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기료 절감 넘어 돈 되는 태양광” 가정·공장 태양광 ‘환경가치’ 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자가소비용 재생에너지 인증서(REGO)’ 본격 도입
주택·공장서 직접 쓴 태양광 전력도 정부 인증 받아 기업에 판매 가능

 

[엔트로피타임즈 김재영 기자] 주택 지붕이나 공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가 단순히 전기요금을 아끼는 수단을 넘어 새로운 수익 창출 자산으로 재탄생한다. 정부가 자가소비 목적으로 생산해 직접 사용한 재생에너지에도 공식 인증서를 부여하고 이를 RE100 이행이 필요한 기업에 매매할 수 있는 제도적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1일 이러한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자가소비용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인증서(REGO)’ 제도 도입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전력 자체를 파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전력이 태양광 등 깨끗한 재생에너지로 생산되었다는 친환경 속성, 즉 ‘환경가치’만 별도로 분리해 거래하는 데 있다.

 

그동안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전력을 외부에 파는 발전사업자 중심의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제도로 운영되어 왔다. 이 때문에 자신이 직접 쓰기 위해 태양광을 설치한 주택이나 공장은 전력망에 전기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경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REGO 제도는 바로 이 자가소비형 설비를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가치를 되찾아주는 핵심 열쇠다.

 

◆ 기존 REC 시장 소외됐던 소규모 자가소비 설비, 수익 자산으로 대전환
새로 도입되는 제도로 인해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이들은 단연 주택 태양광 설치 가구다. 현재 일반 가정에서 흔히 설치하는 3kW급 주택용 태양광은 연간 약 3,500에서 4,000kWh의 전력을 생산한다. 지금까지는 누진세 완화를 통한 전기요금 절감 효과가 경제적 이득의 전부였으나 앞으로는 발전량만큼 REGO 인증서를 발급받아 기업에 팔 수 있게 된다.

 

기존 REC 시장의 환경가치 거래 시세인 kWh당 30원에서 50원 선을 적용할 경우 3kW 주택 태양광 보유 가구는 매년 약 10만 원에서 20만 원 안팎의 현금성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태양광 설비 초기 설치비 회수 기간을 단축시켜 민간 부문의 태양광 보급 확대를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사업의 안정적인 안착을 위해 경기도 내 주택 태양광 보급사업 참여 가구 370곳을 대상으로 우선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소규모 개인이 직접 기업과 거래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지방자치단체나 전문 중개사업자가 소규모 설비를 모아 일괄 거래하는 공동 모집 및 중개 방식도 함께 검증할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100% 재생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하라는 RE100 요구를 받아온 국내 수출 기업과 대기업들에게도 REGO 제도는 가뭄 속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낮아 기업들이 RE100 이행에 필요한 인증서를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REGO가 도입되면 주택뿐만 아니라 산업단지 내 공장 지붕 태양광 등 수많은 자가소비 설비에서 나오는 환경가치가 시장에 공급되면서 기업들의 조달 비용 부담이 완화되고 선택지도 훨씬 넓어지게 된다.

 

이처럼 자가소비 재생에너지의 환경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유럽연합은 'Guarantee of Origin' 제도를 통해 자가소비 전력의 환경가치를 철저히 인증하고 유통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J-Credit' 제도를 통해 소규모 태양광 및 자가소비 설비의 감축량을 인증해 기업들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의 REGO는 이러한 국제 기준에 발맞추면서도 개인 소유의 소규모 주택 태양광까지 촘촘하게 포용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다만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설비의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한 스마트미터 보급과 블록체인 기반의 데이터 검증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또한 초기에 공급 물량이 몰리거나 수요가 적어 인증서 가격이 급락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일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11월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해 소규모 발전량 검증 모듈과 거래 시스템을 점검하고,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인 본사업을 시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