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석탄화력발전소의 퇴출이 빨라지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변화지만 발전소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했던 비중을 생각하면 폐쇄 이후의 충격도 만만치 않다. 발전소 노동자와 협력업체는 물론 지역 상권과 지방재정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발전소의 불이 꺼진다는 것은 단순히 전력 생산시설 하나가 사라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십 년간 일터를 지켜온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에 놓이고, 협력업체의 연쇄적인 타격과 상권 침체, 지방재정 악화까지 지역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면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동력마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의미는 더욱 중차대해진다.
때문에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에 비해 폐지지역의 경제적 충격과 노동자 전환을 종합적으로 다룰 제도적 장치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이재관 의원(충남 천안을·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 및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안」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에 반영되면서 새로운 전환의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번 특별법의 의미는 발전소 폐쇄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는 데만 있지 않다. 발전소가 사라지는 지역에서 노동자와 기업, 산업의 구조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까지 국가와 지방정부가 함께 설계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지역경제에 미칠 충격 최소화가 성패 좌우
석탄화력발전소 하나의 폐쇄는 단순히 발전설비 하나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오랜 기간 발전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고용과 협력업체, 지역 소비와 산업 생태계가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발전소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곳일수록 충격은 커질 수 있다. 발전소 노동자의 일자리 감소가 협력업체의 사업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지역 내 소비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로 번지는 연쇄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충남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28기 가운데 21기의 폐지가 예정돼 있어 에너지 전환에 따른 지역경제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재관 의원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부가가치와 생산유발 감소 등을 지적하며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문제는 충남에 국한되지 않는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가 진행되는 전국의 지역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슷한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석탄을 줄이는 속도와 지역경제가 새로운 산업으로 옮겨가는 속도를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에너지 전환의 또 다른 과제가 된 셈이다.
이번 특별법은 이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체계를 제시한다. 폐지지역을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와 고용위기지역,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등으로 우선 지정할 수 있도록 했고,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폐지지역 지원을 위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했다. 관할 광역단체장에게도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의무를 부여했다.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전직 지원, 협력업체의 사업재편 지원도 가능해졌다. 지역 차원에서는 대체산업을 발굴·육성하고 자금 보조와 융자, 재생에너지 보급사업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이는 발전소가 사라진 뒤 발생하는 피해를 뒤늦게 수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폐쇄 이전부터 지역의 산업과 고용을 함께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 충남 등 전국 폐지지역 새 산업 발굴.. 재정 뒷받침이 남은 과제
특별법 통과로 달라지는 것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의 문제가 개별 지역의 대응 과제를 넘어 국가 차원의 정책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특히 대체산업 육성과 노동자 전환을 법률에 명시했다는 점은 향후 지역의 산업구조를 바꾸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기존 발전소 인력의 숙련도와 지역의 산업 인프라를 새로운 에너지산업이나 제조업 등과 연결한다면 단순한 일자리 보전을 넘어 지역의 산업 체질 자체를 바꾸는 계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법 통과만으로 전환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재원과 실행력이 뒤따라야 한다. 대체산업을 유치하고 새로운 산업 기반을 조성하며 노동자의 재교육과 전직을 지원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법에 지원 근거가 마련됐더라도 실제 정부 예산과 구체적인 사업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도 필요하다. 대체산업 육성이라는 큰 방향만으로는 발전소 폐쇄에 따른 경제적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 지역마다 기존 산업과 인력, 입지 조건이 다른 만큼 특성에 맞는 산업을 선정하고 폐쇄 시점보다 앞서 기업 유치와 인력 양성을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발전소가 문을 닫은 뒤 새로운 산업을 찾는다면 지역경제의 충격은 이미 현실이 된 뒤다. 폐쇄가 예정된 시점부터 노동자 전환과 기업 지원, 산업 발굴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이재관 의원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은 특정 지역의 일방적인 희생이 수반되어야 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폐지지역의 지원과 노동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었다”며 “특별법 통과를 계기로 충남 등 폐지지역의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고 대체산업 육성 등을 통해 지역 경제가 재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제 특별법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라는 국가적 전환이 지역의 쇠퇴로 이어질지,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드는 계기가 될지를 가르는 첫 제도적 시험대에 올랐다. 충남은 그 시험이 가장 먼저 시작될 지역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결과는 충남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 지역에서 발전소 폐쇄와 산업·고용 전환을 성공적으로 연결한다면 향후 전국의 폐지지역이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법적 지원체계만 마련하고 재원과 실행계획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특별법은 사후적인 피해 보전에 그칠 수 있다. 결국 이번 법의 성패는 발전소를 얼마나 순조롭게 폐쇄했느냐가 아니라 발전소가 사라진 뒤에도 지역이 지속가능하게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느냐로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