고 상황을 인식하는 AI가 결합되면서 활용 가능성이 크게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휴머노이드를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테슬라가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Optimus)’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오픈AI 투자로 주목받은 피겨AI(Figure AI)는 글로벌 제조기업들과 협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 역시 유니트리(Unitree) 등 로봇 기업을 중심으로 저가형 휴머노이드 양산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를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로 부르기도 한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디지털 공간에서 정보를 처리했다면 휴머노이드는 이를 현실 공간으로 확장해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방식이다. 단순 공장 조립을 넘어 물류 창고, 병원, 돌봄 서비스, 리테일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최근 서울 조계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가비’가 법회 보조 역할을 맡은 사례는 단순 기술 시연을 넘어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해외 언론들도 “한국이 인간형 로봇 실험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를 비중 있게 다루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기술이 생활 영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들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이 향후 10년간 고성장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기관은 2035년 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수백조원대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AI 기술 발전이 동시에 맞물리는 점이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대감만으로 시장이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변수는 기술 경쟁력이다. 아직 글로벌 시장은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흐름이 강한 만큼 국내 기업들이 핵심 기술 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특히 배터리 지속시간과 정교한 손동작 구현, 균형 유지 기술 등은 상용화 핵심 과제로 꼽힌다.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일수록 센서와 반도체, AI 연산 능력이 고도화돼야 하는 만큼 비용 부담도 크다. 업계에서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아직 대량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격 문제도 현실 장벽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공개한 초기 휴머노이드 가격은 수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지·보수 비용까지 고려하면 기업 입장에서 즉각적인 도입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기대감에 비해 현장 적용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논쟁도 남아 있다. 휴머노이드 확산이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하며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일자리 감소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서비스업과 물류 현장에서 로봇 대체 범위가 커질 경우 사회적 갈등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휴머노이드 산업 역시 ‘옥석 가리기’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에 주목한다. 단순 기대감만으로 기업 가치가 평가되기보다 실제 상용화 기술과 고객사를 확보한 기업 중심으로 경쟁력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로봇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결국 필요한 것은 경제성이 담보되냐는 점이다. 보기 좋은 떡이라고 해서 반드시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