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10년.. EU 떠난 영국의 선택 그 득과 실은

주권 회복 약속 성공에도 경제·정치적 비용은 여전
10년 만에 달라진 여론.. 영국이 다시 유럽을 보는 이유

 

[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인 2016년 6월 23일 실시된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는 전후 유럽 질서를 뒤흔든 역사적 사건이었다. 당시 영국 유권자의 51.9%는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했고, 그에 따라 영국은 2020년 공식적으로 EU를 떠났다. 세계화와 유럽 통합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영국의 선택은 이후 전 세계 정치 지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지금, 영국 내에서는 이와 관련한 진지한 성찰이 이어지고 있다. 브렉시트의 득과 실을 놓고 엇갈린 감상을 내어놓고 있는 것.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공개한 분석 기사에서 영국과 EU가 안보·통상 분야 협력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난 10년간 누적된 정치적 불신이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키어 스타머 정부 출범 이후 영국이 EU와의 실용적 협력 확대에 나서면서 브렉시트 이후 최대 규모의 관계 재설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 "통제권을 되찾자"…주권 회복을 선택한 영국의 10년
브렉시트는 단순한 외교 정책 변화가 아니었다. 그는 세계화에 대한 피로감, 대규모 이민에 대한 우려, 국가 주권 회복 요구, 그리고 정치 엘리트에 대한 반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정치적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브렉시트 찬성 진영은 "Take Back Control(통제권을 되찾자)"이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EU 관료주의와 규제에서 벗어나 영국 스스로 법과 정책을 결정하고 국경 통제권을 회복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영국은 EU 탈퇴 이후 독자적인 무역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인도 등과 개별 무역 협정을 추진하며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ain)' 전략도 본격화했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이를 영국 민주주의와 주권 회복의 상징적 성과로 평가한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서는 기대와 현실의 차이가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떠난 영국 기업들은 새로운 통관 절차와 규제 장벽에 직면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유럽 시장 수출 과정에서 증가한 행정 비용과 복잡한 인증 절차를 부담해야 했다. 영국 경제연구기관들과 유럽 정책 연구소들은 브렉시트가 영국의 무역과 투자 흐름에 상당한 부담을 초래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노동시장도 변화했다. 브렉시트의 주요 명분 가운데 하나는 이민 통제였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EU 출신 노동자 유입은 감소했지만 농업·물류·외식업·보건의료 분야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비유럽권 이민 문호를 확대하면서 전체 순이민 규모는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영국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위기 등의 영향을 함께 받았다. 하지만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브렉시트가 성장률 둔화와 생산성 정체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물론 브렉시트를 온전한 실패로만 단정하기는 어렵다. 브렉시트 지지층은 경제적 비용보다 정치적 자율성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에게 브렉시트는 경제 프로젝트가 아니라 민주주의 프로젝트였다. 영국의 법률과 규정을 브뤼셀이 아닌 영국 의회가 결정하게 됐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성과라는 것이다. 결국 브렉시트를 둘러싼 평가는 경제적 효율성과 정치적 주권 가운데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 다시 가까워지는 영국과 EU…브렉시트는 끝나지 않았다
브렉시트 10주년을 맞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여론의 흐름이다. 국민투표 직후만 해도 브렉시트 재논의 자체가 정치권의 금기어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브렉시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들에서는 브렉시트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이 긍정 평가를 앞서는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EU와의 관계 강화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자유로운 이동권이 제한되고 유럽 내 취업·유학 기회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U 내부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다. 브렉시트 직후만 해도 영국에 대한 피로감과 반감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안보와 경제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안보 환경이 급변하면서 영국의 군사력과 외교적 영향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과 EU는 최근 방위산업 협력, 정보 공유, 공급망 안정화, 에너지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특히 오는 7월 예정된 영국-EU 정상회의는 브렉시트 이후 가장 중요한 관계 재설정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이는 'EU 재가입'과는 다른 문제다. 스타머 정부는 EU 재가입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EU 역시 영국에 과거와 같은 특별 지위를 부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현재 논의의 핵심은 재가입이 아니라 안보와 경제를 중심으로 한 실용적 협력 확대에 가깝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실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영국과 EU의 관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영국은 분명 EU를 떠났지만 유럽을 떠날 수는 없었다. 지정학적 현실과 경제적 이해관계는 오히려 양측에 새로운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정치적 선택의 결과가 투표함이 닫히는 순간 끝나지 않는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2016년 영국이 내린 선택은 국가의 방향을 바꿨지만 그 선택의 비용과 성과를 둘러싼 논쟁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