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한국인의 뉴스 소비 방식이 구조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 오랫동안 뉴스 유통의 중심 역할을 해온 포털의 영향력이 점차 약해지는 반면 유튜브와 숏폼 동영상,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새로운 뉴스 소비 창구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가 직접 뉴스를 검색해 소비하던 방식에서 플랫폼 알고리즘이 뉴스를 추천하고 AI가 요약·설명하는 형태로 뉴스 소비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는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이하 Reuters Institute)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발표한 'Digital News Report 2026'에서 확인된다. 48개국 약 1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연구진은 한국을 뉴스 소비 방식의 변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특히 포털 기반 뉴스 이용은 감소하는 반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숏폼 콘텐츠, AI 챗봇을 통한 뉴스 소비는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 검색 대신 추천에 기대.. 포털 이용 감소세 돌입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뉴스의 입구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뉴스 시장은 20여 년 동안 포털 중심 구조를 유지해 왔다. 이용자는 포털 메인 화면이나 검색 서비스를 통해 기사를 선택했고, 언론사는 포털을 통해 독자를 확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포털은 사실상 뉴스 유통의 관문 역할을 하며 언론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모바일 환경이 일상화되고 동영상 플랫폼 이용이 급증하면서 뉴스 소비 경로도 달라지고 있다. 이용자가 특정 사안을 검색하기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알고리즘이 추천한 콘텐츠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Reuters Institute는 한국에서 온라인 포털 이용은 2021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과 특히 숏폼 뉴스 이용은 1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플랫폼 이동이 아니라 '읽는 뉴스'에서 '보는 뉴스'로 소비 방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로 평가된다.
영상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는 배경에는 이용 행태의 변화가 있다.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용자들은 긴 기사보다 짧은 영상으로 주요 이슈를 먼저 접한 뒤 필요한 경우에만 추가 정보를 찾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 역시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는 뉴스를 실시간으로 제시하면서 검색의 필요성을 줄이고 있다. 뉴스 소비의 출발점이 '검색'에서 '추천'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도 나타난다. Reuters Institute는 올해 보고서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동영상 플랫폼이 처음으로 TV와 언론사 웹사이트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뉴스 경로가 됐다고 분석했다. 2020년 이후 TV 뉴스와 언론사 웹사이트 이용은 각각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플랫폼을 통한 뉴스 소비는 꾸준히 증가했다. 뉴스 유통의 주도권이 언론사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 AI, 단순한 검색 도구 벗어나 새로운 뉴스 유통 채널로 부상
이번 보고서에서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생성형 AI의 부상이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검색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뉴스 유통 채널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용자들은 검색엔진에서 개별 기사를 찾기보다 AI 챗봇에 질문을 던지고 여러 매체의 정보를 종합한 답변을 받아보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Reuters Institute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AI 챗봇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지난해 7%에서 올해 10%로 증가했다. 한국은 AI 뉴스 이용률이 14%로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며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인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흥미로운 점은 AI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성향이다. 보고서는 AI를 활용해 뉴스를 보는 이용자들이 단순히 기사를 요약해서 읽기보다 여러 매체의 보도를 비교하거나 추가 질문을 통해 배경 설명을 얻는 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AI가 단순한 검색 대체재를 넘어 '설명형 뉴스 서비스'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반면 언론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용자가 AI의 요약 답변만 확인하고 원문 기사로 이동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언론사의 직접 방문자 수와 광고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Reuters Institute는 AI 플랫폼이 검색과 소셜미디어에 이어 또 다른 뉴스 중개자로 부상하면서 언론사들이 독자와 직접 연결되는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시장은 이러한 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Reuters Institute는 한국이 높은 인터넷 보급률과 모바일 이용률, 포털 중심 뉴스 유통 구조를 동시에 갖춘 시장인 만큼 AI와 동영상 플랫폼의 영향력이 다른 국가보다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올해 재출범한 네이버 뉴스제휴위원회와 2026년 시행된 AI 기본법은 국내 뉴스 산업이 기술과 제도 측면에서 동시에 전환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했다.
해외 언론사들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단순히 기사 생산을 늘리는 대신 유튜브 채널과 뉴스레터, 팟캐스트, 숏폼 영상 등 플랫폼별 콘텐츠를 강화하며 독자 접점을 다변화하고 있다. AI 검색 환경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원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자체 데이터베이스와 설명형 콘텐츠를 확대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결국 경쟁의 대상은 더 이상 다른 언론사만이 아니라 플랫폼과 AI 서비스까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뉴스 산업의 경쟁력이 '어디에 기사를 올리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독자와 연결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가 점차 약화되고 AI와 플랫폼이 새로운 관문으로 자리 잡으면서 언론사 역시 기사 중심의 생산 체계를 넘어 영상과 데이터, 대화형 콘텐츠를 아우르는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이다.
Reuters Institute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뉴스 산업이 단순한 플랫폼 변화가 아니라 검색 중심에서 추천 중심으로, 다시 AI 기반 대화형 소비로 이동하는 구조적 전환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를 생산하는 방식뿐 아니라 독자가 뉴스를 발견하고 소비하는 과정 전체가 재편되면서, 향후 언론사의 경쟁력은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량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