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이상현 기자]
한국에서 2027년 2월7일부터 개고기를 팔거나 개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팔면 불법이다. 염소고기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개고기는 혐오식품인가. 먹으면 부끄러운 일인가. 개고기를 먹는 한국과 중국, 베트남 사람들은 정말 야만적인가. 서양사람들 사이에서 개고기 같은 음식은 없나. 있다면, 그들은 금지하는가. 스스로를 야만적이라고 여기는가. 취재 결과는 놀라웠고, 화가 났다.
지구인의 혐오식품 ‘푸아그라’, 프랑스에선 문화유산 대접
지구촌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프랑스 전통 요리 푸아그라(Foie Gras)는 ‘간(Foie)’과 ‘지방(Gras)’을 합친 프랑스 말로, 직역하면 ‘지방간’이다. 프랑스인들은 이 요리를 위해 거위나 오리의 식도에 금속 튜브를 삽입, 하루 2~3회 정상 섭취량의 수십 배에 이르는 ‘사료를 강제로 주입(gavage, 가바주)’ 한다. 그 결과 간이 정상 크기의 6~10배로 부풀어 오르며, 이것이 바로 ‘푸아그라(지방간)'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극강의 고소함과 풍부한 지방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요리다.
다만 사육 기간 동안 오리·거위는 제대로 서지도, 걷지도 못한다. 엄청난 양의 사료를 강제로 먹인 결과 식도는 금세 찢긴다. 너무나 무거워진 몸을 지탱하기 어려운 가여운 조류 생명체들의 가느다란 다리에 궤양이 번진다. 간은 엄청난 크기로 붓는다.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이스라엘 등은 푸아그라 생산을 금지하지만, 이 나라들에 사는 상류층은 여전히 프랑스·헝가리산 푸아그라를 수입해 즐길 수 있다.
충격적인 점은 프랑스가 지난 2005년 푸아그라를 ‘국가문화유산(patrimoine gastronomique)’으로 법률에 명시했다는 사실이다.
빈혈 걸리게 한 송아지 고기, 구더기 치즈도 부자 식탁에
유럽·북미에서 즐기는 송아지 고기 빌(Veal)은 우유 생산용 소를 번식시키다가 태어난 수송아지(경제적 가치가 없음)를 생후 몇 시간~며칠 내 어미로부터 분리시킨 뒤 도축해 요리에 쓴다.
전통적으로 인기 많은 ‘화이트 빌(white veal)’은 분만 직후 어미소로부터 분리된 아기 수송아지를 좁은 상자(veal crate)에 혼자 가둬 근육 발달을 억제하고 빈혈을 유발한다. 철분이 들어간 음식, 짚 등을 의도적으로 차단, 살이 하얗게 유지되도록 만든 ‘철분 결핍’ 하얀 송아지는 그렇게 식재료가 된다. 고가에 팔리는 식재료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07년 송아지 사육용 ‘좁은 상자(veal crate)’를 완전 금지했지만, 시골 농장의 헛간까지 찾아다니며 규제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부자들의 식탁에는 여전히 오른다.
이밖에 멸종위기 새를 산 채로 브랜디에 익사시켜 통째로 먹는 프랑스 전통요리 오르토란(Ortolan), 살아있는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이탈리아 전통 치즈 까수 마르추(Casu Martzu) 등은 악명 높은 유럽식 서방 혐오식품들이다. EU 차원 또는 EU 회원국들이 국내법으로 금지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심지어 문화유산으로 분류돼 소개되기도 한다.
2026년은 보신탕집에서 개고기 먹는 마지막 해
2026년 여름은 한국 개고기 애호가들이 적어도 완전히 불법적이지 않은 보신탕을 먹을 수 있는 마지막 계절이 될 전망이다.
한국의 개고기 애호가 A씨는 지난 3일(서울 시간) 기자와 만나 “올해말까지 개고기를 식당에서 사 먹을 수 있고, 내년 2월부터 완전히 금지된다”고 귀띔했다. A씨는 “보신탕 한그릇은 3만원, 수육은 1인분 200g에 5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고 기자에게 제보했다. 이는 한국 서민들이 식당에서 사 먹는 갈비탕(1만5000원)과 구이용 등심(200g 기준 2만5000원)의 각각 2배에 이르는 가격이다.
대한민국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2027년 2월7일부터 개고기의 사육, 도살, 유통, 판매가 법적으로 전면 금지된다. 2024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2월에 공포된 '개식용종식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조치다.
2027년 2월 법안이 본격 시행되면 식용 목적의 개 도살 및 사육·증식·유통·판매하는 행위가 전면 불법화되며 강력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식감, 맛 비슷한 염소고기가 개고기 대체할 전망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를 내야 한다. 식용 목적의 개를 사육·증식·유통·판매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다만 개고기를 사서 먹는 행위(소비자) 자체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내년 2월 이후 개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되는 개고기 애호가들은 대용품으로 염소고기를 찾게될 전망이다. 개고기 애호가 A씨는 기자에게 “개고기와 염소고기는 껍데기를 제외하고 아주 맛이 비슷하다”면서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한 양념도 같은 것을 써서 조리한다”고 귀띔했다.
실제 한국에서는 ‘개고기 이후 시대(beyond dog meat era)‘를 위해 흑염소 사육 농가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 한국축산물품질평가원의 유통 정보에 따르면, 최근 개고기 대체 수요의 급증으로 살아 있는 염소 가격의 kg당 과거 1만 원대에서 최근 2만 원 안팎까지 두 배나 치솟았다. 한국흑염소협회에 따르면, 2027년 개식용 완전 금지를 앞두고 은퇴 후 귀농인, 기존 개농장 운영자들이 흑염소 사육으로 축종을 변경하려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
제국주의 전통에서 시작된 선택적 공분
서양에서 개를 먹지 않는 문화는 19세기 영국에서 법령으로 고착화 하면서부터였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은 경제와 군사, 외교는 물론 문화적으로도 지구촌의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19세기 산업화 수준이 단연 가장 높았던 영국 중산층들에게 도시민의 감성을 충족시켜줄 문화가 필요했는데, 중산층 가구 자녀들이 반려견과 즐거워 하는 모습은 가장 이상적인 문화의 밑그림이었다. 1839년 영국은 ‘경찰법’을 고쳐 개를 짐 수레에 쓰는 것을 금지했다. 개를 ‘노동 도구’에서 ‘반려 동물’로 전환시킨 중요한 계기였다. 1950년 영국령 홍콩에서 개 도살을 공식 금지했다.
식민지 '문명화'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반려동물 먹이 등 반려동물 산업이 지구촌에 급격히 확산됐고, 거대 자본이 낳는 이윤은 개를 더욱 특별한 인간의 반려동물로 부각시켰다. 2024년 현재 지구촌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약 2460억 달러(한국돈 370조원)로, 이런 경제적 이해관계는 ‘개는 먹으면 안 된다’는 규범 강화를 부채질 했다.
영국은 개를 먹는 것을 도덕적 금기(taboo)를 넘어 법령화 한 뒤 ‘보편적 도덕 원칙’으로 다른 문화권에 본격 투사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소프트파워의 원천인 <BBC>와 <파이낸셜뉴스>, <가디언>은 주기적으로 중국 옥린 개고기 축제와 한국 보신탕 등을 집중 보도하며 공포와 혐오를 자극한다.
서양인들 “우리는 문명, 너희는 야만”
동양에 자리를 잡은 서방 선교사들과 영국 언론의 초기 보도에는 개고기 식습관을 ‘미개함의 증거’로 제시하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우리는 개를 사랑한다(문명)”와 “그들은 개를 먹는다(야만)”라는 이분법은 식민주의 시대 ‘문명화 사명(civilizing mission)’의 연장선으로 여전히 살아 숨쉰다.
돼지는 개보다 지능이 높고 감정도 풍부하지만, 서방에서 공식적으로 돼지 도축을 문제삼은 적이 없다. 개고기 비판은 동물복지 일반론이 아닌, 아시아인 일반을 향한 혐오로 표출될 때 더욱 명확해진다. 서방 언론이 서방의 야만적인 식습관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경우는 무시될 정도로 드물고 일회적이다. 반면 개고기에 대한 보도는 집요하게 이어진다. 도덕적 분노를 ‘타자’에게만 향하게 하는 미디어 메커니즘(선택적 공분, Selective Outrage)을 작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예루살렘에서 태어나 팔레스타인 지지운동에 가담해온 언론인 출신 미국 문학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adi Said)는 “서양이 동양을 열등하고 미개하며 비이성적인 '타자'로 구성하는 담론 체계”를 ‘오리엔탈리즘’으로 정의한다. 개고기 비난의 구조가 정확히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을 따른다.
1950년 영국 식민지 당국이 홍콩에서 개고기 식용을 금지할 때 “야만적 관습 금지”라는 ‘식민지 문명화 담론’을 동원했다. 그런 전통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인들이 이상한 것을 먹어서 바이러스가 생겼다”는 서사로 계승된다.
이 서사의 기저에 개고기·박쥐 등에 대한 혐오가 있었고, 이것이 아시아계 혐오범죄(Anti-Asian Hate)로 직결됐다. 한국계·중국계·베트남계 미국인들은 개고기를 먹지 않더라도 이 조롱의 대상이 된다. 개인 행위가 아닌 인종적 낙인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개고기 통해 인종주의적 이분법 드러낸 서양인들
사이드는 ‘무엇을 먹느냐’를 기준으로 문명과 야만을 나누는 시선, 곧 ‘문화권력’의 문제를 겨냥하며 “이런 것이 바로 ‘오리엔탈리즘’의 일상적 작동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사회심리학자 멜라니 조이(매사추세츠 대학 교수, 하버드대 박사)는 “특정 동물은 먹어도 되고 특정 동물은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당연하게 만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념 체계(invisible belief system)”를 ‘카니즘(carnism)’으로 정의한다. 그는 서방이 ‘개는 먹지 않는다’는 금기를 공고히 한 것은 자신들의 야만적 도축과 잔인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전통음식들이 불러온 죄책감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타자의 더 나쁜 행위를 찾아 비난하는 ‘도덕적 아웃소싱(Moral Outsourcing)’을 통해 자신들의 야만행위로부터 오는 죄책감을 덜어준다는 심리학적 분석이다.
“우리도 동물을 먹지만, 적어도 개는 안 먹는다”는 식으로 상대적으로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는 ‘하층과의 비교로 도덕적 면허를 부여(Moral Licensing via Downward Comparison)’한다는 심리학 이론이다.
서방 언론들이 개고기 비판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언어를 분석하면 이런 서양인들의 심리가 잘 드러난다. 우선 개고기 식용을 ‘야만적(barbaric’이라고 하면서 자신들은 ‘문명적’임을 드러낸다. ‘충격적(shocking)’이라고 표현, ‘비정상성’을 의 강조한다. ‘후진적(backward)’라는 표현속에 서방과 동양을 문명 발전의 위계 맥락에서 다룬다. “(동양인이) 동물을 사랑할 줄 모른다”는 표현으로 ‘감정 능력’을 인종화 한다.
러시아 지식인들도 오리엔탈리즘에서 자유롭지 않다
개고기 식용에 대한 서방 언론들의 각종 표현들은 ‘푸아그라’에서 ‘수송아지’ 요리까지 두루 통찰해 본다면, 너무나도 가증스럽고 얼토당토 않은 표현들이다.
하지만 소프트파워의 정점에 있는 서방 언론의 보도에 많은 동양인들은 동의한다. 스스로를 어느 정도 ‘야만적’, ‘후진적’인 인류로 인정한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동양인들은 오랜 서양 중심적 세계관이 뇌에 착근된 나머지, 스스로를 서양인들보다 열등한 존재로 인정한다. 때론 의식적으로, 때론 무의식적으로.
서방 중심의 세계 질서를 줄곧 비판하는 러시아 사람들 또한 이런 서방의 ‘오리엔탈리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러시아 사람들은 소련 해체 이전부터 서방, 특히 프랑스의 우아하고 독창적인 문명을 동경해왔다. 수도 모스크바는 러시아의 유럽 정체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지식인들도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알아도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기자가 몸 담은 국제기구 글로벌팩트체크네트워크(GFCN)의 러시아 전문가에게 ‘오리엔탈리즘’을 이해시키기가 녹록치 않았다. 지난 2025년 12월2일 GFCN에 기고한 <한국은 왜 아직도 윤석열 시대에 머물러 있는 걸까?(Why Does South Korea Still Live in Yoon Suk-yeol’s Era?)>라는 칼럼을 퇴고하는 과정에서 편집진인 러시아 동료에게 ‘오리엔탈리즘이 내재화 된 한국인’을 이해시키는 데 꽤 애를 먹었다.
러시아인들도 오리엔탈리즘을 공유하는 걸까?
“오래 기간 서방 매체들을 통해서만 국제뉴스를 접해온 한국인들은 무의식적으로 지구촌에서 발생하는 사실이나 추세를 온전히 인지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체념한다.” 기자의 칼럼에서 편집진과 논쟁을 벌인 핵심 내용이었다.
기자는 한국인들이 ‘오리엔탈리즘’을 받아 들여 무지나 미지의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동료는 끝까지 그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비록 서방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지식인이지만, 단 한번도 살아남기 위해 굴종을 택해본 적이 없는 강대국 인민이다. 그는 ‘오로지 종속된 상태에서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진실 투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국인의 처지를 이해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물론 러시아 지식인들이 한국의 개고기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유럽인이나 미국인과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도 모스크바에서 일하는 언론사 동료들은 ‘한국의 개고기’ 뉴스를 반긴다. 러시아에서 클릭수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평범한 러시아인들 뿐만 아니라 지식인 계층들도 개고기 뉴스에 관한 한 유럽과 미국 앵글로색슨 백인 인종주의자들과 ‘오리엔탈리즘’을 공유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끝으로 이 칼럼이 나름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특정한 편견에 기초하지 않다는 근거를 밝히고 싶다. 기자는 조상 대대로(적어도 조부모님 세대부터) 개고기를 먹지 않는 집안의 후손이다. 식용 개고기를 찬성하지 않는다. 이 글은 개고기 찬반이 아닌 ‘오리엔탈리즘’ 때문에 쓰게 됐다.
이상현 <엔트로피타임즈> 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