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축분뇨 연료 규제 푼 환경부.. 시장 활성화 승부수 통할까

보조원료 혼합 허용·발열량 기준 완화로 시장 현실 반영
사업성 높였지만 안정적 수요처 확보는 풀어야 할 과제

 

[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가축분뇨를 고체연료로 활용하는 기준이 대폭 완화된다. 환경부는 이를 재생에너지 활성화와 탄소중립을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사실상 그동안 시장 형성을 가로막았던 규제를 현실에 맞게 손질한 것에 가깝다.

 

21일 환경부는 국무회의에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가축분뇨 고체연료의 원료와 발열량, 생산 방식 등 핵심 기준을 전반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연료 품질 기준의 현실화다. 기존에는 가축분뇨만으로 고체연료를 생산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왕겨, 농업부산물, 커피찌꺼기, 톱밥 등 보조원료를 40% 미만까지 혼합할 수 있다. 가축분뇨만 사용하는 경우에는 저위발열량 기준도 기존 3000㎉/㎏ 이상에서 2000㎉/㎏ 이상으로 완화된다. 반드시 펠릿 형태로 성형해야 했던 생산 방식 역시 분진과 화재 위험만 관리하면 비성형 제품 생산도 허용된다.

 

환경부는 이를 현장 여건에 맞는 합리화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동안의 기준으로는 사업성이 떨어져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가축분뇨는 수분 함량과 회분 함량이 높아 발열량 확보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열량 기준을 맞추려면 별도의 건조 과정이나 다른 바이오매스와의 혼합이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은 결국 '가축분뇨만으로는 시장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현실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인정한 것으로도 읽힌다.

 

◆ 해외는 제도 지원으로 산업화, 국내는 시장 형성이 관건
환경부는 규제 완화와 함께 관리기준도 강화했다. 고체연료 생산시설은 성분기준 준수 계획과 사용시설 확보계획 등을 허가 단계에서 제출해야 하며 보조원료 혼합비율 변경 시에도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 생산 과정과 사용량은 관리대장에 기록해 3년간 보존하도록 했다.

 

다만 이번 제도 개선이 실제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누가 이 연료를 사용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과제가 남아 있다. 고체연료는 생산보다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가 사업성의 핵심이다. 발전소나 산업용 보일러, 시멘트업계 등 실제 소비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규제 완화만으로 시장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경성 논란도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정부는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면 탄소중립과 수질 개선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연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기오염물질 관리와 주민 수용성 확보는 별도의 과제로 지적된다.

 

이 같은 고민은 해외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일본 이와테현에서는 하루 400톤의 닭 분뇨를 처리해 6,250kW급 발전설비를 운영하며 전력 판매와 비료 재활용으로 연간 1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덴마크와 독일은 주민 협동조합 참여와 장기 보조금 정책을 통해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농가 소득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결국 해외 사례가 보여주듯 단순한 규제 완화만으로는 시장이 살아나기 어렵고 안정적 수요처 확보와 제도적 지원, 주민 참여가 결합되어야 지속 가능한 모델이 만들어진다. 국내에서도 일부 지자체가 소규모 에너지타운을 조성해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초기 단계로, 발전소·시멘트업계 등 대규모 수요처와의 연계가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가축분뇨 고체연료가 단순히 폐기물 처리 대안이 아니라, 지역 에너지 자립과 농가 소득 다변화로 이어지려면 정부의 보조금·인허가 간소화·장기 구매계약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