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3개월 걸리던 등록이 10일로” K-푸드, 중국 수출 규제 장벽 낮아진다

기업 등록 절차 간소화·고기 성분 라면 수출요건 마련
수출 시간·비용 부담 완화, 종이 수산물 위생증명서도 전자화

 

[엔트로피타임즈 김재영 기자] 중국 시장을 겨냥한 K-푸드 수출기업들의 행정 부담이 한층 줄어들 전망이다. 식품 수출업체 등록에 걸리는 시간이 기존 약 3개월에서 10일 수준으로 단축되고, 그동안 중국의 검역 규제로 수출이 제한됐던 고기 성분 함유 라면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중국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수산물 위생증명서 역시 종이에서 전자 방식으로 전환된다.

 

현장의 반응이 뜨거운 이유는 단순히 수출 품목 하나가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관세보다 기업의 실제 수출 과정에서 더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해온 비관세장벽을 낮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등록부터 검역, 통관에 이르는 수출 절차 전반이 간소화되면서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식품기업들의 비용과 시간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일 중국 다롄에서 열린 ‘2026 APEC 세관-기업 대화’를 계기로 중국 해관총서와 중국 수출 식품 생산업체 등록 절차 개선, 고기 성분이 함유된 라면의 대중국 수출 위생요건 마련, 수출입 수산물 전자위생증명서 도입 등 3건의 식품안전 분야 협력문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 등록·검역·통관 등 중국 수출기업 문턱 낮아져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수출업체 등록 절차다. 기존에는 기업이 중국 정부에 개별적으로 신청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식약처의 식품안전나라 통합민원창구를 통해 등록·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식약처가 요건을 검토해 승인하면 중국 정부도 이를 인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축산물을 제외한 대부분 식품의 등록 기간은 약 3개월에서 약 10일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식약처는 등록 신청 지연 등에 따른 연간 약 3700억원 규모의 손실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이 얻게 되는 수혜가 적지 않다. 단순한 행정절차 단축 이상의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중국 수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품 자체의 경쟁력뿐 아니라 등록과 서류 제출 등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했던 부담이 줄어든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중소 식품기업에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에 비해 해외 규제 대응 인력과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일수록 수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비용 자체가 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식품산업협회 역시 복잡한 등록절차와 각종 증명서 발급·제출이 중국 수출기업에 상당한 부담이었다며 이번 조치가 특히 중소 식품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협력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라면이다. 중국은 가축전염병에 대한 우려로 그동안 고기 성분이 미량이라도 포함된 우리나라 라면의 수입을 제한해왔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 따라 중국이 인정하는 국가의 원료육을 사용하고 합의된 열처리 기준 등 위생요건을 충족한 제품은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라면업계로서는 생산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별도의 생산라인을 운영해야 했던 부담을 줄이고 국내 판매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중국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수산물 수출입 과정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양국은 수산물 위생증명서를 종이 형태로 발급해 국제우편 등을 통해 주고받았지만 앞으로는 양국 정부 시스템을 연계해 증명 내용을 데이터 형태로 교환하는 전자증명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전자증명서가 도입되면 위·변조 방지와 함께 통관 절차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이 증명서 발급과 국제우편 송부가 필요 없어지면서 연간 약 3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등록 절차를 줄이고, 검역 기준을 명확히 하고, 통관 서류를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각각 별개의 조치처럼 보이지만 기업의 수출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중국 시장에 제품을 내놓기까지 거쳐야 하는 행정·검역·통관 단계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규제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 라면 다음은 무엇? K-푸드 규제외교의 확장성 주목
이번 한·중 협력의 의미를 단순히 K-푸드 수출길 확대로만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세를 낮추는 것은 숫자로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식품 수출기업이 실제 현장에서 부딪히는 장벽은 등록, 검역, 인증, 증명서, 통관 등 훨씬 복잡한 영역에 걸쳐 있다. 이번 협력은 바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K-푸드가 라면과 김치, 소스, 즉석식품 등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수출 품목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별 규제 대응 능력은 앞으로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제품의 맛과 가격, 브랜드 경쟁력뿐 아니라 ‘얼마나 쉽게 현지 시장에 들여보낼 수 있느냐’​가 또 다른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이번 합의의 향후 성과를 가늠할 핵심은 라면 다음이 누가 되냐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고기 성분이 함유된 소스류와 즉석식품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결국 라면을 계기로 중국의 위생·검역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제품군이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느냐에 따라 이번 합의의 산업적 파급력도 달라질 수 있다. 특정 제품의 수출길을 여는 데 그치지 않고 유사한 기준을 적용받는 다른 가공식품으로 규제 협력이 확대된다면 K-푸드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입 방식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조치는 지난 1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식약처와 중국 해관총서가 체결한 식품안전 협력 및 자연산 수산물 수출입 위생관리 관련 양해각서를 토대로 양 기관이 협력해온 결과다. 정부 간 협력이 실제 기업의 수출 절차 변화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향후 규제외교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K-푸드가 세계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주요 교역국과의 규제 조화를 통해 수출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합의가 실제 수출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후속 절차가 중요하다. 새롭게 마련된 등록·검역 기준이 현장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적용되는지, 기업들이 이를 얼마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지, 라면을 비롯한 적용 품목이 다른 가공식품으로 확대될 수 있는지 등이 향후 성과를 좌우할 변수다. 식약처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주요 교역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K-푸드 수출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여전히 국내 식품기업들에게 중요한 해외 시장 가운데 하나다. 결국 이번 협력의 성패는 협력문서에 서명했다는 사실보다 이후 얼마나 많은 기업이 실제로 수출 절차의 변화를 체감하고, 얼마나 많은 제품이 중국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