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이상현 기자]
자본시장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시장수익률을 밑도는 성과를 보이면서 과도하게 거래한다.
무릇 한국 사람들은 주식을 부동산이나 예・적금과 같은 자산으로 여기는 대신 카지노판의 도박용 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따라서 나에게 주식(자산)을 매각한 기업이 꾸준히 배당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지속가능’한 기업인지는 거의 관심이 없다.
해당 종목의 등락 이유를 숙고하지 않고, 남들이 사면 나도 사는 식으로 투자한다. 조금 오르면 떨어질까 조바심이 나서 바로 팔고, 더 오르는 걸 보며 후회한다. 또 다른 종목을 사서 하루종일 일봉차트만 바라보고 있다. 또 조금 오르면 바로 팔고, 또 후회하고, 또 다른 종목을 산다.
주식을 자산으로 여긴다면, 가격변동을 하루종일 들여다 보지도, 조금 올랐다고 금세 팔고, 이것저것 남 얘기만 듣고 사고팔고 하지 않는다.
주식을 슬롯머신에 넣는 칩으로 여기기 때문에, 칩을 넣자마자 현란하게 돌아가는 그림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이다.
남들의 투자성과만 솔깃…자주 사고팔고 복권당첨 기대
2020년 코로나19 국면에서도 국내 개인투자자의 거래회전율은 무려 연 1600%에 이르렀다. 이 기간 중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혹은 투자 자산이 무려 4번이나 완전히 교체됐다는 의미다.
반면 투자수익률은 주가지수수익률에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의사결정이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연구자들(김민기, 김준석)이 지난 2020년 한국의 개인투자자 약 20만명의 8개월간의 투자 패턴을 분석에 보니 ▲과잉확신(overconfidence)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 ▲복권형(lottery-type) 주식 선호 ▲군집거래(herding) 등 4가지 유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거래가 잦은 개인투자자일수록, 직전 시점의 시장수익률이 높을수록 ‘과잉확신’ 때문에 거래량이 증가한다. 이들은 수익을 얻더라도 장기투자자 등 다른 유형의 투자자들보다 크게 낮다.
이런 유형의 개인투자자들은 매수가격보다 오른 값에 보유 주식을 팔 확률이 반대의 경우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익이 난 주식은 너무 일찍 팔고, 손실이 난 주식은 너무 오래 보유하는, 이른 바 ‘처분효과’다.
세번째는 ‘복권형 주식’이다. ‘남성’, ‘저연령대’ 개인투자자는 낮은 확률로 거대한 수익을 안겨주지만 대개 손실을 보게 되는 저가·고변동성의 ‘복권형 주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분산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거래빈도는 매우 높다. ‘복권형 주식’을 좋아하는 개인투자자는 대개 투자성과가 저조하다.
마지막 유형은 남들이 하는 거래행태를 무비판적으로 따라하는 ‘단기군집거래’ 경향이다. 주식에 처음 투자하거나 저연령대, 널리 알려진 종목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에서 ‘단기군집거래’가 뚜렷하다. 남들 따라 산 종목은 거의 100% 수익률이 반전되지만, 이 유형의 개인투자자들은 투자 때 필수적인 일반적 ‘주의’조차 기울이지 않는(limited attention) 행태를 보인다.
종목도 시기도 쏠림현상 뚜렷…묻지마 거래 일상화
2025년 이후 최근까지 최근 1년까지 3000대에 머물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6월 9000대(고점 9114)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최근 6000대로 급락하는 큰 변동성을 보여줬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기간 중 대규모 순매수를 주도했다.
2026년 들어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합산한 금액이 무려 200조 원을 넘어섰다. 사실상 시장을 지탱한 게 개인투자자들이다. 외국인들이 이 기간 중 100조 원대 이상을 순매도 하는 물량을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이 흡수,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매수는 대형주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이 기간 중의 시장을 주도한 중요한 특성은 ‘소외공포(Fear Of Missing Out, FOMO)’와 ‘레버리지’의 강화다.
FOMO는 좋은 기회나 유행에서 나만 소외되거나 뒤쳐질 것 같아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 증세를 가리킨다. 이런 불안한 심리 상태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신용거래로, 그것도 폭발적으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됐다.
이런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은 장 상승 초기 저가매수로 지수를 방어했고, 7월 폭락 시에도 대규모 순매수를 통해 이런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8월 반등 땐 양상이 완전히 달랐다. 반등 국면에서 차익 실현 을 위한 개인의 공황적 순매도, 외국인들의 순매수 구도로 전환됐다. 장 하락세가 지속되자 인버스 등 파생상품으로 돈이 몰렸고, 거래소 예탁금은 급감했다. 뭉칫돈들이 미국 주식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2022년 두 연구자들의 논문에 실린 개인투자자 거래행태가 완벽하게 재현됐다. 거래회전율이 매우 높았고, 대형주·반도체에 과도하게 쏠렸다. 중소형주·코스닥은 실적과 무관하게 소외됐다. ‘과잉확신’과 ‘군집거래’가 두드러졌던 것이다.
한국인, 주식 안 하면 소외공포…전형적 필리핀형 FOMO
6년 전 그해 8개월의 개인투자자 행태 연구가 6년 후 정확하게 재현된 것은 한국인들의 경제교육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표적인 것이 FOMO다. FOMO의 2026년 한국판 구호는 “가만히 있으면 벼락거지!”였다. 용어 본연의 의미인 ‘뒤쳐질 것 같아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 증세’를 넘어서, 주식투자를 하지 않으면 갑자기 거지가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최근 46년 전통의 세계 심리학계 학술지 <성격과 개인차(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개인주의가 팽배한 미국이 상대적으로 관계중심 사인인 이탈리아보다 FOMO 정도가 높게 나타났다.
2024년 튀르키예와 미국의 Z세대(Gen Z) 대학생을 관찰한 연구 결과에서는 특정 나라과 상관 없이 소셜미디어를 과다 사용할수록, 눈팅족(타인의 게시물을 관찰만하는 수동적 온라인 참여자를 부르는 속어)일수록 FOMO가 강하게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도 집단주의·민족정체성·비영어 소셜미디어 소비가 많을수록 FOMO 수준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이한 것은 2026년 필리핀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에서는 높은 FOMO 수준이 사회적 연결감(소속감)과 긍정적으로 연관된 점이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FOMO가 불안·고립보다는 “관계 유지”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반증이다.
구글추세(Google Trends)를 기반으로 분석한 투자·금융 맥락의 2025년 ‘Global FOMO 지수(Index) 국제비교연구에서는 FOMO 수준이 높을수록 주식수익률·변동성·샤프비율(투자가 감수한 위험(변동성) 대비 얼마나 많은 초과수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위험조정수익률)은 낮게 나타났다.
집단주의·민족정체성·비영어 소셜미디어(가령 카카오톡) 소비가 많은 한국인들의 FOMO 수준은 초격차로 높다고 할 수 있다.
2026년판 한국인의 경제 이데올로기 구호 “가만히 있으면 벼락거지!”는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자산형성을 위해서는 거의 완벽하게 ‘각자도생’ 해야 하는 환경이지만,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가 강한 사회에 살고 있는 처지에서 FOMO는 초격차로 극대화 되는 것이다.
만연된 ‘국가주의’속 자산형성은 ‘각자도생’에 맡겨
국내외 여러 학자들은 한국이 북유럽·서유럽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견줘 실질적 국가 책임성이 현저히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이 제도적으로 복지국가의 형태를 갖췄지만, 공공지출 비중이나 보편적 복지, 공공재 구입을 위한 본인 부담 정도, 가족 의존도 등에 있어서 ‘각자도생’ 구조가 유지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해양대학교 박용수 교수(국제정치학)는 지난 2007년 국제정치학회에 발표한 <1990년대 이후 잔여적 한국복지국가 발달의 주요 배경〉이라는 제목의 자신의 논문에서 한국의 주요 공공정책이 ‘각자도생’에 의존하는 이유를 개발연대시기 이후 지속돼온 ‘선성장후분배’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착된 ‘영미식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설명했다.
‘국가’가 먼저 성장해야 국민도 클 수 있다는 ‘국가주의’는 자유시장경제에서 가계 부문이 합리적 행동을 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다. 따라서 필수적인 국민경제교육에도 거의 관심이 없다. 한국의 전 국민 중에서 자신의 소득세를 스스로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은 0.01% 미만으로 추정된다. 주식이 ‘자산’의 한 종류라는 데 동의하는 한국인을 발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영미식 신자유주의’의 영향은 비단 국가 기본기능에만 관철되지 않고, 국민경제 깊숙이 또아리를 틀었다.
대표적인 것이 자본시장에서 금융투자와 부동산 영역에서 ‘부익부빈익빈의 제도화’다. 한국에서 1금융권 은행들이 저소득 저신용자에게 가혹한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코로나19 팬더믹 당시 한국의 시중은행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악랄하게 저소득층의 대출에 대해 ‘채권추심’ 하는 나라로 등극했다. 자본시장 법제는 대부분 대주주의 전횡을 합법화, 사후합리화 시켜주는 역할만 했다.
박용수 교수의 논문이 발표된 지 얼추 10년이 지났다. 상법 개정 등으로 대주주의 특혜를 줄였지만, 국민에게 금융과 경제를 교육하려는 의지는 여전히 박약하다. 특히 주식을 자산이라고 가르치는 교육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결과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주식은 돈을 주고 구입하는 카지노의 칩일 뿐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 관련 법제는 여전히 ‘각자도생’이라는 종이에 쓰여 있다.
이상현 <엔트로피>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