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황의 e법칙] 2028년 유엔해양총회 부산 개최와 해양수도 부산의 과제

 

[엔트로피타임즈 황상규 칼럼니스트]


2028년 제4차 유엔해양총회(UN Ocean Conference, UNOC4)가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리게 되었다. 지난 8월 10일 해양수산부는 ‘제4차 유엔해양총회 개최도시 선정위원회’ 제2차 회의를 열어 부산광역시를 개최도시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부산과 제주가 경쟁한 가운데 해양산업·연구·교육 기반과 국제회의 인프라, 해양도시로서의 상징성, 유엔해양총회의 취지와의 높은 연계성 등이 부산의 강점으로 평가됐다.

 

이는 단순히 부산에서 대규모 국제회의 하나가 열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세계 각국의 정상과 정부 대표, 국제기구, 과학자, 기업, 시민사회가 모여 인류 공동의 자산인 바다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다. 특히 2028년은 2030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불과 2년 앞둔 시점이다. 따라서 제4차 유엔해양총회는 그동안 국제사회가 약속한 해양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의 성과를 점검하고, 실행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엔해양총회는 왜 중요한가 ?

 

유엔해양총회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가운데 SDG 14, ‘해양생태계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Life Below Water)’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최고위급 국제회의다. 해양오염, 해양생물다양성, 기후변화, 수산자원, 해운, 해양경제, 해양과학, 국제법 등 바다와 관련된 거의 모든 국제적 현안을 다룬다.

 

2017년 뉴욕에서 제1차 회의가 열린 뒤, 2022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제2차 회의, 2025년 프랑스 니스에서 제3차 회의가 개최됐다. 2025년 제3차 회의에서는 프랑스와 코스타리카가 공동 개최국이었으며, 170개 이상의 국가가 해양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한 정치적 선언을 채택했다. 유엔은 이 선언과 각국 및 다양한 주체의 자발적 공약을 묶어 ‘니스 해양행동계획(Nice Ocean Action Plan)’으로 발전시킨 바 있다.

 

그리고 2028년 제4차 회의는 칠레와 대한민국이 공동 개최국이다. 2025년 니스 회의에서 이미 2028년 회의를 칠레와 대한민국이 공동 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대한민국 안에서 8월 10일, 부산이 개최도시로 선정된 것이다.

 

UN SDG 14, 바다의 미래를 결정하는 10가지 의제

 

유엔해양총회의 중심에는 SDG 14가 있다. SDG 14는 해양·바다·해양자원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2025년 제3차 유엔해양총회에서는 10개의 ‘Ocean Action Panel’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주요 내용은 첫째, 해양·연안 및 심해 생태계의 보전·복원, 둘째, 해양과학·기술·교육 및 지식의 확대, 셋째, 해양보전을 위한 재원 동원, 넷째, 해양오염과 플라스틱 등 오염의 예방·감축, 다섯째, 지속가능한 수산업과 소규모 어업인 지원이다.

 

여기에 여섯째, 지속가능한 해양경제와 지속가능한 해상운송, 연안공동체의 회복력, 일곱째, 해양·기후변화·생물다양성의 연계, 여덟째, 지역·국제적 협력, 아홉째, 해양식량과 식량안보, 마지막 열번째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기반한 해양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것이다.

 

결국 UN 해양총회의 핵심 질문은 하나로 압축된다.

 

“인류는 바다를 어떻게 보전하면서 지속가능하게 이용할 것인가?”

 

그리고 2028년 부산회의에서는 이 질문에 대해 선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행동과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칠레와 공동 개최, 새로운 해양국가 비전 수립 기회

 

2028년 유엔해양총회가 한국에서 열리게 된 것은 한국의 해양 역량을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한국은 세계적인 조선산업과 해운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산은 세계적인 항만과 해양산업, 수산업, 해양연구·교육기관이 집적된 대표적인 해양도시다.

 

칠레와의 공동 개최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칠레는 태평양 연안국으로서 해양생태계와 수산자원, 해양보전의 중요성이 큰 국가다.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조선·해운·항만 역량을 가진 국가다. 따라서 두 나라의 공동 개최는 ‘해양생태계 보전’과 ‘지속가능한 해양산업’이라는 두 축을 연결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여기에서 기존의 경제성장 중심 해양정책을 넘어 ‘지속가능한 해양국가’라는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운과 항만의 탈탄소화는 매우 중요하다. 2025년 유엔해양총회에서도 지속가능한 해상운송과 해양경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으며, 해상운송의 탈탄소화가 중요한 국제적 과제로 제시됐다.

 

따라서 부산을 중심으로 친환경 선박연료, 그린메탄올, 수소, 재생에너지, 친환경 선박, 녹색해운항로 등을 연결한다면 한국은 말이 아닌 실제적인 녹색해운 모델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

 

‘해양수도’ 부산의 저력을 보여 줄 기회

 

부산의 유엔해양총회 개최는 부산이 오랫동안 내세워온 ‘해양수도 부산’이라는 구호를 실질적인 국제적 모델로 발전시킬 기회다.

 

그러나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것만으로 해양수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부산은 세계 해양도시들이 참고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해양도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첫 번째 과제는 그린포트(Green Port), 즉 녹색항만 전략이다. 부산항의 탄소배출을 줄이고 항만의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연료로 전환해야 한다. 선박뿐만 아니라 하역장비, 항만시설, 물류시스템 전체의 탄소중립을 추진해야 한다.

 

두 번째는 녹색해운(Green Shipping)과 친환경 선박연료다. 부산항을 그린메탄올·수소 등 친환경 선박연료의 공급과 벙커링이 가능한 동북아 녹색해운의 거점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유엔이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해상운송 의제를 부산의 구체적인 실행사업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환경의 조화다. 북극항로가 새로운 물류와 경제의 기회가 되더라도 북극 생태계의 훼손을 경시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부산은 북극항로를 단순히 ‘빠른 물류길’로 접근하기보다 북극해 환경을 보전하면서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는 새로운 해운모델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는 해양문화유산이다. 기존 UN 해양의제에서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해양문화와 역사적 자산을 부산의 특화 의제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장보고 무역항로 복원과 동아시아 해양교류, 조선통신사, 부산항의 근현대사, 난파선과 해양유산, 북항의 역사 등을 연결하면 부산만의 독창적인 해양문화 서사를 만들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시민참여형 해양거버넌스다. 바다의 문제는 정부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시민, 어민, 시민단체, 대학, 연구기관, 기업, 청년, 지역공동체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유엔해양총회 역시 정부뿐 아니라 과학계, 시민사회,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세계와 함께 모범적 해양도시의 모델을 만들자

 

2028년 부산 유엔해양총회의 성공 여부는 참가국 숫자나 행사 규모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부산이 세계 해양도시들에게 어떤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느냐에 있다.

 

부산은 이제 UN SDG 14의 국제적 의제를 지역의 정책과 사업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해양생태계 보전, 해양오염과 플라스틱 감축, 지속가능한 수산업, 해양·기후·생물다양성의 연계, 해양과학과 기술, 지속가능한 해양경제, 친환경 해운과 항만, 해양문화유산, 북극항로, 시민참여를 하나의 큰 틀에서 연결해야 한다.

 

특히 북항과 신항의 역할을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재정립하는 일이 중요하다. 북항은 시민과 해양문화의 공간으로, 신항은 친환경 물류와 녹색해운의 거점으로 발전시키면서 두 공간을 하나의 지속가능한 부산항 체계로 연결할 수 있다.

 

또한 부산의 바다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해양공간에 대한 시민 접근성을 높이고, 해양환경 정보와 데이터 공개를 확대하며, 시민과 전문가가 항만·해양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항만자치권 실행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2028년은 2030년 SDGs의 목표시한을 불과 2년 앞둔 시점이다. 따라서 부산 UNOC4는 ‘2030년까지 무엇을 하겠다’는 선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오히려 2030년 이후 세계가 어떤 해양정책을 가져가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회의가 되어야 한다.

 

부산이 해야 할 일은 세계의 해양 지도자들을 부산으로 불러 모으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바다를 보전하면서도 해양경제를 발전시키고, 항만을 녹색으로 전환하며, 해양문화를 계승하고, 시민이 바다의 주인이 되는 새로운 해양도시 모델을 만들어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다.

 

 

 

황상규 칼럼니스트
ESG평가연구소장,  ISO26000한국전문가포럼 공동대표,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 환경윤리학 박사 수료, , ‘사회책임의 시대‘(2013)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