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수소충전소를 늘리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충전소를 얼마나 많이 만들 것인지뿐 아니라 이미 구축한 충전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지가 수소충전 생태계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다.
국내 수소충전 인프라 전문기업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대표이사 송성호, 이하 ‘하이넷’)는 이런 변화에 맞춰 신규 충전소 구축과 기존 충전소 증설·대용량화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지역에 충전 거점이 없는 곳에는 새 시설을 마련하는 한편 이미 운영 중인 충전소는 설비를 키워 더 많은 차량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하이넷은 수소충전 인프라의 전국적인 확산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전국 곳곳에 충전소를 구축하며 국내 수소충전망 확대에 기여해왔다. 하이넷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액화수소충전소와 기체수소충전소를 포함한 국내 수소충전소 시장에서 약 24%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 같은 충전망 구축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하이넷은 단순한 충전소 숫자 늘리기를 넘어 충전 용량과 실제 수요처까지 함께 확보하는 전략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추진한 신규 개소와 증설 현황을 보면 이러한 변화가 명확히 드러난다.
하이넷은 지난 10일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 정장리에 계룡시 최초의 수소충전소를 열었다. 시간당 50kg의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시설로 승용차뿐 아니라 버스 등 수소전기차도 충전할 수 있다. 그동안 계룡 지역에는 수소충전소가 없어 이용자들이 인근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지만 이번 개소로 지역 내 충전 거점이 마련됐다.
신규 거점 확보와 함께 기존 시설의 체질 개선도 병행됐다. 12일에는 인천 서구 환경산업연구단지 수소충전소의 증설을 마치고 상업운영을 재개했다. 새로운 부지를 확보해 충전소를 추가하는 대신 기존 시설의 처리능력을 높인 사례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지역 충전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신규 개소도 이어진다. 오는 18일에는 경남 사천시 사남면 유천리 사남유천공영주차장에 조성한 사천유천 수소충전소가 상업운영에 들어간다. 사천 지역에 처음 들어서는 수소충전소로 시간당 80kg 이상의 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
한 달 사이 신규 충전소 두 곳을 열고 기존 충전소 한 곳의 설비까지 키우는 셈이다. 지역의 충전 공백을 메우면서 이미 구축된 시설의 활용도도 높이는 투트랙 전략이다. 하이넷이 이처럼 충전소의 숫자와 용량을 동시에 챙기는 투트랙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수소차 시장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 승용차 넘어 대형 상용차로.. 수요 맞춤형 대용량 증설
이 같은 움직임은 수소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그동안 승용차 위주였던 수소차 시장이 탄소중립 흐름을 타면서 버스·트럭 등 대형 상용차 분야로 본격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대형 상용치는 주행거리가 길고 수소 소비량이 많다. 따라서 대형 상용차의 충전 수요를 끌어오는 것은 충전소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된다. 하이넷이 대용량 증설을 통해 상용차 수요를 흡수하려는 이유도 충전 판매량을 늘려 충전소 운영의 적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기존 충전설비의 용량이다. 승용차와 대형 상용차를 함께 충전하기에는 기존 설비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규 충전소 구축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현실도 대용량 증설에 힘을 싣는 주요 배경이다. 신규 사업은 인허가와 지역 민원 등으로 상업운영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이미 구축된 충전소는 기존 부지와 시설을 활용해 필요한 설비를 빠르게 보강할 수 있다.
실제 하이넷이 추진하는 증설 사례 중에는 기존 시간당 25kg급 설비를 125kg급으로 5배 확대하는 사업이 포함돼 있다. 이때 하이넷은 설비만 무작정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수소버스를 운행하려는 운수사업자와 사전에 충전 수요를 밀접하게 협의한다. 증설된 용량이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소화될 수 있도록 수요 맞춤형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셈이다. 충전소를 먼저 지어놓고 이용자를 기다리는 대신 수요를 먼저 확보한 뒤 그에 맞춰 인프라를 키우는 것이다.
이러한 수요 맞춤형 협업은 대형 상용차의 운행 패턴에 맞춰 주로 차고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형 버스와 트럭은 승용차처럼 도로변 충전소를 찾아 이동하기보다 차량이 출발하고 돌아오는 차고지에서 충전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이넷은 운수사의 부지 안에 충전소를 구축해 불필요한 공차(空車) 운행을 줄이고 운수사업자는 안정적인 충전 시설을 확보하는 상생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넷 입장에서도 대형 상용차를 고객으로 맞아들이면 일정한 운행 패턴을 바탕으로 고정적인 대량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차량 보급 확대라는 공익적 목적과 충전소의 운영 효율 개선이라는 실리적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셈이다.
◆ 전국망 확충에서 자립형 충전소로.. 수익성 확보가 관건
하이넷이 전략 전환에 나선 배경에는 수소차 보급이 꾸준히 늘어나는 시장 상황도 자리 잡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수소차 등록 대수는 4만 7,745대로 1년 전(3만 9,140대)과 비교해 18% 늘었다. 양적인 보급은 확대되고 있지만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역별 격차가 뚜렷하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해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였고 제주(28%), 인천(23%), 경기·충북(각각 22%)이 뒤를 이었다. 반면 서울(10%)과 세종(9%)의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처럼 차량 보급이 지역마다 제각각인 만큼 충전 인프라 역시 실제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과 거점을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구축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시장의 변화에 더해 하이넷이 걸어온 내부적 발자취 역시 전략 변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하이넷은 설립 당시 수소충전소의 전국적 확산을 목적으로 출범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서 초기 전국 충전망 구축에 크게 기여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막대한 운영 적자가 쌓이는 부작용도 겪었다. 충전소 숫자 늘리기만으로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게 된 셈이다.
결국 하이넷이 그리는 다음 지향점은 자립형 충전소 구축이다. 구축된 충전소가 스스로 수익을 창출해 지속 운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이넷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편입을 계기로 사업 구조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수소차 운전자와 부지 제공자, 운수사업자 등 생태계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수요를 맞춤형으로 반영해온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운수사와 손잡고 대형 상용차와 승용차를 함께 충전하는 대용량 복합 충전소를 늘려 고정 수요를 선점하고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탈피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실적으로 충전소 운영 여건은 아직 녹록지 않다. 하이넷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소차 보급이 많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가동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구체적인 가동률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하이넷은 수소 매입가격을 낮춰 마진을 확대하는 것과 유지보수 비용 등을 줄여 운영비를 낮추는 것을 핵심 경영지표로 꼽았다.
하이넷이 이처럼 충전소의 수익성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수소 생태계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충전소의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기존 주유소나 LPG 충전소 사업자의 수소 시장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고 이는 다시 충전 인프라 부족과 수소차 보급 정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충전소 자체의 자립 기반을 다지는 것이 수소차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첫걸음이라는 판단이다.
하이넷 관계자는 “충전소가 자신의 힘으로 자립하는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이를 위해서는 전기차에 비해 부족한 수소차량 모델의 확대와 함께 정부 차원의 수소가격 인하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넷이 그리는 다음 단계는 단순히 충전소 숫자를 늘리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미 구축한 충전망에 대형 상용차라는 새로운 수요를 연결하고 필요한 곳의 충전설비를 대용량화해 충전소 한 곳 한 곳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수소충전 인프라가 양적 확대에서 지속 가능한 운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가운데 전국적인 충전망을 구축해온 하이넷이 수요를 선점하고 설비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자립형 충전소 모델을 얼마나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사업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