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안보

[황의 e법칙] 전쟁 주력이 된 스페이스X와 AI…거대기술 군산복합체 시대

국가안보 명분, 막대한 군사예산 편성해 군사적 긴장 조성하는 역설
거대기술이 전쟁 양상 바꾸고 전쟁이 또 거대기술기업 지원 '악순환'
인간과 평화 위한 기술, 발전속도 아닌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관건


[엔트로피타임즈 황상규 칼럼니스트] 21세기 전쟁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20세기의 전쟁은 국가와 국가의 전쟁이었다. 군인과 탱크, 전투기와 항공모함이 전쟁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전쟁의 핵심은 정보와 데이터, 인공지능(AI), 위성통신, 반도체, 클라우드, 드론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늘날 전쟁의 승패는 병력 규모나 군사력 크기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더 정교한 AI를 운영하며, 더 강력한 위성통신망을 갖고 있는지가 결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새로운 권력이 등장하고 있다. 새 이름을 붙여보자면, ’거대기술 군산복합체(Tech-Military Complex)’ 정도가 되겠다.

 

‘군산복합체’에서 ‘거대기술 군산복합체’로

 

1961년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는 퇴임 연설에서 군산복합체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당시 군산복합체는 군대와 정부, 그리고 방위산업체가 결합한 구조였다. 전투기와 전차, 미사일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였고, 군사적 긴장이 유지될수록 더 큰 이익을 얻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전쟁은 다르다. 무기보다 중요한 것이 정보가 되었고, 정보보다 중요한 것이 데이터가 되었다. 전쟁의 핵심 인프라가 탱크와 전투기에서 AI와 위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새로운 현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전쟁 초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통신 인프라를 집중 공격하였다. 그러나 미국 민간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우크라이나군의 통신망 역할을 수행하면서 전쟁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드론을 운용하고, 적군의 포병 좌표를 전송.하고, 실시간 정보 공유하면서, 전장을 새롭게 지휘하게 된 것이 모두 ‘스타링크’를 통해 가능해졌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신경망 역할을 ‘스타링크’가 수행한 셈이다.

세계는 이 전쟁을 통해 국가의 군사력이 민간기업의 기술 인프라에 의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였다. 전쟁의 한복판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과 AI 활용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이 중심이 된 서아시아(중동) 전쟁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도 AI와 첨단 기술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아이언돔, 애로우(Arrow), 다층 방공체계를 운용하며 AI 기반 정보분석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드론과 위성정보, 사이버전 능력은 이미 전쟁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가자지구 전쟁에서는 AI 기반 표적선정 시스템이 사용됐다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무기 경쟁이 아니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판단하는 AI 능력 자체가 전쟁 수행 능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냉전의 시작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의 경쟁 역시 과거 냉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냉전 시대의 핵심이 핵무기였다면, 오늘날의 핵심은 AI, 반도체, 위성통신, 양자컴퓨터,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드론시스템 등이다.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새로운 냉전은 ‘누가 AI 반도체를 공급하는가’, ‘누가 위성을 운영하는가’, ‘누가 세계의 데이터를 보유하는가’, ‘AI 기술을 활용하여 누가 더 빨리 더 정확히 타격하는가’ 하는 이슈들이 국가안보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 AI 부품을 공급하는 엔비디아의 GPU는 단순한 반도체가 아니다. AI 산업과 군사 및 전쟁용 AI를 움직이는 전략 자산이 되고 있다.

 

스타링크는 단순한 인터넷 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현대 전쟁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우주 기반 통신망이 되고 있다.

 

거대기술 군산복합체의 규모

 

현재 세계 국방비는 연간 약 2조 5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AI 시장, 클라우드 시장, 우주산업, 위성산업, 사이버보안 산업을 포함하면 규모는 훨씬 커진다. 시장조사기관들은 2030년 전 세계 AI 시장이 2조 달러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주산업 역시 2040년경 1조 달러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사이버보안 시장은 수천억 달러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단순 합산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AI·반도체·위성·우주·사이버보안이 결합된 거대기술 군산복합체의 연간 시장 규모는 수조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2025년 GDP는 대략 1.8조 달러) 등 일부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능가하는 규모다.

과거 군산복합체가 무기를 판매하였다면, 미래의 거대기술 군산복합체는 데이터와 AI, 위성 서비스, 전쟁 운영체계를 판매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

 

오늘날 우리는 군산복합체를 넘어 거대기술 군산복합체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AI와 위성통신, 반도체와 데이터가 국가의 경쟁력과 안보를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우리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기술이어서는 안 되며, AI가 인간의 운명을 대신 결정해서도 안 된다.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과 평화를 위해 사용되도록 만드는 일이다. AI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더욱 중요한 것은 기술의 발전 속도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다.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AI도 아니고, 스타링크도 아니며, 반도체나 거대 기술기업도 아니다.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며, 인간의 집단적 지혜를 제도화한 민주주의이다.

 

거대기술 군산복합체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올바르게 통제하고 평화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더 높은 책임의식과 더 성숙한 민주주의다.

 

 

황상규 칼럼니스트
ESG평가연구소장,  ISO26000한국전문가포럼 공동대표,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 환경윤리학 박사 수료, , ‘사회책임의 시대‘(2013)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