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재영 기자] 한국 도로에서 중국산 전기차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시장 침투 속도가 놀랍도록 가팔라졌다. 중국산 차량은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수입액의 70%를 넘어섰고 BYD 역시 국내 진출 1년여 만에 주요 전기차 판매 순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맹렬한 기세를 뽐내고 있다.
일반 대중의 시각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비춰지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내에서 나타난 현상만 보면 중국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한국 소비자의 선택을 넓힌 공정한 결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분석에서도 중국산 테슬라와 BYD의 판매 증가가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시선을 중국으로 돌리면 조금 다른 장면이 보인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한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단순히 수출 물량을 늘리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여러 해외매체들은 중국 안에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격경쟁과 내수 부진이 자동차 업체들의 사업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 치열해진 국내 경쟁 대신 해외로 승부수
최근 로이터는 중국 자동차 판매가 10개월 연속 감소한 가운데 7월 내수 판매가 전년보다 20% 줄었다고 짚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출은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국내 판매가 크게 위축되는 동안 수출은 71% 늘었다. BYD 역시 중국 내 판매 감소를 해외 판매 증가로 상쇄하는 모습을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과정에서 해외시장이 단순한 출구를 넘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BYD가 지난 2분기 거둔 순이익은 82억위안으로 전년보다 30% 증가했다. 매출은 오히려 3.2% 줄었지만 수익성은 개선됐다. 상반기 해외 판매는 79만대를 넘어 전년보다 71% 증가했고, 해외사업의 매출총이익률은 22%까지 올라갔다. 해외 판매 확대가 중국 내수시장에서 발생한 수익성 압박을 상쇄한 셈이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과열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에서는 수많은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을 낮추고 신차 출시 속도를 높이는 경쟁을 벌여왔다. 소비자에게는 선택지가 늘었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갉아먹는 싸움이 됐다.
문제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이 이 과정에서 오히려 강해졌다는 점이다. 배터리와 핵심 부품의 조달망을 확보하고, 생산 규모를 키우며 차량 개발과 출시 속도를 끌어올리는 과정이 반복된 것. 중국 자동차산업 내부의 극심한 경쟁이 업체들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원가 경쟁력을 만들어낸 셈이다.
로이터가 중국 자동차산업을 분석하면서 주목한 대목도 여기에 있다. 중국 내수시장의 판매 감소와 달리 해외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BYD·지리자동차·체리자동차 등 주요 업체들이 내수 부진을 해외시장 확대로 만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에는 전기차 기술뿐 아니라 배터리와 부품을 포함한 공급망이 자리하고 있다.
결국 중국 전기차의 해외 공세를 단순히 중국에서 안 팔리는 차를 해외에 파는 것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인 가격경쟁이 생산 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높였고, 그렇게 확보한 경쟁력이 다시 해외시장 공략의 무기가 되는 구조다.
◆ 한국은 그 변화가 나타나는 또 하나의 시장
한국에서 중국 전기차의 점유율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도 이 흐름과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한국은 현대차와 기아가 강력한 내수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대표적인 자동차 생산국이다.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만만한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중국산 전기차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로이터는 앞서 한국과 일본을 중국산 전기차 수출 확대가 두드러지는 자동차 강국으로 따로 지목했다. 한국은 휘발유 수입을 줄이는 동시에 중국산 전기차 수입을 크게 늘렸고 일본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구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시장에서 BYD의 성장 속도도 이를 보여준다. BYD는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1만1675대를 판매하며 기아·테슬라·현대차에 이어 전기차 판매 4위에 올랐다. 국내 진출 1년여 만에 거둔 성적이다.
여기서 주중요한 것은 앞으로 중국차가 한국에서 몇 대나 더 팔릴지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중국 업체들이 현대차·기아가 버티는 한국처럼 자동차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도 가격과 상품성을 앞세워 점유율을 넓힐 만큼 경쟁력을 확보했느냐는 데 있다.
중국 전기차의 한국 공세를 가격 문제로만 바라보면 변화의 일부만 보게 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기본적으로 보면 가격은 소비자가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경쟁력이다. 하지만 그 가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훨씬 복잡하다. 배터리부터 소재와 부품, 생산설비, 공급망, 차량 개발 속도까지 자동차를 만드는 전체 구조가 영향을 미친다.
중국 업체들은 거대한 내수시장에서 수년간 이 요소들을 동시에 압축해왔다. 그 과정에서 축적한 생산 규모와 공급망이 해외시장에서도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게 최근 해외 분석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다.
특히 BYD의 최근 실적은 이 변화가 단순한 판매량 확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해외 판매가 늘면서 해외사업의 수익성까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수시장의 가격경쟁에서 얻은 규모와 원가 경쟁력이 해외에서는 오히려 더 높은 마진을 만들어내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중국 전기차의 점유율이 올라가는 현상도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중국 업체가 한국 시장을 특별히 겨냥해서 생긴 일이라기보다 중국 자동차산업이 내수 중심의 경쟁에서 글로벌 수익모델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하나의 시장으로 편입되고 있는 것일 수 있어서다.
중국의 자동차 내수는 여전히 약하다. 로이터는 중국 자동차 판매가 장기간 감소하는 가운데 수출이 이를 빠르게 보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 전반에서도 내수보다 제조업과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모습이 나타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중국 전기차의 약진을 단순한 수입차 시장의 변화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중국에서 벌어진 치열한 가격전쟁이 중국 업체들의 해외시장 경쟁력을 키웠다면 앞으로 한국 자동차업계가 맞닥뜨릴 경쟁 역시 단순한 가격 싸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시장에 들어오는 중국차를 보는 시선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지금의 판매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 자동차산업이 내수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경쟁 방식이 해외시장에서도 통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일 수 있다. 한국의 도로 위에서 늘어나는 중국 전기차는 그 변화가 가장 가까이에서 드러나는 하나의 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