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와 손잡고 드론 공동 생산에 나섰다. 러시아와의 전쟁을 통해 검증된 우크라이나의 실전 기술과 유럽의 생산 기반을 결합해 역내 방산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군사 지원을 넘어 우크라이나를 유럽 방산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으로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유럽이 독자적인 안보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이번 협정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방산업계에도 직접적인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K-방산이 최근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EU의 공동 생산 체제 구축은 기회이자 새로운 경쟁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드론에서 미사일에 이르기가지 확대되는 유럽 방산 협력
로이터통신 등 서방 언론은 지난 15일(현지시간) EU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기간 축적한 드론 기술을 공동 생산 체제로 연결하는 첫 범유럽 협정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국가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와 우크라이나가 드론 딜(Drone Deal)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의 창의성과 유럽의 산업 역량을 결합해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생산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직접적인 언급은 이번 협정이 단순한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산업 프로젝트로 이어질 것임을 보여준다.
그 배경은 명확하다. 그가 언급한 ‘드론 딜’이라는 표현은 군사적 협력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를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산업 파트너로 격상시키려는 EU의 전략적 의도를 드러낸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실전 기술을 유럽 제조업과 접목해 방산 자립을 가속화하려는 행보로 향후 유럽 방산 공급망 재편을 여는 첫 단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이번 협정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통해 축적한 드론 운용 기술과 유럽의 제조 기반을 결합해 공동 생산시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음이 분명하다. 지금까지는 덴마크·에스토니아·네덜란드 등과 양자 협력이 이뤄졌지만 EU 전체가 참여하는 협정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개별 국가 차원의 지원을 넘어 EU 차원에서 전략적 산업정책으로 격상된 것으로 규모와 영향력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그를 증명하듯 AP통신은 이번 협력이 단순히 드론 생산에 그치지 않고 대(對)드론 체계와 탄도미사일 요격체계 공동 개발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2028년까지 미사일 방어 분야까지 협력을 넓히는 계획은 유럽이 장기적으로 방산 자립 기반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드론은 현대전의 상징적 무기지만 미사일 방어체계까지 협력이 확대되면 유럽은 독자적인 전략무기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는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NATO 내에서의 위상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EU가 최근 추진 중인 ‘재무장 유럽(ReArm Europe)’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회원국 공동 조달과 역내 생산 확대를 통해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적인 방산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이 그것으로 이번 협정은 그 연장선에서 드론을 시작으로 현대전에 필요한 핵심 무기체계를 공동 개발하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로 ‘재무장 유럽’은 단순한 정책 구호가 아니라 실제 산업 협정으로 구체화되고 있으며 드론 협정은 그 첫 단추로 앞으로 다른 무기체계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거나 개별 국가 차원의 협력을 이어왔다. 그러나 EU 차원에서 공동 생산 체계를 구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첨단 군사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산업 파트너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저렴한 드론이 전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유럽이 드론을 산업정책의 핵심으로 삼는 것은 전쟁 경험을 산업적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 한국 방산업계에 미칠 파장과 전망은?
국내 방산업계도 이번 협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K-방산은 최근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시장에서 전차와 자주포, 다연장로켓 등을 앞세워 수출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EU가 역내 공동 생산과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낼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유럽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 방산업체들이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EU의 자립 전략은 외부 기업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시장 경쟁을 넘어 산업정책 차원의 도전이 될 수 있다.
반면 드론과 전자장비, 센서, 반도체 등 일부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이 공동 개발이나 부품 공급에 참여할 여지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정은 단순히 드론을 함께 만들자는 수준이 아니라 유럽 방산 생태계를 재편하려는 산업정책의 성격이 강하다”며 “앞으로 유럽 방산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완제품 수출보다 현지 생산과 공동 개발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에게는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이 유럽 방산 자립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U가 우크라이나와의 협력을 통해 드론·미사일 등 첨단 무기체계 공동 개발에 나서면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균형을 모색할 수 있다. 동시에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는 유럽이 독자적 공급망을 갖춘 또 하나의 거대한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제정치적 의미도 크며, 글로벌 무기 시장의 판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따라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방산업체들에는 기회와 도전이 동시에 찾아올 전망이다. 일부 분야에서는 협력의 문이 열리겠지만 전통적인 무기 수출 시장에서는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결국 이번 ‘드론 동맹’은 유럽 내부의 산업정책을 넘어 글로벌 방산 질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결국 한국 기업은 유럽의 변화에 맞춰 전략을 수정해야 하며 단순 수출 중심에서 벗어나 현지 협력·공동 개발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