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재영 기자] 정부가 올해 첫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을 실시하면서 입찰 상한가격을 지난해보다 5% 낮췄다. 내년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 개편을 앞둔 사실상 마지막 경쟁입찰인 만큼 재생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가격 기준을 제시하는 동시에 장기고정가격 계약시장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려는 정책 신호로 풀이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6일 ‘2026년도 제1차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을 공고했다. 공고 물량은 총 1000MW 내외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입찰 상한가격은 147.686원/kWh로 지난해보다 약 5% 낮췄다. 정부는 국내 태양광 균등화발전비용(LCOE) 하락 추세와 최근 입찰 수요, 시장 여건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태양광 모듈에 대한 우대는 유지됐다. 탄소검증모듈 1등급에는 16원/kWh, 2등급에는 7원/kWh의 우대가격이 적용된다. 정부는 최근 시장가격 차이를 반영해 1등급은 지난해보다 4원 올리고 2등급은 2원 낮췄다. 이는 국내 제조업계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진 저탄소 모듈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규제 대응에도 유리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 이전보다 낮은 사업비로 경쟁력 유지 가능해
이번 단가 인하는 국제 시장 흐름과도 맞물린다. 유럽연합은 최근 대규모 입찰에서 40~60원/kWh 수준까지 가격이 낮아진 사례가 있으며, 미국 역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지원 속에 단가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한국의 147원대 단가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정부가 단계적 인하를 통해 국제 경쟁력 확보를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국내 태양광 산업이 글로벌 시장과 가격 격차를 좁히는 과정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입찰 상한가격이 낮아지면서 발전사업자는 이전보다 낮은 사업비와 높은 발전 효율을 확보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금융비용과 시공비, 유지관리 비용 절감이 수익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은 자금 조달 능력과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유리한 반면, 중소 발전사업자는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PC(설계·조달·시공) 업체와 금융기관, 유지관리 기업까지 영향을 받으며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태양광 프로젝트 파이낸싱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중소 사업자의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대기업과 공기업 중심의 대규모 프로젝트는 안정성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산업 내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모듈 제조업계는 탄소인증 우대 정책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일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는 여전히 가격과 품질, 기술 혁신이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국내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 향후 장기고정가격 계약시장 가격 수준 가늠 기준점 자리매김
현재 국회에는 RPS를 폐지하고 장기고정가격 계약시장으로 제도를 일원화하는 내용의 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법안이 올해 하반기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장기고정가격 계약시장이 재생에너지 거래의 중심이 되고, REC 현물시장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폐지된다.
그러나 법안 처리 지연 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 정치적 합의 여부가 향후 시장 안정성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여야 간 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한 이견이 남아 있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번 경쟁입찰 결과가 향후 장기고정가격 계약시장의 가격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REC 가격 변동보다 장기 계약을 얼마나 경쟁력 있는 가격에 확보하느냐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기술·운영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갖춘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며, 저탄소 모듈 경쟁력 확보는 국내 제조업계의 글로벌 진출에도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사업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태양광 산업의 체질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장기고정가격 계약시장이 본격화되면 사업자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효율성과 원가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된다. 이는 단순히 가격 인하를 넘어 산업 구조 전반의 혁신을 요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심진수 기후에너지환경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 개편은 장기고정가격 계약시장을 통해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법안 통과 이후 시장이 안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세부 방안을 조속히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