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재생에너지 직거래 쉬워진다.. 새 거래시장 열릴까

발전사업자와 기업 한곳에서 연결, 210MW 첫 거래로 시장 출발
RE100 확산 속 거래비용 낮추고 중소 발전사업자 참여 확대 기대

 

[엔트로피타임즈 김재영 기자] 기업이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직접 찾아 계약하는 과정이 한층 간편해질 전망이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사업자와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을 한곳에서 연결하는 거래 플랫폼이 문을 열면서다. 지금까지 발전사업자와 수요기업이 개별적으로 상대방을 찾아야 했던 재생에너지 직접거래 시장에 새로운 거래 방식이 등장한 셈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한국에너지공단과 재생에너지 관련 협회·기업 등이 참여한 가운데 ‘재생에너지 직접전력거래 중개플랫폼’ 출범식을 열었다. 직접전력거래는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등과 계약을 맺고 필요한 전력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RE100 대응 수단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이 시장의 가장 큰 불편 중 하나는 상대를 찾는 일이었다. 재생에너지를 쓰고 싶은 기업은 계약할 발전소를 직접 찾거나 공급사업자를 통해 발굴해야 했고, 발전사업자 역시 자신이 생산한 전력을 구매할 기업을 찾아야 했다. 시장에 수요와 공급이 모두 존재해도 서로를 알지 못하면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정부가 이번에 플랫폼을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발전사업자와 전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수요·공급 정보를 한곳에서 확인하고 거래 상대방을 찾을 수 있도록 해 거래에 드는 탐색 비용과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 재생에너지 팔고 사는 일 한결 수월해져
재생에너지 시장이 커질수록 발전설비만 늘리는 것으로는 기업의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워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시점과 조건에 맞는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발전사업자 역시 생산한 전력을 장기간 구매할 수요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RE100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면서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발전사업자가 아무리 많은 전력을 생산해도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과 연결되지 못하면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플랫폼은 재생에너지 시장의 경쟁축을 발전량 확대에서 거래 효율성 개선으로 넓히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15일부터 40여개 기업·협단체가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시스템 안정성과 이용 편의성을 점검했다. 정식 출범과 함께 발전사업자와 수요기업의 참여가 확대되면 그동안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던 재생에너지 공급과 수요를 한데 모으는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규모가 작은 발전사업자와 중소·중견기업에게는 의미가 더 클 수 있다. 대기업에 비해 거래 상대방을 직접 찾을 인력과 정보가 부족한 사업자들도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 210MW 첫 거래.. 진짜 시험대는 계약 이후
플랫폼 출범과 함께 약 210MW 규모의 첫 계약 협약 3건이 체결되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전국태양광발전협회·현대건설은 9MW 규모 태양광 사업을, 육백산풍력발전·현대건설·현대자동차그룹은 30.8MW 규모 풍력 사업을 추진한다. SK이터닉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태양광 100MW와 풍력 70MW 등 총 170MW 규모 사업에 협력한다.

 

다만 이번 플랫폼의 성패를 단순히 참여 기업이나 등록 발전소 숫자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제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플랫폼에 공급자와 수요자가 얼마나 모이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거래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고 반복되느냐이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전력거래는 단순히 전기를 사고판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발전량과 가격, 계약기간, 전력 공급 조건 등 여러 요소가 맞아야 실제 계약이 성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거래 상대방을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런 조건들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시장의 거래비용 자체를 낮출 수 있다.

 

향후 플랫폼에 거래 정보가 축적될 경우 재생에너지 거래 방식이 보다 표준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처럼 기업과 발전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상대방을 찾아 협상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면 거래 조건과 수요·공급 정보가 쌓이고,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전력의 가격과 계약 조건을 가늠할 수 있는 시장 정보가 형성될 여지도 있다.

 

물론 이제 막 출범한 만큼 이를 당장 재생에너지 거래시장의 완성으로 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얼마나 많은 발전사업자와 수요기업을 참여시키고, 플랫폼을 실제 계약으로 얼마나 잘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번 플랫폼 개설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온라인 거래창구 하나가 아니다.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기업과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사업자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는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새롭게 부상한 과제에 대한 첫 실험에 가깝다.

 

RE100 확대와 전력수요 증가로 재생에너지 조달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플랫폼이 거래의 문턱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개별 계약에 머물렀던 재생에너지 거래가 하나의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