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배출가스저감장치 사후관리 강화.. 미검사 땐 과태료 최대 100만원

환경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 보급 넘어 실제 성능 유지로 체질 개선
DPF 성능 저하·세척 소홀 등 사후관리 사각지대 해소 착수

 

[엔트로피타임즈 김재영 기자] 한때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꼽혔던 배출가스저감장치가 다시 대기 환경 정책의 중심에 섰다. 다만 이번에는 장치를 얼마나 많이 보급했느냐가 아니라 이미 장착된 장치가 도로 위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엄격히 관리하는 사후관리가 핵심 화두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배출가스저감장치 성능확인검사를 받지 않은 차량에 대해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사후관리 체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동시에 인증기관 관리 기준을 손질하고 불필요한 행정절차는 간소화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이번 개정은 단순히 운전자에게 검사 의무를 하나 더 얹는 일시적 규제가 아니다. 지난 20여 년간 대규모 예산 투입을 통해 이뤄진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 양적 보급에서 질적 관리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되는 정책적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달기만 하면 OK? 앞으로는 실효성 확보에 방점
배출가스저감장치(이하 DPF)는 노후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매연)를 필터로 포집한 뒤 이를 고온으로 재태워 무해한 물질로 바꾸는 장치다. 정부는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 노후 경유차에 대규모 국비와 지방비를 투입해 DPF 부착 보조금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같은 정책 효과로 수도권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과거에 비해 개선되는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치 보급률에만 실적이 집중되면서 일단 장착을 마친 차량에 대한 사후관리에는 커다란 허점이 존재해 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DPF는 구조상 일정 기간 운행하면 내부 필터에 재와 매연 슬러지가 쌓이게 된다. 제때 전용 세척이나 부품 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저감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은 물론 차량 출력 저하나 연비 악화로까지 이어진다. 심한 경우 장치 내부가 훼손되거나 촉매가 손상되어 오히려 미세먼지를 그대로 배출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상당수 운전자들은 DPF 부착 이후 주기적인 세척이나 성능 점검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 기존 제도 역시 부착 후 3년 이내에 한 차례 성능확인검사를 받으면 이후에는 체계적인 이행을 강제하기 어려워 관리 사각지대가 방치되어 왔다. 환경부가 이번에 성능확인검사를 의무화하고 미이행 시 강력한 과태료 카드까지 꺼내 든 배경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성능확인검사의 실효성 확보다. 앞으로 배출가스저감장치 성능확인검사를 정해진 기간 내에 받지 않을 경우 1차 위반 시 60만 원, 2차 위반 시 80만 원, 3차 이상 위반 시에는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순 계도 수준에 머물던 과거와 달리 명확한 법적 제재 수단을 마련한 것이다.

 

검사 주기와 시기도 현실에 맞춰 재조정된다. 차종별 운행 특성을 고려해 승용차는 기존보다 이른 시점에 성능을 확인하도록 하고 매일 먼 거리를 운행하는 승합차와 화물차 역시 검사 주기를 앞당겨 장치 성능 저하나 훼손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의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절차 간소화 조치도 병행된다. 지금까지는 저감장치를 폐차 등으로 반납할 때 중량이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장치 본체 전체를 제출해야만 했다. 이로 인해 수거·운반 및 보관 과정에서 정비업체와 폐차장의 불편이 컸다.

 

환경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장치 전체 대신 핵심 부품인 촉매만 제출하도록 절차를 개선했다. 사업자의 물류 부담을 대폭 줄이고 행정 효율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또한 저감장치 인증을 담당하는 시험·인증기관의 관리 기준을 엄격히 손질해 장치 자체의 초기 품질과 기술적 신뢰성도 함께 높이기로 했다.

 

◆ 안내 강화와 검사 인프라 구축이 성패 가를 것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이 미세먼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제도 연착륙을 위한 과제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노후 경유차를 주로 운행하는 이들이 소상공인, 생계형 화물차 운전자, 건설기계 종사자 등 취약계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성능확인검사 의무화로 인해 검사소를 방문해야 하는 시간적 부담과 함께 검사 결과에 따른 세척·수리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현장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검사를 받으려 해도 지역 내 전용 검사 인프라가 부족하면 예약 대기 시간이 길어져 생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과태료 부과라는 채찍만 가할 것이 아니라 DPF 세척 비용 지원을 확대하고 접근성이 좋은 검사 네트워크를 사전에 충분히 확보하는 당근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는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지만 겨울철과 봄철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은 여전히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도로 이동오염원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는 인체 위해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입체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결국 정부의 이번 제도 개선은 '저감장치를 몇 대나 더 달았는가'라는 숫자 중심의 실적주의에서 벗어나 도로 위를 달리는 장치가 실제로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이고 있는가를 검증하겠다는 정책적 선언이다.

 

양적 확대에서 질적 관리로 넘어가는 이번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단지 규제 강화에 그치지 않고 체계적인 지원과 현장 인프라 구축을 발판 삼아 대기질 개선이라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