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이상현 기자]
러시아는 5년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점점 누적되고 에너지 개발과 항로개발 투자 자금까지 이탈,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차근차근 북극항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개발을 진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제재와 투자금 이탈로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생산 프로젝트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프로젝트의 착공도 지연되면서 북극항로 개발의 핵심 사업인 쇄빙 LNG선 개발도 압박을 받아왔는데, 버티고 견뎌 추진한 결과 첫 쇄빙선이 극동 항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각고 끝에 두번째 LNG 운반선 완성
러시아 매체 <리아노보스티>는 “18일(모스크바 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연해주(프리모르스키 크라이)에서 북극 천연가스 운반선 ‘콘스탄틴 포시엣(Константин Посьет)’ 호의 명명식이 열렸다”면서 이 같이 보도했다. 명명식은 배를 바다에 띄우는 진수식에 앞서 이름을 붙이는 행사다.
러시아 최대의 해운회사이자, 화석연료 해상운송과 연안 탐사, 석유・가스 생산 및 시업지원 분야 지구촌 선도기업인 소브콤플로트는 ‘콘스탄틴 포시엣’이 북극 LNG 운반선 시리즈의 두 번째 선박이라고 밝혔다.
이 선박은 러시아개발공사(VEB.RF)의 재정 지원으로 건조됐다.
이 배는 ‘북극 LNG 2(Arctic LNG 2)’와의 장기용선계약에 따라 러시아 국기를 달고 운항될 예정이다. 모항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이며, 승무원은 29명의 러시아 선원으로 구성됐다. ‘북극 LNG 2’는 러시아 서시베리아 야말 가스전 인접 기단 반도(Gydan Peninsula)에 위치한 213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프로젝트다. 러시아 에너지기업 노바텍이 야말 LNG에 이어 두 번째로 추진해온 대규모 LNG 프로젝트다.
소브콤플로트 관계자는 <리아노보스티>에 “혹독한 북극 환경에서 선박을 운항해 온 회사의 독보적 경험을 고려해 개발된 이 선박은 북극항로, 특히 동부 해역을 따라 연중 LNG를 운송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아크-7(Arc7) 빙급, 최적화된 선체 형상과 효율적 추진 시스템은 이 LNG 운반선에 빙상 환경에서의 뛰어난 기동성과 탁월한 쇄빙 능력을 제공한다”면서 “1.5미터에서 최대 2.1미터 두께의 얼음을 깨고 독자적으로 항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rc7은 러시아 해사 등록부(Russian Maritime Register of Shipping, RS)가 규정한 최고 등급의 빙해항해(Ice-class) 등급 중 하나다. 극한의 얼음 환경을 자력으로 돌파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선박에 부여되는 등급이다. 영하 50도 이하의 혹한 속에서도 선박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특수 설계됐다.
전쟁, 제재가 발목잡았지만 ‘우보호시’로 추진
러시아는 북극항로의 70~80%에 대해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두 가지 이유로 개발이 지연돼 왔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생산 프로젝트와 LNG 생산 프로젝트의 착공이 지연된 점이 가장 뼈아픈 지연 사유다.
또 전쟁을 이유로 집단서방 국가들의 대러 경제제재가 시행되면서, 기존 에너지 시설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수출을 어렵게 한 점도 중요한 지연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령 ‘북극 LNG 2(Arctic LNG 2)’ 프로젝트는 1300만 톤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2024년 약 30만 톤, 2025년 약 110만 톤의 액화천연가스(LNG)만 수출하는 데 그쳤다.
물론 북극항로를 통한 화물 운송량은 2014년 이후 9배 증가해 적잖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 초기 계획에 크게 못미치는 성과다. 당초 계획에서는 2024년 북극항로를 통한 총 화물 물동량은 최대 8000만 톤, 2030년에는 1억5000만 톤을 예상했다. 하지만 2024년 약 3800만 톤에 그쳤고, 2025년에는 3704만 톤으로 되레 감소했다.
여건이 어렵고 속도는 더뎠지만, ‘우보호시(牛步虎視, 소처럼 걷고 호랑이처럼 본다)’의 자세로 꾸준히 밀어붙였다. 그 결과 북극항로를 통한 물동량은 차츰 늘어나고 있다.
안드레이 니키틴 러시아 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시간) ‘상트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가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26년 1분기 북극항로의 화물 처리량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3% 증가했으며, 2026년 전체적으로 전년대비 3.2% 늘어날 전망”이라며 “2030년에는 7000만~1억900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즈베즈다조선소에서 북극 LNG 프로젝트 위해 총 15대 쇄빙선 제작중
러시아는 북극 지역의 공급 신뢰성을 향상시키고 화물 운송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북극항로를 철도와 하천, 도로 운송을 통합한 ‘종합운송시스템’으로 전환, 통합 물류망을 구축하는 방향을 분명히 노정했다. 시베리아와 우랄, 극동 지역을 북극항로 항구 및 세계 무역항로와 연결하는 통합수송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3 수송 고리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유럽과 미국, 미국의 우방국 등 집단 서방(collective western)은 끊임 없는 대러제재로 프로젝트의 빠른 진전을 막아왔다.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에 대한 LNG 운반선 판매 금지와 러시아와 에너지 자원을 거래하는 항만에 대한 제재 부과를 제안했다.
하지만 알렉산더 세르구닌 러시아 대통령 직속 국립경제행정아카데미(RANEPA) 북서경영대학 북극연구프로젝트센터 소장은 최근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점증하는 제재 압력에도 자체로 얼음 구역을 항해할 수 있는 가스 운반선을 확보할 능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세르구닌 소장은 “서방 제재로 내빙 LNG 운반선 부족, ‘북극 LNG 2’ 프로젝트의 최대 생산 능력 확보가 지연됐지만, 상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즈베즈다 조선소에서 건조된 최초의 러시아산 쇄빙 LNG 운반선 ‘알렉세이 코시긴’호가 해상 시험을 완료했다. 올 2월 ‘북극 LNG 2’ 프로젝트의 첫 번째 선적분을 싣고 무르만스크 인근 우라 만의 부유식 가스 저장 시설로 운송했다. 즈베즈다 조선소에서는 이런 유형의 선박 여러 척이 완공 단계에 있다. 즈베즈다에서는 총 15대의 쇄빙 LNG선이 ‘북극 아크틱 LNG 2’ 프로젝트를 위해 건조될 예정이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18일 콘스탄틴 포시엣(Константин Посьет)’호 명명식에 보낸 축사에서 “이 프로젝트 시행으로 푸틴 대통령이 설정한 북해항로의 연중 안정적인 항해와 안정적 외국 무역 화물 선적을 보장하고 러시아의 기술 리더십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상현 <엔트로피> 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