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광산보다 강한 무기, 中 희토류 인재공장 충격 실태

로이터, 중국 희토류 전문인력 양성 체계 집중 조명
희토류 학과·연구소·국영기업 잇는 30년 투자의 결실
美·EU 공급망 재편 나섰지만 인재 생태계 격차 더 벌어져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중국 장시성(江西省) 간저우(赣州)의 한 대학 실험실. 하얀 가운을 걸친 학생들은 광산 채굴법보다 희토류 분리 공정을 먼저 배운다.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을 어떻게 분리할 것인지, 고순도 산화물을 생산하기 위해 어떤 화학적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희토류 자석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소재 조합이 필요한지를 공부한다.

 

강의실을 나서면 인근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정제시설과 연구기관, 국영기업 생산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졸업생 상당수는 곧바로 관련 기업과 연구소로 향한다. 이들은 채굴 현장보다는 정제공정과 소재 개발, 자석 제조, 연구개발 분야에 투입된다. 세계 각국이 희토류 광산 확보 경쟁에 뛰어든 사이 중국은 다른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광산이 아니라 사람을 확보하는 경쟁이다.

 

지난 1일 로이터 통신은 중국의 희토류 전문인력 양성 체계를 집중 조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내 최소 11개 이상의 대학과 기술교육기관이 희토류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기관과 산업체를 연결하는 독특한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이번 보도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희토류 학과가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이 최근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광산 개발과 정제시설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관련 인재와 기술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광산은 돈으로 개발할 수 있다. 공장도 자본이 있으면 건설할 수 있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이를 이어갈 전문인력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계가 뒤늦게 깨닫고 있는 것은 중국의 진짜 경쟁력이 희토류 매장량 자체가 아니라 그 산업을 떠받치는 인적 자본에 있다는 사실이다.

 

◆ 희토류 생태계 구축 나선 중국, 최후의 승자 될까
희토류는 흔히 희귀 광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 등 현대 첨단 산업을 유지, 지탱하기 위한 필수 자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매장량이 많다고 해서 희토류 확보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희토류 산업의 핵심은 매장량이 아니라 정제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희토류의 특성에 기인한다. 희토류 원소들은 화학적 특성이 매우 비슷하다. 광석에서 네오디뮴과 프라세오디뮴, 디스프로슘, 터븀 등을 각각 분리해내는 과정은 고도의 화학공학 기술과 오랜 경험을 필요로 한다. 산업용으로 사용 가능한 수준의 고순도 소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백 단계의 공정과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하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 브라질, 베트남 등도 상당한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 시장을 지배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세계 희토류 공급망의 중심은 중국이다. 배경에는 30년 넘게 이어진 국가 전략이 있다.

 

1992년 남순강화 당시 덩샤오핑은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발언이었다. 세계 경제의 관심은 정보기술(IT) 혁명과 글로벌화에 집중돼 있었고 희토류는 일부 전자산업에 사용되는 특수 소재 정도로 인식됐다.

 

그러나 중국은 희토류를 미래 산업의 전략 자산으로 바라봤다. 중국 정부는 광산 개발과 정제시설 확대, 연구개발 투자, 전문인력 양성을 동시에 추진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희토류 산업 거점을 중심으로 대학과 연구기관 설립을 지원했고 기업과 연구소, 교육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했다.

 

장시성 간저우는 이러한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이다. 간저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중희토류 생산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지역에는 광산과 정제시설뿐 아니라 관련 학과를 운영하는 대학, 국가 연구소, 첨단 소재 기업이 밀집해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고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공급받는다. 산업 생태계가 하나의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다른 길을 걸었다. 1990년대 이후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희토류 정제 산업은 점차 축소됐다. 희토류 정제 과정에서는 상당한 양의 폐기물과 환경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제성도 문제였다. 저렴한 중국산 희토류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면서 서방 국가의 관련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유럽은 소비시장으로 남았고 중국은 생산과 정제, 연구개발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각인된 것은 2010년이다. 당시 중국과 일본은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외교 갈등을 겪었다. 일본 해상보안청이 중국 어선을 나포한 이후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고 그 과정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이 사실상 제한됐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인 금수 조치를 부인했지만 일본 기업들은 공급 차질을 겪었다. 자동차와 전자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이 사건은 국제사회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희토류가 단순한 원자재가 아니라 지정학적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보여준 사례였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과 유럽은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의 마운틴패스(Mountain Pass) 광산 재가동을 추진했고, 호주와 캐나다도 희토류 산업 육성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을 시행하며 전략 광물 공급망 구축을 국가 과제로 설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중국의 우위를 단기간에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광산은 만들 수 있지만 사람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로이터가 이번 보도에서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중국 대학에서 배출되는 희토류 전문 인력들은 연구소와 기업으로 흡수되며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기술은 문서로 이전할 수 있지만 경험은 사람을 통해 전승된다. 중국이 수십 년 동안 구축한 인재 생태계는 세계가 뒤늦게 따라가기 가장 어려운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 AI 시대, 한국을 향한 새로운 공급망 경고
희토류는 더 이상 특정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희토류는 전기차와 풍력발전기, 스마트폰, 미사일, 전투기, 위성 등 현대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AI 산업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까지 하다.

 

현재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에 나서고 있다. 데이터센터에는 대규모 전력설비와 냉각장치, 전력 변환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설비 상당수는 희토류 기반 소재를 사용한다.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희토류 수요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핵심광물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산업 확대에 따라 희토류를 포함한 전략 광물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희토류 생산국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제조 강국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방산 산업 등 국가 주력 산업 대부분이 희토류 공급망과 연결돼 있다. 특히 AI 산업 성장으로 고성능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될수록 관련 소재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공급망 안정성이다. 한국은 핵심 광물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특히 일부 희토류 품목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들은 최근 호주와 캐나다, 아프리카 국가들과 광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광물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중국 사례가 보여주듯 미래 경쟁력은 자원 확보를 넘어 정제 기술과 연구개발 역량, 전문인력 양성 체계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수년간 희토류 공급망 재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희토류 산업은 광산공학과 화학공학, 재료공학, 전자공학이 결합된 복합 산업이다. 연구소와 대학, 기업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로이터의 지난 보도는 중국의 희토류 교육 시스템은 단순한 교육 뉴스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 공급망 경쟁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지난 10년 세계는 반도체 공장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를 놓고 경쟁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10년은 그 공장을 움직일 자원과 기술, 그리고 사람을 누가 확보하느냐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는 오랫동안 희토류를 광물의 문제로 인식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달랐다. 중국은 희토류를 산업의 문제로 바라봤고, 다시 교육의 문제로 접근했다. 광산을 개발하고 공장을 짓는 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에 먼저 투자한 셈이다.

 

세계가 중국의 희토류 영향력을 우려하는 이유는 단순히 매장량 때문이 아니다. 광산은 개발할 수 있고 공장은 건설할 수 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기술과 경험, 그리고 이를 이어갈 인재는 단기간에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가진 곳이 바로 중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