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운영의 묘 필요한 재생에너지.. AI가 수익성 가른다

금리·전력가 하락에 흔들리는 재생에너지 산업 새 해법
맥킨지 “설치 경쟁 끝…O&M 최적화가 다음 승부처 될 것”

 

[엔트로피타임즈 김재영 기자] 한때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발전기를 세웠는가’로 평가됐다. 풍력 터빈과 태양광 패널을 더 많이 설치할수록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기업 가치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년간 글로벌 재생에너지 산업은 전례 없는 속도로 성장하며 전력 산업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산업의 룰이 바뀌고 있다. 규모의 경제만으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 도래하면서 이제는 설치보다 운영이 더 중요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발표한 재생에너지 운영 전략 보고서에서 풍력·태양광 산업의 다음 경쟁력이 ‘운영의 경제(operation economy)’에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설비 투자 효율화가 핵심 과제였다면 앞으로는 운영·유지(O&M, Operations & Maintenance) 단계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느냐가 수익성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맥킨지는 “규모 확대가 곧 수익성을 보장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분석했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급성장했지만 최근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전력 가격 하락, 공급망 불안정이 동시에 겹치면서 수익성이 압박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 투자비 비중이 높은 풍력과 태양광 사업 특성상 운영 단계에서 발생하는 작은 비효율조차 장기적으로 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되었음에 주목했다.

 

◆ AI가 바꾸는 재생에너지의 새로운 수익 공식
재생에너지 산업은 오랫동안 ‘설치 경쟁’ 중심으로 움직였다. 발전 설비 용량(MW·GW)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지표였고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를 확보했는지가 투자자의 관심사였다. 그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유럽과 북미 주요 육상풍력 운영 기업들의 평균 포트폴리오 규모가 5GW를 넘어섰고 일부 기업은 회사 가치의 60% 이상을 풍력·태양광 자산에서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선 금리 상승이 치명적이다. 풍력과 태양광 사업은 막대한 초기 자본 투입이 필요한 산업이다. 금리가 오르면 프로젝트 파이낸싱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수익률은 하락한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까지 겹치면서 터빈과 태양광 모듈, 전력 변환 장치 비용도 상승했다.

 

전력시장 환경 변화 역시 부담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질수록 일부 국가에서는 낮 시간 태양광 공급 증가에 따른 전력 가격 하락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설비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과거 같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재생에너지 산업이 설치 중심 시대에서 운영 중심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점에서 맥킨지가 주목한 영역이 바로 운영·유지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기업들은 높은 내부수익률을 고려해 설비 투자비 절감에 집중했다. 반면 발전소가 완공된 이후의 운영 효율은 상대적으로 간과돼왔다. 그러나 대규모 포트폴리오가 늘어나면서 운영 효율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풍력과 태양광 발전 사업자는 O&M 혁신을 통해 상당한 추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육상풍력의 경우 GW당 연간 약 910만 유로, 태양광은 약 340만 유로 규모의 가치 창출 여력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비용 절감뿐 아니라 설비 다운타임 감소, 발전량 향상, 유지관리 효율 개선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특히 풍력 분야에서는 전체 개선 가능 가치의 상당 부분이 대형 부품 교체보다 일상적인 운영 관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거창한 기술 혁신보다도 고장을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하느냐가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예측 유지보수’다. 과거 발전소 유지보수는 고장이 발생한 이후 대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풍력 터빈과 태양광 설비에 설치된 센서, SCADA 시스템, IoT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는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풍력 터빈 내부의 진동이나 온도 변화, 발전 패턴 이상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면 베어링 마모나 기계적 결함 가능성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 발전소 운영사는 실제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필요한 부품을 미리 확보하고 정비 인력을 투입해 발전 중단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태양광 역시 마찬가지다. 드론과 열화상 카메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면 수만 개 패널 가운데 출력 저하나 균열이 발생한 설비를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다. 기존처럼 사람이 직접 점검하는 방식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무엇보다 AI는 단순히 고장을 예방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발전량 자체를 높이는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이다. 풍속, 일사량, 기상 변화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터빈 운전 조건을 최적화하거나 인버터 효율을 개선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발전량 예측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전력시장 거래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전력 공급 오차가 줄어들고 정산 손실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발전량 예측 고도화와 운영 최적화가 향후 재생에너지 수익성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주요 기업들은 이미 AI 기반 운영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덴마크의 Ørsted는 풍력 터빈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이상 징후를 실시간 분석하고 운영 효율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해상풍력의 경우 유지보수 접근성이 낮고 비용이 크기 때문에 운영 최적화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미국의 NextEra Energy는 태양광 발전소 운영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드론 점검과 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패널 이상 여부를 조기에 식별하고 유지관리 비용 절감을 추진 중이다.

 

독일의 RWE 역시 운영 데이터와 기상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발전량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전력시장 대응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재생에너지 기업의 운영 모델 자체를 재정의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 한국 재생에너지, 설치의 경제 넘어 운영의 경제로
한국 역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규모 태양광 단지와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잇따라 추진되고 있으며 발전 공기업과 민간 기업들도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산업이 여전히 설치 중심 사고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문제가 유지보수 전문 인력 부족이다. 풍력과 태양광 설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관리할 O&M 전문 인력과 데이터 기반 운영 체계는 아직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발전량 손실 문제도 반복된다. 기상 조건 변화와 설비 상태를 실시간 반영하지 못해 잠재 발전량을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해상풍력처럼 유지관리 난도가 높은 분야일수록 디지털 운영 역량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책 방향 전환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정책이 설치 보조금과 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운영 효율화 투자까지 지원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AI 기반 유지관리 시스템, 발전량 예측 플랫폼, O&M 전문인력 양성 등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재생에너지 산업은 새로운 변곡점에 들어서고 있다. 과거 경쟁력이 설비 규모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운영 역량이 기업 가치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같은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어도 누가 더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의미다.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상위권 운영사와 하위권 운영사 간 성과 차이는 단순한 설비 문제가 아니라 운영 실행력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결국 AI와 데이터 기반 운영 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다음 단계는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운영의 경제’다. 풍력과 태양광 산업의 진짜 승부처는 이제 발전기를 얼마나 더 세우느냐가 아니라, 이미 세운 발전기를 얼마나 똑똑하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