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담수 미생물을 활용해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90% 이상 회수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진은 담수 곰팡이 아스퍼질러스 루추엔시스(Aspergillus luchuensis FBCC-F2629)의 배양액을 이용해 폐배터리 블랙파우더 내 리튬을 최대 90.3%까지 회수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기존 황산 처리 방식보다 9~23% 높은 수준이다.
이번 실험은 80℃ 조건에서 24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연구진은 이달 중 관련 특허를 등록할 예정이다. 또한 미생물이 생산하는 유기산을 활용한 후속 기술도 개발 중으로, 미생물 배양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산업 현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작은 미생물이 바꾸는 공급망 다변화
이번 성과는 단순한 실험실 연구를 넘어 한국의 자원 전략과 산업 구조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는 연구로 평가받는다. 재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폐배터리를 사용해 산업화킬 수 있는 발단을 마련한 때문이다.
2026년 현재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 확대로 폐배터리 발생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 광물의 수요 역시 폭증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이들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공급망 확보에 난항을 겪는 경우 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시전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자원 확보를 이룰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 차원의 과제 하나를 해결한 일일 수도 있다. 단적으로 미생물 기반 회수 기술은 도시광산 전략을 강화해 국내에서 자원을 다시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에 가깝다는 의미다.
기존 화학적 공정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강산 사용을 줄여 환경 부담을 낮추고 탄소 저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ESG 경영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미생물이 생산하는 유기산을 활용한 기술은 산업 현장에서 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재활용 공정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은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대부분 화학적·열적 공정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이 생물자원 기반 기술을 선도한다면 국제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진다.
◆ 생물자원이 열어가는 미래 산업 활짝
이번 성과는 단순한 금속 회수를 넘어 생물자원이 첨단 산업 공급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한국이 이 기술을 선도적으로 상용화한다면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의 전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자원 안보 강화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리튬을 국내에서 회수할 수 있다면 공급망 불안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진다. 둘째, 산업 생태계 확장이다. 미생물 기반 기술은 화학·환경·에너지 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셋째, 국제 협력과 표준화다.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국제 인증과 표준화 과정이 필수적이며, 이를 선도하는 국가는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실험실 수준의 성과가 대규모 산업 공정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 처리 비용과 속도가 기존 화학 공정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국제 표준화와 인증 과정을 거쳐야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결국 상용화의 성패는 기술적 우수성뿐 아니라 경제성과 확장성에 달려 있다.
정유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이용기술개발실장은 “황산과 같은 화학약품 사용을 줄이면서 리튬 자원의 재활용 가치를 높이고, 향후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 활성화와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연구는 단순한 실험실 성과가 아니라 한국의 미래 산업 전략과 국제 경쟁 구도 속에서 작은 미생물이 던진 거대한 도전장이라 할 수 있다. 자원 안보와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