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안보

독일 해군이 선택한 레이저 방공.. K방산의 다음 기회 될까

드론 떼 공격에 수십억 미사일 쏘던 시대 한계 직면
독일, 독·영 컨소시엄과 해군용 레이저 체계 개발 계약

 

[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거치며 현대 전장의 공식이 근본적으로 뒤흔들리고 있다. 수천 달러에 불과한 값싼 드론이나 무인기를 요격하기 위해 한 발당 수십만에서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정밀 유도미사일을 퍼붓는 방식이 심각한 비용 비대칭 한계에 부딪히면서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 군사 강국들은 가성비와 무제한 탄약을 갖춘 ‘고출력 레이저 무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독일은 최근 해상 전장에서 레이저 무기를 실제 전력화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독일 연방군 장비·정보기술·운용지원청(BAAINBw)은 최근 독일 해군 함정에 탑재할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체계 개발 계약을 라인메탈(Rheinmetall) 및 MBDA 컨소시엄과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업 전력화 목표 시점은 2029년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단일 신형 무기 도입을 넘어 글로벌 해군 방공 체계의 패러다임이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미사일 시대에서 레이저 시대로.. 비용 비대칭이 가져온 전장 혁신
그동안 함정 대공 방어망의 주역은 정밀 레이더와 결합된 대공미사일이었다. 하지만 무인기(드론)의 기술적 발전과 대량 투입 전술이 보편화되면서 기존 방방 체계는 구조적 허점을 드러냈다. 수천 달러 수준의 소형 드론 떼를 막기 위해 기둥뿌리를 뽑듯 고가의 요격 미사일을 소모하는 것은 군사 재정 측면에서 지속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레이저 무기는 이러한 비용 비대칭성을 단숨에 해소할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전력만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면 사실상 무제한 탄약 보유 효과를 누릴 수 있고 발당 요격 비용 역시 전기료 수준으로 극단적으로 낮출 수 있어서다.

 

독일이 추진하는 체계 역시 공중 드론 표적뿐만 아니라 해상 고속정 및 지상 표적 대응까지 능동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라인메탈과 MBDA는 이미 실전용 해상 시연기를 기반으로 1년 이상의 가혹한 실전 환경 테스트를 거쳤으며 1,000회 이상의 사격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다양한 국가에서 발견되고 있다. 레이저 무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제적 대응인 셈이다. 현재 영국 해군은 차세대 레이저 방공 체계인 '드래곤파이어(DragonFire)'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미국 또한 해군 함정 및 지상 주요 시설 방어용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를 현장에 꾸준히 배치하며 고도화하고 있다.

 

글로벌 방산업계는 이번 변화의 핵심이 단순히 새로운 무기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방공 시스템 전체의 구조적 변화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의 방공망은 레이더 탐지 후 미사일이나 기관포로 요격하는 단순한 구조에 머물렀다. 그러나 앞으로의 차세대 방공망은 AI 기반 표적 탐지·식별을 시작으로 전자전, 레이저 요격, 저비용 대드론 체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방어망으로 발전해 나갈 전망이다.

 

◆ K방산도 포탄·전차 넘어 첨단 통합 방공망 구축 시급
글로벌 방산 시장의 거대한 축 이동은 한국 방산업계에도 단순한 기술 추적을 넘어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커다란 과제이자 기회를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한국 역시 한반도 특유의 안보 환경 속에서 북한의 정찰 및 정밀 공격형 무인기 도발 위협에 직면함에 따라 레이저 방공 무기체계의 실전 배치를 목표로 개발 속도를 가파르게 올려왔다.

 

이를 위해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내 방산업체들은 소형 무인기 요격을 목적으로 한 레이저 대공무기(Block-I) 체계 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왔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시제 제작에 참여한 Block-I 체계는 광섬유 레이저를 활용해 소형 드론을 순식간에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발당 사격 비용이 단 몇 천 원 수준에 불과하고 표적을 정밀하게 타격해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 수도권 주요 시설 및 전방 부대 방어의 핵심 전력으로 기대를 모은다.

 

나아가 정부와 방산업계는 정찰용 드론을 넘어 고고도 무인기나 유도탄까지 요격할 수 있는 출력이 대폭 향상된 'Block-II' 및 출구 전략형 차세대 레이저 무기 기술 확보로 시선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한화시스템을 비롯한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은 고출력 레이저 발생 장치 및 정밀 추적 센서, 대드론 통합 솔루션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정의하고 핵심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탐지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 레이저 요격 수단을 하나로 엮은 복합 대드론 체계를 선보이며 지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지향성 에너지 솔루션 라인업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그동안 K방산의 화려한 글로벌 수출 성과는 K2 전차, K9 자주포, 천궁-II 대공유도무기, FA-50 경공격기 등 우수한 제조 역량과 가성비, 신속한 납기 능력을 앞세운 단품 플랫폼 중심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방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드론의 대량 투입 전술과 이를 막아설 지향성 에너지 무기로 빠르게 전환됨에 따라 향후 수출 시장에서 요구하는 경쟁력의 기준점 역시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방산 전문가들은 미래 방산 수출의 승패가 단순히 단단한 전차나 강력한 포탄을 찍어내는 제조 능력을 넘어선다고 입을 모은다. 요격 성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탐지 레이더 및 광학 센서 ▲실시간 위협을 판별하는 지휘통제 시스템 ▲적 드론의 통신을 무력화하는 전자전 장비 ▲빅데이터와 AI 기반의 자동 표적 할당 알고리즘 ▲그리고 레이저와 비살상 요격 수단까지를 하나의 유기적인 소프트웨어 체계로 통합하는 자율형 다층 방공망 구성 역량이 핵심 판가름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럽과 중동, 아시아 국가들이 일제히 드론 위협을 막아설 차세대 방공 솔루션을 갈구하고 있는 지금, 포탄과 전차로 세계 방산 시장에 깊은 인상을 남긴 K방산이 레이저와 AI 방공 솔루션을 연계한 차세대 통합 방공 체계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