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재영 기자] 한국형 전투기(KF-21)가 국가로부터 최초형식인증을 획득하며 개발사업의 핵심 관문을 모두 통과했다. 지난달 전투용 적합 판정으로 작전 수행 능력을 인정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비행안전성까지 국가 차원의 검증을 완료하면서 KF-21 사업은 사실상 양산과 전력화 단계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방위사업청은 1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제89회 감항인증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KF-21 체계개발사업 감항성 심사 결과를 심의한 뒤 '감항인증기준 전체 항목 충족'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KF-21 감항성 심사는 2021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5년간 진행됐다. 심사 결과 KF-21은 항공기 구조, 추진계통, 비행제어, 무장통합, 전자시스템 등 감항인증기준 14개 분야 745개 항목을 모두 충족해 최초형식인증을 획득했다.
형식인증은 군용항공기 비행안전성 인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규 개발 항공기의 설계가 감항인증기준에 적합한지를 국가가 검증하는 제도다. 항공기가 정상적인 운용 환경은 물론 극한 조건에서도 조종사와 항공기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로, 항공기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인증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번 인증은 정부가 KF-21의 비행안전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획득한 전투용 적합 판정이 공군이 요구한 임무 수행 능력과 무장 운용 성능을 검증한 결과라면, 형식인증은 해당 항공기가 실제 운용 과정에서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지를 국가가 보증한 것에 가깝다.
◆ 개발 성공의 분수령.. 체계개발 마무리 단계 진입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형식인증을 KF-21 체계개발사업의 사실상 완성을 알리는 신호로 평가한다. 대형 항공기 개발사업은 일반적으로 설계와 제작, 시험비행, 성능 검증, 안전성 검증 과정을 거쳐 양산 단계로 넘어간다. 이 가운데 형식인증은 개발된 항공기의 설계 자체가 안전성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로 양산 이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핵심 조건이다.
KF-21은 2022년 첫 시험비행 이후 수천 회에 이르는 비행시험을 수행하며 비행영역 확장, 무장분리, 레이더 및 항공전자장비 성능 검증 등을 진행해 왔다. 최근 전투용 적합 판정에 이어 형식인증까지 확보함에 따라 성능과 안전성이라는 양대 검증 과제를 모두 마무리하게 됐다.
이는 KF-21이 더 이상 기술 검증을 위한 시제기가 아니라 실제 전력화를 전제로 한 완성형 무기체계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향후 양산기 생산과 공군 인도 일정 역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형식인증의 또 다른 의미는 수출 경쟁력 강화에 있다. 전투기 도입을 검토하는 국가들은 단순히 항공기의 성능만 평가하지 않는다. 개발국이 얼마나 체계적인 안전 인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해당 항공기의 신뢰성이 객관적으로 검증됐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특히 KF-21처럼 새롭게 개발된 전투기의 경우 실전 운용 이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인증 체계가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형식인증은 해외 구매국 입장에서 개발국 정부가 해당 항공기의 안전성을 공식 보증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이 이번 발표에서 수출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일동 방위사업청 차장은 "그동안 축적해 온 감항인증 역량과 경험은 KF-21의 비행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기반이 됐다"며 "향후 수출 과정에서 해외 구매국의 신뢰를 확보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KF-21은 동남아시아와 중동, 중남미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잠재 수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수출 협상 과정에서 이번 형식인증 결과가 성능 자료와 함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성과는 KF-21 자체를 넘어 한국 항공산업의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첨단 전투기를 개발하는 능력과 해당 전투기의 안전성을 독자적으로 인증하는 능력은 서로 다른 영역이다. 항공 선진국들은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과 제도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감항인증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항공산업 경쟁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한국은 그동안 KT-1 기본훈련기, T-50 고등훈련기, FA-50 경공격기, 수리온 헬기 등을 개발하면서 감항인증 경험을 축적해 왔다. 그러나 KF-21은 국내에서 개발된 항공기 가운데 가장 복잡한 체계를 가진 첨단 전투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형식인증이 한국이 첨단 군용항공기 개발뿐 아니라 비행안전성 검증과 인증 분야에서도 독자 역량을 확보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향후 KF-21 개량형 개발은 물론 무인전투기와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개발 과정에서도 이번 경험이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은 이번 최초형식인증을 바탕으로 향후 양산 과정에서 호기별 감항인증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실제 생산되는 양산기가 형식인증을 받은 설계 기준에 맞게 제작됐는지를 확인하고 품질관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