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분석]은행권, 정기예금 금리 인상 러시...그 배경과 전망은?

기준금리 동결 속 정기예금 금리, 거꾸로 상승 행진…연 4%대 상품도 등장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지속인데 왜?...예금 금리 급등의 3대 원인은?

[엔트로피타임즈 민경종 기자] 유럽과 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美연준과 한국은행도 인상을 시사하는 등 향후 국내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국내 주요 은행권이 예금 금리 인상에 속속 나서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연 2%대가 주류였던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최근 연 3%대로 올라섰고, 일부 저축은행은 연 4%짜리 상품도 내놓은 상황이어서 그 배경과 향후 예금금리 동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 속 정기예금 금리, 거꾸로 ‘고공행진’…연 4%대 상품도 등장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 지방은행, 저축은행을 불문하고 정기예금 금리가 일제히 급등하는 ‘예금 금리 인상 러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연이어 동결하고 있음에도, 실제 금융 소비자가 마주하는 수신(예·적금) 금리는 시장의 예상과 정반대로 치솟는 양상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

 

특히 금융권 정기예금 금리는 급격한 상방 압력을 받으며 수신 유치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조세금융신문과 뉴시스 등 다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표 정기예금 금리는 연 2.9~3.0% 수준으로 금리 상단이 이미 3%대에 진입했고,

 

K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 역시 정기예금 금리를 연 3.20~3.41%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전북은행(연 3.70%), 광주은행(연 3.67%) 등 일부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과의 수신 확보 격차를 넓히기 위해 3%대 후반의 고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저축은행권의 이탈 방어는 더 공격적이다. 연초 2%대 후반에 머물던 평균 금리가 최근 3%대 중반(연 3.55%)까지 상승했다. 특히 JT저축은행의 ‘e-정기예금’이 최고 연 4.15%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OK저축은행, HB·스마트·애큐온저축은행 등이 최고 연 4.0%대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자금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웰컴저축은행도 지난 15일, 정기예금 금리를 최고 연 3.6%로 전격 인상했지만 동종 업권의 상품대비 금리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지속인데 왜?...예금 금리 급등의 3대 원인은?

 

그렇다면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 금통위 결정 이후 일곱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2.5%로 묶어두었음에도 최근 들어 예금 금리가 요동치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복합적인 대내외 금융 시장 환경 3가지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먼저 증시 호황에 따른 ‘머니무브’ 방어책이 거론된다. 최근 주식시장의 강세가 지속되면서 은행에 묶여 있던 안전자금이 증시 등 위험자산으로 대거 이탈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 이탈을 방어하고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예금 금리를 올려 신규 고객을 유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대외 리스크로 인한 ‘시장금리(은행채)’ 상승을 꼽고 있다. 예금 금리의 직접적인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및 금융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고, 미국과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점화되는데다, 미 연준(Fed)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베팅하는 자금이 늘면서 미국 국채와 국내 채권 수익률이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년 만기 은행채(AAA등급) 금리가 꾸준히 오름세를 타며 예금 금리 인상을 직접적으로 견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한미 금리차 및 기준금리 추가 인상 전망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연 3.50~3.75%)가 한국(연 2.50%)보다 높은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과 자금 이탈 우려가 여전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향후 환율 및 물가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기대와 압박을 선반영하고 있으며, 대형 금융사들 역시 조달 비용 증가를 우려해 선제적인 자금 확보에 돌입한 결과라는 것.

 

수신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상승 유발...주담대(고정) 7.5%, 신용대출 상단 6% 육박

 

이제 관심은 향후 전망과 이에 따른 부작용은 무엇일지에 쏠리고 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시장금리의 상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어, 이 같은 예금 금리 인상 러시가 단기간에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신 금리 인상은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직결돼,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 금리를 밀어 올리는 풍선효과를 유발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시장금리 상승은 대출금리에도 반영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46~7.49%로 상단 기준 7.5%에 육박했다. 신용대출 금리도 연 4.39~6.05%(1등급·1년 만기 기준)로 상단 기준 6%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이란 전쟁 종식이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크게 완화해 예금 금리가 다시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변수여서 좀 더 추이를 지켜보자는 반론도 있다.

 

다만, 실제 은행 창구의 예금 금리가 눈에 띄게 떨어지기까지는 약간의 시차가 존재하며, 국내 자금 시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하락 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

 

국제 거시경제적 측면과 국내 금융권의 현실을 감안할 때, 금리 하향 조정을 이끌 긍정적 요인(거시경제적 관점)국제 유가 하향 안정과 에너지가격 등 물가 압력 완화와 미국 국채 금리와 국내 은행채 금리가 동반 하락 가능성 등 은행들도 수신 금리를 낮출 명분이 발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그동안 한은이 기준금리를 쉽게 낮추지 못했던 가장 큰 원인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고물가·고환율’이었기에, 이 리스크가 해소되면 향후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므로, 예금 금리가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중동발 평화 소식은 예금 금리의 급격한 상승세를 멈추고 정체기를 거쳐 하향 곡선으로 돌아서게 만들 강력한 신호탄인 것은 분명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리 하락 조치가 은행 창구에 본격 반영되기 전인 지금 시점이 고금리 막차 예금 상품에 가입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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