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재영 기자] 한국은 탈탄소 기조에 힘입어 해상풍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해외 개발사와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의 시선은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올해 상반기 해상풍력 경쟁입찰에는 3.656GW 규모의 사업이 몰릴 정도로 시장 참여 의지는 확인됐지만 높은 개발비용과 복잡한 사업 환경, 계통과 인허가 문제 등은 여전히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특히 한국 정부가 올해부터 해상풍력 개발 방식을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 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하면서 제도 개선이 실제 사업 속도와 투자 안정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3.6GW 몰린 한국 해상풍력.. 해외에서는 사업성 주목
한국 해상풍력 시장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올해 상반기 경쟁입찰에는 당초 선정 예정 물량의 두 배가 넘는 사업이 몰렸다. 해외 풍력 전문매체 ‘Windtech International’은 지난 7월 2일 한국의 2026년 상반기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 결과를 보도하면서 9개 사업이 총 3.656GW 규모로 응찰했고 이 가운데 5개 사업, 총 1.786GW가 선정됐다고 전했다. 선정 물량은 고정식 1.254GW와 부유식 532MW로 구성됐다.
시장 참여만 놓고 보면 한국 해상풍력에 대한 사업자들의 관심은 상당한 수준이다. 문제는 응찰 규모가 실제 투자와 착공, 준공으로 얼마나 이어질 수 있느냐에 있다. 이 지점을 해외에서는 사업성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지난 6월 발표한 ‘한국 해상풍력, 정책 목표 달성의 높은 장벽’(Korea Offshore Wind Power In Charts: The High Hurdles To Hitting Policy Targets)'이라는 분석을 통해 한국 정부가 해상풍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자들이 긴 인허가 과정과 복잡한 심사 절차, 사업 실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을 부담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재 한국 해상풍력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kWh당 330원 수준인 가운데 정부가 이를 250원까지 낮추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즉 해외의 시선은 ‘한국 해상풍력에 투자자가 없는가’에만 맞춰져 있지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정부가 제시하는 대규모 보급 목표를 실제 사업으로 구현하려면 개발비와 금융비용, 인허가 기간, 사업 실행 위험 등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한국을 국제적 시각에서 분석하는 영문 매체 ‘Korea Pro’ 역시 지난 4월 24일 한국 해상풍력 시장을 다룬 분석에서 비용 상승과 정책·시장 환경의 변화가 글로벌 개발사들의 투자 판단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해당 매체 역시 이를 외국 기업의 한국 시장 철수로 단정하지는 않았다.
결국 현재 한국 해상풍력 시장을 둘러싼 상황은 관심 감소라기보다는 관심은 있지만 사업성을 더욱 엄격하게 따지는 단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보급 목표가 실제 발전설비 확대로 이어지려면 사업자가 장기간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해상풍력은 개발 초기부터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사업기간도 길다. 개발 과정에서 인허가, 주민·어민 수용성, 항만과 공급망 확보, 계통연계 등 여러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지연되면 금융비용과 건설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실제 한국의 해상풍력 입찰제도도 단순히 가격만 낮게 제시하는 사업자를 선정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글로벌 로펌 노턴로즈풀브라이트가 정리한 한국 해상풍력 제도에 따르면 현재 경쟁입찰은 가격뿐 아니라 산업·경제적 효과, 지역사회 수용성, 계통 준비도, 유지관리 등을 포함한 비가격 요소를 함께 평가한다. 가격과 비가격 요소의 평가 비중은 각각 50%다.
올해 상반기 입찰에서는 사업 준비도에 대한 평가도 강화됐다. 항만 활용계획과 항만 차질 발생 시 대응계획 등이 평가 요소에 포함됐다. 이는 정부가 단순히 발전용량을 확보하는 데서 나아가 실제 착공과 준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골라내려는 방향으로 제도를 조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 개발사 책임에서 정부가 입지 정하는 방식으로 전환
한국 정부 역시 기존 해상풍력 개발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제도 개편에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3월 17일 해상풍력특별법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으며 3월 26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상풍력 개발은 개별 민간사업자가 직접 입지를 발굴하고 각종 인허가를 따로 진행하는 방식에서 정부가 적합한 입지를 먼저 발굴하고 통합적으로 인허가를 진행하는 계획입지 방식으로 전환된다.
정부가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한 배경에는 그동안 해상풍력 사업 과정에서 반복됐던 계통 제약, 군 작전 문제, 지역사회 수용성, 복잡한 인허가 절차 등이 있다. 정부는 풍황뿐 아니라 어업과 환경, 해상교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비지구를 선정하고 이후 경제성·수용성·계통 여건 등을 검토해 개발지구를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주민과 어민의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도 제도화했다. 협의체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어민과 지역주민 대표로 구성하도록 해 사업 초기부터 지역사회 의견을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결국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사업 물량을 늘리는 것만이 아니다. 사업자가 실제로 투자하고 착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함께 요구된다.
올해 상반기 입찰에서 3.656GW의 사업이 경쟁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한국 해상풍력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다. 하지만 응찰 물량과 실제 발전설비가 가동되는 규모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차가 존재한다.
특히 해상풍력은 개발기간이 길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입찰에서 선정된 이후에도 인허가와 금융조달, 공급망 확보, 계통연계, 지역사회 협의 등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이 지점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얼마나 많은 해상풍력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선정된 사업을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추진하고 실제 발전소로 완성할 수 있는지가 시장의 신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한 것도 결국 이 같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기존 개발 과정에서 발생했던 입지·인허가·계통·수용성 문제를 사전에 조정해 사업자의 불확실성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한국 해상풍력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목표와 시장의 투자 판단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상반기 경쟁입찰에서 확인된 3.6GW 이상의 사업자 관심을 실제 착공과 준공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향후 한국 해상풍력 산업의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