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김을 키우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바다의 수온과 영양 환경에 생산을 온전히 맡기던 전통 양식에서 벗어나 육지에서 온도·빛·영양분을 인공적으로 조절하며 최적의 생육 조건을 직접 설계하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는 중이다. 이는 기후변화로 해수온 변동성이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김 생산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모색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된 연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양식장 장소를 바다에서 육지로 옮기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어떤 온도에서 어떤 품종이 잘 자라는지, 영양분과 조도 조건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세밀히 분석하면서 김 생산 환경 자체를 정밀 제어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김 양식 농가들의 관심도 커져가는 모양새다.
◆ 김을 육지에서 키우는 핵심, 수조보다 품종
육상양식이라고 해서 바닷물을 수조에 담아 김을 넣는 수준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김은 수온과 빛, 영양염 등 주변 조건의 미세한 변화에도 생장 속도와 생리적 반응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수온은 김의 생존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다.
올해 3월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World Aquaculture Society’에 게재된 연구는 이 지점을 잘 짚어낸다. 김을 포함한 홍조류 3종의 수온·영양분 조건별 생육 특성을 분석한 결과, 김은 10~15℃에서 비교적 양호하게 자란 반면 20℃에 도달하자 심각한 생육 스트레스를 보였다. 반면 다른 홍조류 중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온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는 종류가 확인됐다.
이처럼 해조류마다 적정 생육 환경이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은 육상양식이 직면한 기술적 과제와 직결된다. 자연스러운 계절 변화에 의존하던 바다와 달리 육상에서는 김에게 필요한 최적 환경을 사람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품종별 특성에 최적화된 수온과 영양 환경을 찾아내고 이를 오차 없이 유지하는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해외의 활발한 연구만큼이나 국내 연구진 역시 김의 생육 조건을 정밀 파악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서혜민·한이윤·이우진·임현지·박은정 연구진은 2025년 ‘한국수산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방사무늬김과 잇바디돌김의 사상체를 대상으로 수온·조도·영양염 조건에 따른 생장과 성숙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방사무늬김은 15℃, 잇바디돌김은 25℃에서 각각 가장 활발한 생장을 보였으며, 30℃에서는 두 종 모두 생장이 멈추고 폐사했다.
연구 결과는 김 품종에 따라 적합한 생육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육상양식에서 품종에 맞는 수온과 빛, 영양환경을 설정하고 유지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바다의 자연환경에 맞춰 양식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육상에서는 김의 생육 조건을 직접 설계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 단순 시설 확충 넘어 에너지 효율성·품종 다변화가 과제
이처럼 육상 기술이 급물살을 타는 배경에는 실제 바다가 맞닥뜨린 위기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 고수온 특보 발령 기간은 85일에 달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역시 주변 해역 대부분에서 여름철 수온이 평년보다 1℃ 이상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고수온의 상시화가 현실로 다가왔다.
고수온의 피해는 인근 해역 지형도를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김 양식에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수산당국도 고수온 내성을 갖춘 품종 개발과 양식 환경 관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분야 역시 지역별 해양 환경에 최적화된 품종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고수온 견딤성이 뛰어난 ‘기후 적응형’ 품종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육상양식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져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육상양식은 이러한 기후 위기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대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바다 전체의 수온을 바꿀 수 없다면 생육 공간을 육지로 들여와 수온과 수질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산업계의 상업화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충남 천안에 육상 김 양식 상업화 시설을 착공해 2027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2018년부터 관련 기술을 축적해 온 이 회사는 육상양식 전용 품종 개발과 함께 미세 생육 환경 관리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육상양식이 당장 기존 해상양식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연이 무료로 제공하던 빛과 물, 영양분을 인공적으로 조성하고 순환시키는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 경쟁의 초점도 단순히 ‘육지에서 김을 키울 수 있는가’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로 옮겨갈 전망이다. 고온에 강한 품종을 활용하면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물과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순환시키는 기술도 필요하다. 생육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성장 조건을 찾아내는 것도 과제다. 육상양식이 실제 산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안정적인 생산과 경제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K-푸드 열풍으로 김의 글로벌 수요가 커지면서 안정적인 원료 공급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해양환경의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김 생산 역시 자연조건에만 기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육상양식이 기존 해상양식을 대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변화는 생산 장소보다 생산 방식에 있다. 품종별 특성을 파악하고 수온·빛·영양분 등 생육환경을 정밀하게 조절하면서 김 생산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에서 필요한 조건을 직접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