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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생존 위협하는 폭염.. 기후 비용 줄일 제도적 해법은

오늘부터 농업재해보험 손질.. 이상고온도 재해 범위 포함
재해보험 보완 나섰지만 품종·시설 전환 등 적응책은 과제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지난 2일 경남 양산의 기온이 42.5도까지 치솟았다. 1904년 국내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이었다. 40도를 넘는 폭염이 남부지방 곳곳을 덮치면서 사람들의 일상뿐 아니라 농업과 축산, 수산업의 생산 기반에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기록적인 폭염을 다루면서 강원도의 감자밭에서 고온으로 감자가 땅속에서 썩어가는 사례를 소개했다. 폭염이 농작물의 생육과 수확량을 떨어뜨리는 수준을 넘어 농가의 생산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피해가 더 이상 예외적인 사례로만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폭염이 잦아지고 강도가 세지면서 농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가 발생한 뒤 보상하는 것만으로는 반복되는 기후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의 대응도 피해 지원에서 기후변화에 맞춘 생산 기반의 전환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한국 정부 역시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농축수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대응에 나서는 한편 오늘부터는 농어업재해보험 제도를 개편해 대규모 자연재해 피해에 따른 농가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로 한 것. 이상고온을 농어업재해의 범위에 포함하는 법 개정도 시행된다.

 

하지만 폭염이 반복될수록 기존의 대응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피해가 발생한 뒤 복구비와 지원금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생산 기반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폭염은 농업과 수산업이 반복되는 극한기후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그리고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 42.5도가 덮친 농촌.. 폭염에 흔들리는 생산 기반
이번 폭염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가디언이 소개한 것은 강원도의 감자밭이다. 가디언은 고온이 이어지면서 감자가 땅속에서 물러지고 썩는 피해가 발생했고, 농민들이 수확을 앞두고 작황을 걱정하는 상황을 전했다.

 

가디안의 우려는 단지 이번 사태가 돌발적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데 방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그로 인한 지속적인 피해 역시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과제임을 명시한다. 가디안에 따르면 고온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수확량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수확량 감소가 가장 직접적인 피해로 수치화되지만 이외에도 작물의 생육 시기와 품질이 달라지고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 관개와 냉각에 필요한 비용도 늘어난다. 가축은 고온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양식장에서는 수온 상승에 따른 폐사 위험이 커진다.

 

한 국가의 1차 산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이니만큼 정부 역시 올해 여름철 재해 가운데 폭염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보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철 농업재해 대책을 가동하고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현장 점검과 농업인 안전관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은 폭염이 농가의 생산 차질을 넘어 농산물 전체의 수급 불안으로 확산할 수 있어서다. 작물의 생육이 늦어지거나 출하량이 줄면 특정 품목의 가격이 급등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역시 수급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피해 최소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디언이 한국 농민들의 피해를 비중 있게 다룬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가디언은 한 차례의 이상기후가 아니라 폭염의 반복으로 농가의 생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사에서 언급됐듯 고온이 이어지는 기간이 길어지고 극단적인 기온이 반복될수록 농가가 감당해야 할 위험도 커진다. 이것이 심각한 것은 한 번의 재해를 견디는 것과 매년 비슷한 피해를 감수하며 농사를 이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 보험 손질만으로는 감당 불가능한 폭염 피해
가디언이 한국의 폭염 피해에서 주목한 또 다른 부분은 보험이다. 반복되는 극한기후로 농작물 피해가 늘어날 경우 보험이 모든 피해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면 손실은 결국 농가의 경영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변화가 농가의 소득과 부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농업재해 안전망을 손질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늘부터 시행되는 개정 농어업재해보험법에 따라 일정 기준을 넘는 자연재해 피해는 보험료 할증을 산정할 때 제외할 수 있게 된다. 대규모 자연재해처럼 농가가 예측하거나 피하기 어려운 피해까지 다음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으로 이상고온도 농어업재해의 범위에 명시된다. 폭염과 이상고온에 따른 피해를 기존의 일시적인 기상 피해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할 농업재해로 다룰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다만 제도 보완만으로 반복되는 폭염 피해를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보험료를 어떻게 책정할지, 국가가 어느 수준까지 보험료와 피해를 부담할지, 보험으로 보장하기 어려운 반복적인 피해를 어떤 정책수단으로 보완할지는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다.

 

더불어 농업 현장의 적응 투자도 필요하다. 고온에 강한 품종 개발과 재배지 변화, 스마트농업 시설 확대, 축산시설의 냉방·환기 개선, 양식장의 수온 관리 등은 피해가 발생한 뒤 보상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대응이기 때문이다. 재해보험이 피해를 분담하는 안전망이라면 생산시설과 재배방식을 바꾸는 투자는 피해 자체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다.

 

올여름 폭염을 계기로 농업재해를 바라보는 정부의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 이상고온을 농업재해로 명시하고 재해보험의 부담을 낮추는 등 제도적 안전망을 보완하는 조치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그나마 위로가 되는 부분이다. 다만 폭염이 반복될수록 피해 규모와 양상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보험과 재난지원에만 의존하기는 어렵다는 점 역시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