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기업 환경 리스크 재편.. 원점 재검토 없으면 공급망 차질

10개 환경법 완전 통합.. '중화인민공화국 생태환경법전' 출범
녹색·저탄소 법제화 가속, 제품 탄소발자국 등 선제적 관리 필요

 

[엔트로피타임즈 손영남 기자] 중국의 환경규제 체계가 기존 환경 관련 10개 개별 법률을 하나로 묶은 통합 법전 체제로 전면 재편됐다. 그동안 각 법률과 정책에 흩어져 있던 환경규제를 하나의 법체계로 정비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의 환경영향평가, 제품 탄소발자국, 신오염물질 관리 등 녹색·저탄소 분야의 법적 기반도 마련했다.

 

환경규제의 판도가 이처럼 크게 바뀌면서 현지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신규 투자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대응에도 변화가 필요해졌다. 기존의 인허가와 오염물질 배출 관리뿐 아니라 공장 입지와 생산공정, 화학물질 조달, 탄소 데이터 관리 등 사업 전반에서 관련 규제를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통합법전 시행, 공장 입지부터 배출허가·화학물질 관리까지
지난 8월 15일부터 시행된 「중화인민공화국 생태환경법전」(이하 생태환경법전)은 총칙, 오염방지, 생태보호, 녹색·저탄소 발전, 법률책임 및 부칙 등 총 5개 편으로 구성됐다. 법전 시행과 함께 「환경보호법」, 「환경영향평가법」, 「해양환경보호법」, 「대기오염방지법」, 「수질오염방지법」, 「토양오염방지법」 등 기존 환경 관련 10개 법률은 폐지되고 관련 내용이 생태환경법전에 통합됐다.

 

다만 모든 환경 관련 법률이 생태환경법전으로 대체된 것은 아니다. 산림·초원·습지·순환경제·에너지 절약 등 기존 법률은 계속 유지된다. 생태보호와 녹색·저탄소 발전 등 관련 분야에서 다른 법률이 구체적이거나 추가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해당 법률의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생태환경법전과 기존 개별 법률이 함께 적용되는 체계가 유지된다.

 

이번 법전은 기존 환경규제를 통합·정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녹색·저탄소 분야의 제도적 기반도 법률에 담았다. 온실가스 배출을 환경영향평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제품 탄소발자국과 전국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등에 관한 규정도 포함했다. 다만 제도별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평가 방법 등은 향후 하위규정과 집행기준을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이 같은 변화와 관련해 법무법인(유) 세종 중국팀은 27일 ‘중국 생태환경법전 시행의 주요 내용 및 중국 진출기업의 대응방안’ 보고서를 내고 생태환경법전의 주요 내용과 중국 진출기업이 점검해야 할 환경규제 및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세종 중국팀은 보고서에서 생태환경법전 시행에 따라 기업이 투자와 사업장 운영 과정에서 기존 환경 인허가와 실제 운영 현황이 일치하는지를 점검하고, 화학물질 및 탄소 관련 관리체계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선 공장을 새로 짓거나 기존 사업장의 이전·증설을 계획하는 기업이라면 투자 구상 단계부터 사업장 예정지의 생태환경 구역별 관리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별 생태 여건과 보호 필요성에 따라 개발·건설 및 생산활동에 적용되는 관리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 입지를 결정한 뒤 환경 관련 요건을 확인하기보다 투자 초기 단계에서부터 해당 지역의 규제 여건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생태환경법전은 온실가스 배출을 환경영향평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구체적인 평가 대상과 방법, 시행 시기 등은 후속 규정을 통해 정해질 예정인 만큼, 신규 투자나 생산시설 변경을 계획하는 기업은 기존의 대기·수질 등 오염물질 관리와 함께 온실가스 관련 제도의 구체화 과정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기존 사업장의 배출허가 관리 역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한 부분이다. 배출허가 대상 사업자는 허가받은 범위와 조건에 따라 오염물질을 배출해야 하며, 배출시설을 신설·개조·증설하거나 배출구의 위치와 배출방식 등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허가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따라서 중국에서 생산법인을 운영하는 기업은 공장 증설이나 생산라인 추가, 원재료 및 생산공정 변경을 추진하기에 앞서 해당 변경이 기존 환경영향평가와 배출허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실제 사업장의 시설과 공정, 배출 현황이 기존 인허가 내용과 일치하는지도 정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화학물질 관리도 기업이 주의해서 살펴봐야 할 영역이다. 생태환경법전은 신오염물질에 대해 환경위험평가를 실시하고 중점관리 목록을 마련해 금지·제한 등 필요한 위험관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기존 화학물질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신규 화학물질을 중국에서 생산하거나 수입하려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사전에 환경관리 등록을 하도록 규정했다.

 

이러한 규제는 화학제품을 직접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배터리·자동차·전자·소재 등 제조업체도 생산 과정에서 사용하는 원료나 첨가제, 중간재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새로운 원료를 도입하거나 공급업체를 변경할 때 해당 물질이 중국의 기존 화학물질 목록에 포함돼 있는지, 필요한 등록 절차가 이행됐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 탄소발자국 법적 기반 마련.. 기업 대응도 선제적으로
생태환경법전은 ‘녹색·저탄소 발전’을 별도의 편으로 구성하고 탄소배출량 산정, 제품 탄소발자국, 전국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등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기존 정책이나 하위 규정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일부 탄소 관련 제도가 법률 체계 안에서 보다 명확하게 정비된 것이다.

 

특히 제품 탄소발자국과 관련해서는 제품별 탄소배출량 산정기준을 마련하고 등급관리, 표시·인증, 정보공개 등의 제도를 구축하도록 했다. 앞으로 관련 하위규정과 세부 기준이 마련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어떻게 산정하고 관련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새로운 환경 컴플라이언스 과제가 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중국 진출기업이 곧바로 제품 탄소발자국 인증이나 탄소배출권 거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적용 여부는 업종과 배출 규모, 관련 제도의 세부 기준 등에 따라 달라진다.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의 경우 현재 발전·철강·시멘트·알루미늄 제련 등 일정 업종의 중점배출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거래시장에 편입된 기업은 배출량을 산정·보고하고 검증을 거쳐 정부가 할당한 배출량과 실제 배출량을 관리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시장에서 부족한 배출권을 매입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이 아닌 기업이라도 관련 제도의 확대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제품 탄소발자국처럼 공급망 전반의 탄소정보가 중요해지는 제도에 대비하려면 제품과 생산공정별 탄소배출량을 산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내부 기반을 단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생태환경법전 시행으로 중국 진출기업이 관리해야 할 환경규제의 범위는 한층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염물질 배출과 환경 인허가에 국한됐던 관리 영역이 사업장 입지와 생산공정, 화학물질 조달, 탄소 데이터 등 사업활동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법전 시행 초기인 만큼 앞으로 발표될 하위규정과 집행기준이 실제 기업의 규제 부담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앙정부 차원의 후속 규정뿐 아니라 사업장이 위치한 지방정부의 세부 기준과 집행 동향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으로서는 법전 시행을 계기로 기존 환경 인허가와 실제 사업장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생산공정과 원재료 조달, 탄소 데이터 관리 등 각 영역에서 새롭게 적용될 수 있는 규제까지 살펴야 한다. 환경규제를 개별적인 인허가 문제로만 접근하기보다 사업 전반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