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황상규 칼럼니스트]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승 2패의 성적으로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멕시코에 이어 남아공과의 경기에서도 패하자 홍명보 감독의 전략 전술, 선수 기용의 문제점, 누적되어 온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등 다양한 원인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경기에서의 승패에는 선수들의 경기력, 상대팀의 전력, 심판 판정, 부상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축구는 결국 감독, 선수, 축구협회를 포함하는 총체적 거버넌스의 조직력의 게임이며, 조직력의 성패는 소통과 협력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선수도 조직 속에서 빛난다
축구는 개인 종목이 아니다. 열한 명의 선수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대표적인 조직력의 스포츠이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하는 것도 아니고, 스타 선수들이 많이 모였다고 자동으로 강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능력이 조직력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강한 팀이 만들어진다.
우리 대표팀에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이 다수 있다.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오랫동안 정상급 공격수로 활약해 왔고, 김민재는 유럽 최고 수준의 수비수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강인 역시 창의성과 기술을 인정받는 미드필더이다.
감독의 중요한 역할은 이러한 선수들을 단순히 선발 명단에 넣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전술을 설계하고, 주변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그 장점을 뒷받침하도록 하면서, 그 선수들이 견제를 받으면 새롭게 생겨나는 빈 공간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역으로 만들어내는 전략, 전술을 마치 생물을 다루듯 최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공격수가 있다면 그 선수에게 공이 가장 위협적인 공간에서 전달될 수 있도록 움직임을 설계해야 하고, 세계적인 수비수가 있다면 그를 중심으로 수비 라인의 안정감을 높여야 한다. 뛰어난 플레이메이커가 있다면 동료들의 움직임까지 함께 디자인해야 한다. 결국 감독의 역할은 좋은 선수를 선발하고 활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서로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여 팀이 승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감독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다
감독은 기업으로 치면 최고경영자(CEO)이며,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면 지휘자와 같은 존재다. 오케스트라에는 보통 엄격한 선발 절차를 통해 최고의 연주자들이 모인다.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호른 등 모두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공연이 감동적인 음악으로 완성되는지는 지휘자의 역량에 달려 있다. 지휘자는 각 악기의 소리를 조화롭게 만들고, 전체 흐름을 설계하며, 모든 연주자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이끈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조직력이 중요한 축구에서도 모든 자원을 선발하고, 역할을 조율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감독의 역할과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선수들의 능력을 단순히 더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 융합하여 개인 능력 이상의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은 감독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모든 경기에서 경기 결과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지만, 선수 선발, 전술, 교체, 경기 운영, 분위기 조성 등 팀 운영의 전권을 가진 감독은 가장 큰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이는 책임을 떠넘기는 논리가 아니라 권한과 책임이 함께 간다는 조직 운영의 기본 원칙이다.
소통과 신뢰가 최고의 전술이다
현대 축구에서 감독은 더 이상 명령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내는 코치이며, 조직문화를 만드는 리더이다.
특히 세계적인 선수가 팀에 함께 할 때는 상호간의 신뢰와 존중과 소통과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 다른 선수들이 소외감이나 위축감을 느끼지 않도록 팀 전체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감독의 중요한 역할이다.
좋은 감독은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의 목표는 개인 기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승리이다."
"누가 골을 넣느냐보다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내가 골을 넣지 못해도 동료가 넣을 수 있도록 뛰는 것이 최고의 플레이이다."
이러한 공통의 목표가 공유될 때 선수들은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서로를 신뢰하며,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희생하게 된다. 반대로 역할이 불분명하거나 소통이 부족하면 선수들의 집중력은 분산되고 조직력도 흔들릴 수 있다.
물론 대표팀 내부의 실제 소통 과정은 외부에서 모두 알 수 없다. 그러나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선수들의 장점이 하나의 전술적 시너지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어느 정도 평가도 가능하다. 이는 단순히 전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의 문제다.
사회적 책임(SR)과 ESG 정신이 축구에도 적용되는 이유
국제표준인 ISO 26000 사회적 책임(SR)과 ESG 경영 이론에서도 조직이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를 존중하고,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며,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축구대표팀도 조직 성격을 분셕해 보면, 하나의 조직이다. 대표팀의 이해관계자는 선수와 감독, 코치진, 대한축구협회, 팬과 국민이다. 감독은 선수들을 평가하고 선발할 권한을 가진 만큼 그 과정이 공정해야 하며,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설명하고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공정성과 투명성은 선수들의 수용성을 높이고, 신뢰는 조직력을 높인다.
사회적 책임의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는 책임성(Accountability)이다. 권한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감독은 선수 기용과 전술, 경기 운영에 관한 가장 큰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도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기업이든 국가대표팀이든 성과는 결국 사람과 자원을 얼마나 잘 연결하느냐에서 나온다. 많은 투자를 하고 뛰어난 인재를 많이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로를 존중하고, 공정하게 기회를 부여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도록 만드는 조직문화가 더 중요하다.
이번 월드컵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전술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고 선수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소통과 협력, 공정성과 투명성, 신뢰와 책임이라는 리더십과 팀 문화의 중요성과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축구는 결국 사람의 경기이며, 조직력의 경기다. 그리고 팀(조직)의 승리는 뛰어난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그 능력을 하나로 연결하는 ‘리더십’과 ‘거버넌스’에서 비롯된다.
이것이 스포츠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 학교와 협동조합, 그리고 우리 사회 모든 조직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가장 중요한 성공의 원리일 것이다.
황상규 칼럼니스트
ESG평가연구소장, ISO26000한국전문가포럼 공동대표,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 환경윤리학 박사 수료, , ‘사회책임의 시대‘(2013)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