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태양광 폐패널 폭증 다가오는데..먹통 통계에 뚫린 수거망 어쩌나

국내 2025년 폐패널 2547t.. 연간 처리능력의 11% 수준
수거·운송부터 재사용·재활용까지 전주기 관리 필요

 

[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태양광 발전 설비가 늘면서 수명을 다했거나 교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패널도 증가하고 있다. 밝혀진 숫자만 놓고 보면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닌 게 사실이다. 현재 국내 재활용업체의 처리능력은 실제 발생량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발생량이 예측을 크게 벗어난 데다 향후 배출량이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단순 처리 용량만으로 안심할 순 없다. 핵심은 전국에 파편화된 폐패널을 효율적으로 모으는 회수·운송망이다. 아울러 재사용 패널 선별 기준 마련, 회수 자원의 판로 개척 등 전주기 관리망이 함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맞닥뜨릴 이 과제에 한발 앞서 시달린 곳이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2012년 고정가격매입제도(FIT) 도입 이후 태양광 설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당시 설치된 패널들이 수명을 다해 차례로 철거되는 시기에 접어들자 폐패널 급증에 대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일본 환경성은 2030년대 후반 태양광 패널 배출량이 연간 최대 5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폐패널 재자원화 촉진 법안을 각의 결정하며 법적 처리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처리시설은 여유.. 실제 발생량은 전망치 웃돌아
국내 폐패널 처리는 현재 처리시설 부족보다 발생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물량을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는 문제가 더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업체 8곳의 연간 처리능력은 약 2만3000t이다. 2025년 실제 폐패널 발생량은 2547t으로 집계됐다. 단순 처리능력과 실제 발생량을 비교하면 처리시설의 가동률은 약 11% 수준이다. 정부도 당시 현재 확보된 처리용량으로 폐패널을 처리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발생량이 기존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발생량 2547t은 한국환경공단이 앞서 산정했던 1223t의 두 배를 넘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월 내구연한과 패널 중량 변화 등 최근의 설치·폐기 추세를 반영해 폐패널 발생량 전망을 다시 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5월 18일 발간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폐기물의 전주기 관리 체계로의 전환’ 보고서에서 태양광 폐패널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폐기물에 대한 전주기 관리체계 구축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폐기 단계의 처리시설뿐 아니라 발생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회수·운반체계를 갖추며 재사용과 재활용을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현재의 처리능력이 앞으로 발생할 폐패널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지는 단순한 시설 용량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태양광 발전소는 전국 각지에 분산돼 있고, 폐패널 역시 발전소 해체나 교체 시점에 따라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다. 발생 장소에서 재활용시설까지 패널을 옮기는 과정에서 물류비가 커지면 실제 재활용 비용도 높아질 수 있다.

 

 

정부가 수거·운송체계 개선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폐패널을 효율적으로 회수·운반하기 위한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장에서 패널을 분리·처리해 운송 부피를 줄이는 방식 등을 통해 물류비를 낮추고 재활용시설의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내에서 폐패널 처리체계를 정비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먼저 대규모 태양광 보급을 경험한 일본에서는 폐기 단계에 접어든 설비에 대한 제도 정비가 한층 앞서 진행되고 있다. 과거 집중적으로 보급된 태양광 설비의 사용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폐패널 증가를 예상한 선제 대응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이 폐패널 관리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한국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된 대규모 태양광 보급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은 2012년 7월 FIT를 도입하면서 태양광 발전 설비가 빠르게 증가했다. 당시 설치된 설비 가운데 일부가 시간이 지나 교체·철거 단계에 들어서면서 폐패널 문제도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

 

패널의 실제 사용기간은 제품과 설치환경, 관리상태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설비가 일정한 시점에 폐기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집중적으로 설치된 물량이 시간이 지나면서 폐기 단계로 이동하는 구조는 분명하다.

 

◆ 일본은 폐패널 급증 앞두고 법제화 통해 준비 돌입

일본 환경성은 지난 4월 3일 ‘태양전지 패널 재자원화 등의 추진에 관한 법률안’을 각의 결정했다. 해당 법안은 태양광 발전사업자와 패널 제조·수입업자의 의무를 명확히 하고 배출된 패널을 체계적으로 회수해 재자원화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량의 폐패널이 매립장으로 몰릴 경우 최종처분시설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활용을 통해 유리와 알루미늄 등 패널 속 자원을 회수하고 최종 매립량을 대폭 줄이는 것이 이번 법제화의 핵심 과제다.

 

일본 환경성이 법안과 함께 공개한 자료에서는 폐패널 재활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처리비용과 처리시설 부족, 패널 종류의 다양화 등을 제시했다. 재활용이 가능하더라도 수거와 운송에 비용이 많이 들거나 회수한 자원의 판로가 확보되지 않으면 실제 재활용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일본에서는 재활용을 넘어 재사용 가능성을 살피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성능이 남아 있는 패널까지 곧바로 폐기하기보다 성능을 평가해 다른 용도로 활용할 경우 폐기물 발생량과 자원 투입량을 함께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재사용과 재활용을 함께 고려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의 제도는 폐패널이 발생한 이후 적정하게 수거·재활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향후 물량이 늘어날수록 설치 단계부터 철거와 처리까지 이력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폐패널에서 회수할 수 있는 자원의 경제성도 변수다. 태양광 패널은 대부분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구성돼 있지만 구리와 실리콘, 은 등 회수 가능한 소재도 포함한다. 기술적으로 자원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과 이를 경제적으로 회수해 다시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다행스러운 건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폐패널의 분리·회수 효율을 높이고 알루미늄과 유리뿐 아니라 구리·은 등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재활용 과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와 비용을 낮추면서 회수 자원의 순도를 높이는 것이 상용화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현재 국내 재활용시설은 폐패널 발생량에 비해 충분한 처리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2025년 실제 발생량이 기존 전망치를 크게 웃돈 만큼 앞으로 필요한 처리용량을 정확히 산정하는 작업은 계속돼야 한다. 동시에 시설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수거·운송망과 재활용 자원의 판로를 갖추지 못하면 명목상 처리능력과 실제 처리능력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태양광 산업의 성장세가 이어질수록 패널의 설치와 발전량뿐 아니라 수명이 끝난 설비의 처리까지 산업의 관리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이 폐패널 발생량 증가를 앞두고 법제화에 나선 것도 과거 대규모 보급의 결과가 폐기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국 역시 아직 처리시설이 부족한 단계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발생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전에 실제 폐기 흐름을 파악하고 수거와 운송, 재사용, 재활용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시점에 가깝다. 태양광 보급 확대의 성과를 설비 설치량으로만 평가하지 않고 수명이 끝난 패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자원으로 되돌리는지까지 살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