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트로피타임즈 황상규 칼럼니스트 ]
미국과 이란이 장기간의 군사적 충돌을 마무리하기 위한 종전 절차에 들어갔다.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 6월 15일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합의했으며, 6월 19일 스위스에서 공식 종전 서명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해결해야 할 세부 과제는 적지 않지만, 총성과 미사일이 오가던 전장에서 다시 대화와 협상의 공간으로 돌아왔다는 점만으로도 국제정치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미국과 이란의 양자 충돌이 아니었다. 이스라엘의 안보 문제를 비롯하여 이란 핵 프로그램,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안보, 중동의 지정학적 질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관계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동시에 인공지능(AI), 드론, 정밀유도무기, 사이버전이 결합된 현대전의 모습을 보여준 전쟁이라는 점에서도 세계 군사사(軍事史)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군사적 승리와 정치적 승리는 다르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였다.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폭격기, F-35 스텔스 전투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패트리엇과 THAAD 방공체계를 동원하여 이란의 핵 관련 시설과 미사일 생산시설, 방공망 등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축적되어 있던 기존 무기의 동원과 사용 등 전술적 측면에서는 미국의 우세를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전쟁의 평가는 군사적 성과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독일의 군사사상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라고 하였다. 전쟁의 궁극적 목적은 상대의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미국은 군사적으로는 우위를 확보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목표였던 핵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으며, 결국 다시 외교와 협상이라는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미국은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직접 군사비를 비롯하여 첨단무기 소모, 중동 기지 운영비, 미사일 재비축 비용 등 막대한 재정적 부담도 함께 떠안게 되었다.
더욱이 미국의 장기 국가전략은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 집중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번 전쟁으로 상당한 군사력과 예산을 다시 중동에 투입해야 했다는 점도 미국의 전략적 부담으로 남게 되었다.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전쟁의 양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0세기의 전쟁은 병력과 전차, 전투기, 항공모함 등 대규모 군사력을 중심으로 하는 정면전이었다. 그러나 21세기의 전쟁은 AI, 드론, 사이버전, 전자전, 우주기술 등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는 드론 활용으로 대표되는 ‘비대칭 전략’(Asymmetric Warfare)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비대칭 전략이란 군사력이 열세인 국가가 상대의 강점을 정면으로 상대하기보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란은 미국과 정면 대결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값싼 드론과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사이버 공격 등을 활용하여 미국이 고가의 방공무기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가령 수만 달러 수준의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패트리엇(Patriot) 미사일이나 천만 달러가 넘는 THAAD 요격미사일을 사용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이는 현대전에서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성과 지속가능성도 중요한 전략 요소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AI를 활용한 표적 탐지, 군집 드론(Swarm Drone), 실시간 정보 분석, 자동화된 지휘체계는 미래 전쟁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쟁은 병력의 숫자보다 반도체와 AI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이란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미국은 이란의 군사시설과 핵 관련 시설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며 군사적 억지력을 과시하였다. 이스라엘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도 미국의 군사적 지원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미국은 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였고, 막대한 전쟁 비용을 부담하였다. 결국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이란은 군사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방공망과 군사시설이 파괴되었고 경제 역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국가 체제를 유지하였고, 미국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결국 미국이 다시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일정한 전략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이번 전쟁은 강대국이라도 군사력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약소국도 비대칭 전략을 통해 상당한 정치적·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종전 이후의 과제와 세계의 미래
이제 중요한 것은 종전 선언 이후이다. 미국은 군사적 성과를 외교적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 핵 문제에 대한 국제적 검증체계를 마련하고, 중동에서의 군사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동맹국들의 안보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이란 역시 경제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 장기간의 제재와 전쟁으로 국민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투자와 경제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핵 문제와 지역 안보 문제에서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제사회 역시 이번 전쟁을 계기로 새로운 안보 질서를 고민해야 한다. AI와 드론이 결합한 비대칭전은 앞으로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국제규범과 AI 군사윤리, 드론 통제체계, 사이버전 대응체계 등 새로운 국제규범 마련도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번 미국·이란 종전은 어느 한쪽의 완전한 승리로 끝난 전쟁이 아니다. 양측 모두 일정한 성과를 얻었지만 그보다 더 큰 비용과 교훈을 얻었다. 현대전에서는 군사력이 정치를 완전히 대신할 수 없으며, 전쟁은 결국 협상과 외교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이번 종전 선언이 일시적인 휴전으로 끝나지 않고 중동의 항구적인 평화와 국제협력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더 나아가 이번 전쟁이 인류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강한 무기가 평화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있는 외교와 상호 존중, 그리고 지속적인 대화가 평화를 만든다는 점일 것이다.
황상규 칼럼니스트
ESG평가연구소장, ISO26000한국전문가포럼 공동대표,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 환경윤리학 박사 수료, , ‘사회책임의 시대‘(2013)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