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재영 기자] 정부가 녹색전환과 경제안보 차원에서 핵심 전략 산업의 국내 생산을 직접 지원하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했다.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에 생산량에 비례해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생산 지원 방식을 참고한 한국판 IRA 성격의 첫 조치로 평가된다.
그동안 국내 세제 지원이 설비 투자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제도는 실제 생산량과 연계해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첨단산업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핵심 산업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 전환으로 풀이된다.
◆ 반도체·배터리·태양광 6대 전략산업 지원.. 생산 기업엔 세제 혜택
정부가 7일 공개한 세부 방안에 따르면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은 태양광발전·풍력발전·이차전지·반도체·핵심소재·AI 로봇부품 등 6대 핵심 전략산업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해당 제도를 처음 반영했다.
해당 제도는 내국인이 대상 제품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고 판매할 때 생산량과 기준공제액을 곱해 세액공제 규모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제도는 2036년 12월 31일까지 최장 10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이번 제도 도입의 배경에는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이 자국 내 첨단산업 생산시설 확보를 위해 세제 혜택과 보조금 정책을 확대하는 가운데 한국 역시 핵심 산업의 생산 거점을 국내에 붙잡기 위한 정책 수단 마련에 나선 것이다.
특히 반도체·배터리 소재·재생에너지 부품 등 전략 품목은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공급망 충격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비용 경쟁력과 공급망 여건 등을 이유로 해외 생산을 선택했던 기업들이 국내 생산시설 유지나 유턴(리쇼어링)을 검토할 수 있는 세제상 유인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미·중 공급망 경쟁 속 국내 생산 유도.. 중복 지원은 변수
이번 제도의 또 다른 특징은 생산 지역에 따른 차등 지원이다. 정부는 지방 주도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생산지역별 계수를 도입하고, 수도권을 기본치인 1.0으로 설정했다. 비수도권 광역시는 1.1, 기타 비수도권은 1.3, 기타 비수도권 우대지역은 1.5의 계수를 적용한다. 같은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지방 투자 기업이 더 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첨단산업 생산시설의 지역 분산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제도가 실제 투자 확대로 이어질지는 세부 기준과 기업 체감 효과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변수는 기존 통합투자세액공제와의 중복 적용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재정 부담과 주요국 사례 등을 고려해 중복 지원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결정할 때 투자금액 기준 세액공제와 생산량 기준 세액공제 중 어느 방식이 더 유리한지 따져봐야 한다.
또 지원 기간 후반부에는 공제 비율이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마지막 3년간 공제 비율은 75%, 50%, 25% 수준으로 줄어들 예정이어서 초기 투자 유인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생산비 부담까지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결국 제도의 실효성은 향후 마련될 시행령과 세부 기준에 달려 있다. 세액공제 대상 품목의 범위와 기준공제액 수준에 따라 기업들이 체감하는 지원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향후 국회 세법 개정안 논의와 후속 법령 마련 과정에서 업종별 협회와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세부 기준을 다듬어갈 방침이다.
미국과 중국, 유럽이 자국 생산 확대를 위한 산업정책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의 국내생산세액공제가 첨단산업 공급망 안정과 지역 투자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