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저무는 석탄의 시대.. 태양광 6년 내 글로벌 1위 전력원 등극

'석탄의 반값'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가스·해상풍력은 가장 비싸
글로벌 투자·금융 시장도 '태양광 러시'.. 헌국 글로벌 무대 진출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인류의 가장 오래된 에너지원이었던 석탄의 시대가 저물고 태양광이 전 세계 전력 공급망의 주역으로 우뚝 설 날이 머지않았다. 값싸고 빠른 설치 속도로 인류 역사상 가장 저렴한 에너지 시대를 열고 있는 태양광은 이제 단순한 신재생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재편하는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글로벌 에너지 리서치 기관 블룸버그NEF(BNEF)가 발표한 최신 글로벌 에너지 전환 전망에 따르면 태양광은 향후 6년 이내에 석탄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1위 발전원으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200여 년간 이어져 온 ‘석탄 중심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태양광·배터리 중심의 새로운 에너지 질서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 올해 숨고르기 거쳐 2027년부터 다시 폭발적 질주
지난 20년간 태양광 시장은 매년 전년도 기록을 갈아치우며 수직 성장해 왔다. 2016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 설치된 태양광 용량은 100기가와트(GW) 미만이었으나, 지난해(에는 무려 650GW를 넘어서며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BNEF는 올해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이 약 640GW로 예측되어 역사상 처음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하는 '숨고르기'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러한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내년인 2027년부터는 전 세계적인 수요 폭발과 함께 다시 가파른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에만 전 세계 46개국에서 각각 1GW 이상의 메머드급 태양광 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태양광이 이처럼 빠르게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비결은 압도적인 경제성에 있다. BNEF의 균등화발전비용(LCOE) 벤치마크에 따르면 현재 고정식 태양광 PV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신규 전력원이며 육상 풍력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에너지원인 석탄 발전 비용은 태양광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최근 몇 년간 가격이 폭락한 배터리 저장 장치(ESS)를 설치하는 비용보다도 석탄 발전 비용이 더 비쌌다. 반면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과 해상풍력은 현재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기술로 분류됐다.

 

저렴하면서도 환경친화적인 특성에 힘입어 태양광 시장은 사상 유례 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국제 금융시장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과 국부펀드들은 장기적 수익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기준 충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태양광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중동 산유국의 국부펀드는 석유 이후 시대를 대비해 태양광 발전소와 배터리 저장 장치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유럽계 연기금 역시 안정적 장기 수익을 기대하며 태양광 인프라 펀드에 참여하고 있다.

 

◆ 미·중 갈등 속 공급망 다변화.. 한국 배터리·ESS 업계 '슈퍼 사이클' 기대
현재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중국이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인도, 미국, 독일, 파키스탄이 톱5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주요국들은 중국이 태양광 장비 제조업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자국 내 모듈 조립 및 폴리실리콘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태양광 급증에 따른 발전 단가 하락 압박을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ESS)의 역할이 향후 10년간 절대적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국내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의 천하통일은 필연적으로 거대 배터리 저장 장치(ESS) 시장의 폭발을 동반한다"며 "미국과 유럽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기술력을 갖춘 한국의 배터리 및 관련 소재 기업들에게 엄청난 장기적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태양광·배터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화큐셀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모듈 공급 1위를 다투며, 독일·스페인 등 주요국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ESS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톱티어로 자리매김하며, 태양광 발전소와 연계된 대형 ESS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 공급망을 확장하며, 태양광-배터리 융합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과 ESS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쌍둥이 산업"이라며 "K-태양광과 K-배터리가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할 경우, 한국은 차세대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양광 시장의 급성장은 단순한 에너지 산업을 넘어 국제 정치·경제 질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태양광 모듈과 배터리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새로운 무역 전쟁의 불씨가 되고 있으며, 각국은 자국 내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다만 태양광의 폭발적 성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발전량이 낮은 야간이나 흐린 날씨에는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어 ESS와 스마트그리드, 수소 연료전지 등 보완 기술의 동반 성장이 필수적이다. 또한 태양광 패널 폐기물 처리 문제 역시 국제사회가 해결해야 할 새로운 환경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