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중국 태양광 산업이 장기간 이어진 저가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원가 이하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중국 정부도 태양전지 소비세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과잉생산과 출혈경쟁을 바로잡기 위한 조정 작업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중국산 웨이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공급과잉이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이번 가격 상승에는 해외 구매 증가 등 단기적인 수요 요인도 작용하고 있어, 이를 본격적인 가격 정상화의 신호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 8개 공룡 기업·당국 합심.. 치킨게임에 제동 걸린 중국
중국 태양광 업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변화는 원자재인 폴리실리콘 분야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중국 관영 매체인 상하이증권보를 인용한 글로벌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8곳은 지난 6일 상하이에서 ‘반내권(反内卷, 과도한 출혈경쟁 반대)’ 공동 제안에 서명했다.
이들 업체는 태양광 제품을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지 않고 생산능력과 시장 질서를 함께 관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들 8개 업체가 중국 내 폴리실리콘 유효 생산능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제안에는 단순한 가격 인상뿐만 아니라 생산능력 관리와 에너지 소비 기준 준수 등 산업 전반의 가이드라인이 포함됐다. 이는 중국 태양광 업계에서 이른바 ‘내권식 경쟁’으로 불리는 과도한 가격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된 데 따른 자발적 대응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무분별한 설비 증설과 저가 출혈 경쟁으로 인해 전체 생태계가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중국 시장감독당국 역시 태양광 업계의 가격 경쟁과 원가 산정 문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로이터는 지난달 29일 중국 시장감독당국이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가격 준수 및 원가 산정 기준 이행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중국 태양광 업계가 오랜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전쟁으로 수년간 극심한 수익성 악화를 겪어왔다고 짚었다.
결국 중국 정부가 행정적·감독적 차원에서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동시에 주요 기업들도 자율 규제에 나선 셈이다. 시장에서는 당국과 거대 기업들이 동시에 움직인 만큼 가격 질서 회복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이번 합의가 한시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의미 있는 생산능력 감축과 가동률 조율로까지 연결될지는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웨이퍼 가격 최대 40% 상승.. 회복 판단은 아직 일러
시장 가격에는 이미 실질적인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PV매거진이 중국비철금속산업협회 산하 실리콘산업지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 2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중국 N형 G10L 단결정 웨이퍼의 평균 거래가격은 개당 1.12위안으로 전주 대비 40% 상승했다. 같은 기간 N형 G12R 웨이퍼는 1.14위안으로 26.67%, N형 G12 웨이퍼는 1.22위안으로 10.91% 각각 올랐다.
폴리실리콘 시장 역시 거래가 조금씩 재개되는 양상이다. 실리콘산업지부는 8월 19일 중국 폴리실리콘 시장의 거래가 소폭 회복됐다고 밝혔다. N형 고밀도 폴리실리콘의 참고가격은 ㎏당 40~42위안 수준으로 제시됐으나, 실제 거래량은 아직 제한적인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 상승을 곧바로 공급과잉 해소의 결과로 해석하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PV매거진은 웨이퍼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 내 수요뿐만 아니라 해외 셀 제조업체의 구매 확대를 지목했다. 미국의 무역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해외 업체들이 웨이퍼 구매를 서둘렀고, 인도의 전통적인 태양광 설치 시즌까지 맞물리면서 수출 수요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리콘산업지부는 8월 중국 내 폴리실리콘 생산량이 11만t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중국 다취안신에너지(Daqo New Energy)는 올 2분기 폴리실리콘 평균 판매가격이 ㎏당 4.04달러에 불과했던 반면 생산비용은 ㎏당 5.95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의 가격 반등에도 불구하고 중국 태양광 업계의 공급과잉과 역마진 수익성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의 세제 개편 역시 산업 구조조정의 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와 PV매거진 등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에 대해 2027년 4월 1일부터 2%의 소비세를 부과하고, 2028년 4월부터는 세율을 4%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조사업체 패스트마켓츠는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태양광 업계의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고 생산능력을 합리화하려는 정책적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페로브스카이트·탠덤 등 차세대 태양전지에는 세제상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기존 제품에서 차세대 기술로의 산업 전환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태양광 업계의 구조조정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변수다. 중국이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업체들이 실제 생산능력을 줄이고 원가 이하 판매를 제한할 경우, 글로벌 태양광 제품 가격과 타국 제조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주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완화되면 국내 태양광 제조업체들이 받는 가격 압박은 일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중국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한계 기업과 저효율 설비를 정리하고 대형·고효율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중국 태양광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도 공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