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황의 e법칙] 시진핑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모두의 인공지능!"

공정하고 평등한 AI 거버넌스를 선언한 중국



[엔트로피타임즈 황상규 칼럼니스트]


지난 7월 17일 중국 상하이에서는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2026, 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가 개막했다. 2026년 올해 대회의 주제는 '지능형 파트너, 함께 미래를 창조하다(Intelligent Partners, Co-create the Future)'​였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산업 전시회가 아니었다. 140여 개의 포럼이 열렸고, 1400여 명의 국내외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1100여 개 기업이 참가해 3000여 개의 AI 전시품과 300여 개의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세계 AI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전 세계의 이목을 끈 것은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발표한 기조연설이었다. 연설 제목은 '공정하고 평등한 글로벌 AI 거버넌스 체계를 함께 구축하자(Joining Hands to Build a Just and Equitable System for Global AI Governance)」'였다.


세계 AI 질서의 분기점, 상하이 WAIC 2026

 

이 연설은 단순한 개막사가 아니라 중국이 앞으로 어떤 AI 국제질서를 추구할 것인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정책 메시지였다. 미국이 첨단 AI 반도체와 거대 AI 생태계를 중심으로 기술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모두를 위한 AI'와 '국제 AI 거버넌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큰 아쉬움을 느꼈다. 원래 우리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AI와 반도체 경쟁에서 제3의 길을 훌륭하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엇기 때문이다.

 

이번 연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표현은 "AI 발전은 어느 한 나라의 독주가 아니라 국제협력의 ‘교향곡’(symphony)이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미국의 대중국 AI 반도체 수출통제와 기술 봉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도, AI는 특정 국가의 독점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핵심 내용은 일곱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AI는 특정 국가나 소수 기업이 독점해서는 안 되며 모든 국가가 함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기술뿐 아니라 윤리와 안전, 법률, 국제규범을 포함하는 글로벌 AI 거버넌스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셋째, 상하이를 본부로 하는 세계 AI 협력기구(WAICO)​를 설립해 국제표준, 공동연구, 기술교류, 개발도상국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넷째, 향후 5년 동안 AI 교육과 연수 인력 5000명을 양성하고 ASEAN, BRICS, 아프리카연합(AU), 아랍연맹, 중남미 국가공동체 등과 AI 협력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다섯째, 중국이 개발한 AI 기반 기상경보 시스템 'MAZU'​를 30개국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섯째, AI는 사람 중심이어야 하며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AI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류 공동번영이며, 국제사회가 함께 혜택을 나누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러한 제안은 AI 기술 경쟁을 넘어 국제질서와 글로벌 리더십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도 ESG 시대… 기술보다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이번 WAIC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AI 성능 경쟁보다 AI를 어떤 원칙과 방향성을 가지고 활용할 것인가를 밝힌 점이다. 더구나 중국이라는 초거대국가의 국정 최고책임자가 직접 나서서 강조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세계는 AI를 단순한 산업기술이 아니라 ESG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환경 측면에서는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와 탄소배출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사회 측면에서는 일자리 변화와 정보격차,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 편향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AI의 투명성과 책임성, 국제규범과 윤리 기준 마련이 핵심 이슈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접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과제로 반영하고 있다.

 

이번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기조연설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AI를 국제사회가 함께 활용하고, 개발도상국과 기술을 공유하며, 국제규범을 마련하고, 사람 중심의 AI를 강조한 것은 ESG의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 가치와 상당 부분 연결된다.

 

물론 선언과 현실은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 중국 역시 AI를 국가 경쟁력과 안보의 핵심 수단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보호와 표현의 자유 등에서는 국제사회와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AI를 국제적 공공재의 관점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앞으로 세계 AI 질서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늦었지만 한국도 세계 AI 협력에 서둘러 나서야

 

우리 정부도 최근 소버린 AI를 국가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 언어와 문화, 산업과 법체계에 맞는 독자적인 AI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방향은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다.

 

다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우리는 생성형 AI 혁명이 시작될 당시 다소 안이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 미국은 막대한 민간투자와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했고, 중국은 국가 차원의 전략과 국제 AI 거버넌스를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 사이 한국은 규제와 지원,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늦은 것은 아니다. 많은 국가는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에도, 중국 중심의 AI 질서에도 일방적으로 편입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각국은 자국의 데이터 주권과 산업 경쟁력,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AI 혁명의 혜택은 함께 누리기를 원한다.

 

바로 이 지점에 한국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 우리는 어느 한 진영의 기술을 확산시키는 국가가 아니라, 각국의 주권과 이익을 존중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AI 협력 모델을 제시하는 중견국이 될 수 있다. 독자적인 소버린 AI를 기반으로 국제 AI 윤리와 안전 기준 마련에 적극 참여하고, 개발도상국과의 공동연구와 교육 협력을 확대한다면 한국은 기술 강국을 넘어 신뢰받는 AI 협력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AI 시대의 경쟁은 더 이상 누가 더 빠른 기술을 개발하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더 공정한 규칙을 만들고, 더 많은 나라와 함께 성장하며, 인류가 신뢰할 수 있는 AI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의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2026에서 중국은 '공정하고 평등한 글로벌 AI 거버넌스'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이제 한국도 소버린 AI를 넘어 세계 AI 거버넌스 형성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반도체 뿐만 아니라, 기술과 신뢰와 바람직한 거버넌스 모델을 수출하는 AI 국가 전략을 다시금 점검해야 할 때다.
 


황상규 칼럼니스트
ESG평가연구소장,  ISO26000한국전문가포럼 공동대표,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 환경윤리학 박사 수료, , ‘사회책임의 시대‘(2013)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