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간장·식용유도 GMO 표시.. 소비자 선택권 강화한다

한국, GMO 완전표시제 도입, 소비자 알 권리 보장
안전성 관리 넘어 정보 공개와 선택권 보장에 초점

 

[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식용유와 간장, 물엿에도 이제 유전자변형(이하 GMO) 원료 사용 여부가 표시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8일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해 간장과 당류, 식용유지류를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 대상에 새로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식간장·양조간장·혼합간장 등 각종 간장류는 2026년 12월 31일부터, 물엿·올리고당·포도당 등 당류와 대두유·카놀라유를 비롯한 식용유지류는 2027년 12월 31일부터 GMO 원료 사용 여부를 표시해야 한다. 그동안 최종 제품에서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아 표시 의무가 없었던 품목들까지 제도권에 편입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식품위생법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GMO 완전표시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식약처는 업계·소비자·학계가 참여한 협의체와 심의 절차를 거쳐 표시 대상과 시행 시기를 확정했다. 오랜 사회적 논쟁 끝에 소비자의 알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추가 옮겨진 셈이다.

 

◆ 국제 흐름에 동참.. 신뢰자산 확보 계기 될 것
국내에서 GMO를 둘러싼 논쟁은 20여 년 이상 이어져 왔다. 정부는 그동안 과학적 안전성 심사를 통해 위해성을 관리하는 데 주력해 왔지만 소비자단체들은 안전성과는 별개로 원료의 출처와 생산 방식을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 주장의 배경엔 결국 소비자들의 안정적 식품 선택권이 자리하고 있다.

 

기존 제도 아래에서는 유전자변형 대두나 옥수수를 사용하더라도 정제 과정에서 DNA와 단백질이 제거되면 표시 의무가 없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제 사용된 원료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제한돼 있었던 것이다. GMO의 유해성이 검증되지는 않았다 해도 소비자들이 불안하게 느낄 수 있는 요소는 다분했음을 고려해본다면 이는 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한 것에 다름아니었다.

 

이번 개정이 주목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안전성의 문제를 넘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앞세우는 것, 그것이 바로 이번 개정의 핵심이다. 또한 이는 식품 행정의 철학이 바뀌었다는 의미기도 하다. 정부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식품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새로운 정책 목표로 부상했다는 뜻이다. 소비자를 단순히 보호의 대상이 아닌 시장의 주체로 인정하는 변화이기도 하다.

 

국제적으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정제 과정에서 유전자변형 성분이 남지 않더라도 GMO 원료 사용 여부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역시 문자·기호·QR코드 등을 활용한 ‘생명공학 식품’ 표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일정 비율 이상 GMO 원료가 포함된 경우 표시를 의무화하고 호주·뉴질랜드도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 역시 국제적 기준에 한층 가까워졌으며 소비자 권익 측면에서도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적으로 GMO 표시제가 소비자 권익 보호의 기본 장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이번 개정안이 한국이 국제 무역에서 투명성이라는 신뢰 자산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단기적 비용 증가에도 공급망 투명성 강화는 큰 이득
새로운 제도 시행에 따라 산업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원료의 조달부터 생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더욱 정교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변화 역시 불가피하다. 단기적으로는 포장재 교체와 이력관리 시스템 구축 등에 비용이 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비용 증가보다 더 주목해야할 것은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공급망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내 식품산업의 신뢰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단순히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는 성향을 보이지 않는다. 가격과 맛뿐 아니라 환경·윤리적 가치까지 고려해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투명한 정보 공개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표시 확대가 GMO의 위험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 유통되는 GMO 식품은 엄격한 안전성 심사를 거쳐 허가된 제품들이다. 장기간 섭취한다고 해서 건강상의 위험을 야기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필요했다. 다만 정부는 정확한 정보 제공과 소비자 교육을 병행해 표시가 불필요한 불안이나 낙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단체들 역시 표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소비자가 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CRISPR 등 유전자교정 기술을 활용한 신품종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미래의 표시제도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하다. 원산지, 친환경 인증, 탄소배출량 등 다양한 정보 공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제도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확대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과제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과학적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는 균형점을 찾는 데 있다. 정부와 업계, 소비자단체가 긴밀히 협력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