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중국 태양광 산업이 심각한 적자 늪에 빠졌다. 공급과잉에 대형업체도 휘청이는 모양새다. 통웨이는 1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고, 롱기·징코솔라·JA솔라 등 대형 업체들도 수천억원대 적자를 냈다. 생산량이 줄었지만 수요도 급감하면서 출혈경쟁을 끝내하려는 구조조정은 아직 시험대에 올려져 있다.
여기에 폴리실리콘부터 웨이퍼·셀·모듈까지 공급망 곳곳에서 공급과잉이 이어지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대형 업체들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업계가 가격 경쟁을 완화하고 생산능력을 줄이려는 움직임에 들어갔지만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은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 생산량 줄어도 여전히 이어지는 적자 행진
이런 흐름은 각사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실적보고서를 보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세계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통웨이는 상반기 매출 343억6000만 위안(약 7조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 줄었고 지배주주 귀속 순손실은 51억2000만 위안(약 1조440억원)으로 3.3% 늘었다. 태양광 사업만 떼어봐도 매출은 198억8000만 위안(약 4조500억원)에 그쳐 적자가 이어졌다. 통웨이는 태양광 사업의 부진 원인으로 지속되는 공급과잉과 낮은 가격을 꼽았다.
웨이퍼와 모듈을 주력으로 하는 롱기는 매출 270억5000만 위안(약 5조5100억원)으로 17.6% 감소했고 순손실은 36억8000만 위안(약 7500억원)으로 전년보다 43.4% 확대됐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58억2000만 위안(약 1조1900억원) 유출로 돌아섰다. 롱기는 손실 배경으로 공급과잉과 낮은 설비 가동률, 은 가격 상승 등을 들었다.
징코솔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상반기 매출은 247억3000만 위안(약 5조400억원)으로 22.3% 감소했고, 지배주주 귀속 순손실은 30억8000만 위안(약 628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8% 늘었다. 모듈 부문 매출은 31% 감소했고 해당 사업의 매출총이익률은 –1.74%를 기록했다.
JA솔라 역시 매출이 174억9800만 위안(약 3조5700억원)으로 26.8% 줄었고, 순손실은 26억6300만 위안(약 5430억원)으로 확대됐다. 회사는 지속되는 수급 불균형과 낮은 모듈 가격, 중국의 수출세 환급 폐지, 무역 갈등 등을 실적 악화 요인으로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태양광의 실적 부진을 과도한 생산량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중국 태양광 산업이 처한 상황은 단순히 공장이 너무 많다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생산량과 함께 수요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53만8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줄었다. 웨이퍼 생산량은 293GW로 7.3%, 태양전지는 260.7GW로 21.9%, 모듈은 201.3GW로 35.1% 각각 감소했다. 제조업 전반에서 생산량이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 내 신규 태양광 설치량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 규모는 72.07GW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04%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212.21GW에 달했던 신규 설치량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중국의 재생에너지 가격제도 변경을 앞두고 프로젝트가 몰렸던 만큼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그럼에도 올해 수요가 지난해와 같은 속도로 생산능력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현재 중국 태양광 시장에서는 공급이 줄고 있지만 수요도 더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생산량 감소만으로 공급과잉이 해소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품 가격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7월 기준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해 1월보다 42.3% 떨어졌고, 웨이퍼와 태양전지 가격도 각각 28.7%, 27.7% 하락했다. 모듈 가격은 같은 기간 3% 올랐지만 이는 중국의 수출세 환급 제도 변화 등의 영향을 일부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들어 일부 가격이 반등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그러나 회복세가 산업 전반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8월 27일 기준 중국 웨이퍼 가격은 모든 제품군에서 보합을 보였고 거래량은 부진했다. 태양전지 가격은 한 주 전보다 2.94% 떨어졌다. 중국 비철금속산업협회 산하 실리콘산업분회는 수요 회복이 없을 경우 가격이 다시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폴리실리콘은 생산업체들이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 출하를 조절하고 있지만 재고가 다시 쌓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격이 반등했다고 해서 공급과잉의 구조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 한국엔 기회, 그럼에도 중국 추이는 지켜봐야
중국 정부와 업계도 문제를 방치하고 있지는 않다. 중국 당국은 제조업 전반에서 나타난 이른바 ‘내권식 경쟁’, 즉 지나친 가격 인하 경쟁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7월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과도한 경쟁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차원의 자율 조정도 시작됐다. 지난 8월 중국의 주요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8곳은 원가 이하 판매를 막고 가격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공동 방침을 내놨다. 통웨이, GCL테크놀로지, 다초뉴에너지, 신터에너지 등을 포함한 8개 업체의 생산능력은 중국의 유효 폴리실리콘 생산능력 가운데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지난해에는 중국 주요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약 500억 위안(약 10조19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전체 생산능력의 3분의 1 가량을 인수·폐쇄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문제는 계획과 실제 감축 사이의 간극이다.
중국 태양광 업계에서는 공급과잉이 심각해진 지 2년이 넘었지만 생산능력의 실질적인 합리화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마다 생산 감축과 해외시장 확대, 고효율 제품 전환 등 대응 전략이 달라 구조조정 속도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적자 속에서도 살아남는 기업은 있다. 그렇다고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모두 같은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다.
트리나솔라는 상반기 매출이 319억9000만 위안(약 6조5200억원)으로 3% 증가했고, 지배주주 귀속 순손실은 2억7000만 위안(약 5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8% 줄였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50억7000만 위안(약 1조330억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은 흑자로 전환했고, 상반기 ESS 출하량은 5GWh를 넘어 지난해보다 188% 늘었다.
다만 이 숫자를 그대로 흑자 전환이 임박했다고 해석하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투자·공정가치 평가이익 등의 영향으로 회계상 순손실이 크게 줄어든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조정 순손실은 28억9000만 위안(약 5890억원)에 달했다.
다른 업체에서도 비슷한 차이가 나타난다. 8월 31일 발표된 추가 실적을 보면 TCL중환은 순손실이 32억 위안(약 6520억원)으로 전년보다 24.5% 줄었고, 신터에너지는 순손실이 2억1200만 위안(약 430억원)으로 17.3% 감소했다. 반면 GCL테크놀로지의 순손실은 20억8000만 위안(약 4240억원)으로 17.2% 늘었고, 다초뉴에너지 역시 16억 위안(약 32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초뉴에너지는 특히 생산과 판매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다. 상반기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8만7077톤으로 71.3% 늘었지만 판매량은 1만9672톤으로 57.4% 줄었다. 평균 판매가격은 ㎏당 30.63위안(약 6240원)으로 현금 생산원가 34.75위안(약 7080원)에도 못 미쳤다. 많이 생산하는 것보다 생산을 얼마나 줄이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장이라는 얘기다.
한국 태양광 업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도 여기다. 중국의 생산능력이 실제로 줄고 공급과잉이 해소된다면 국내 제조업체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수년간 이어진 저가 경쟁에서 벗어나 제품 가격과 마진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과 중국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중국은 이미 태양광 공급망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의 93.2%, 웨이퍼의 96.6%, 태양전지의 92.3%, 모듈의 86.4%를 차지했다는 분석도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대형 업체가 살아남는다면 오히려 이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실제로 주요 업체들은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전략에서 벗어나고 있다. 롱기는 상반기 해외 모듈 매출 비중을 65%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징코솔라는 상반기 모듈 출하량의 약 70%를 해외로 보냈다. 트리나솔라와 징코솔라 등은 ESS 사업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 태양광의 구조조정이 성공할 경우 중국산 태양광의 퇴장보다 더 강해진 중국 기업의 재편이 나타날 가능성을 봐야 하는 이유다.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태양광 공급망에 대한 견제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미국은 8월 중국의 태양광·반도체 공급망을 겨냥해 폴리실리콘과 관련 제품에 15% 관세와 최저가격을 적용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업체의 미국 시장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중국산 제품이 다른 시장으로 몰릴 가능성도 남는다.
중국 태양광 산업이 지금 빠진 적자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는 결국 얼마나 많은 생산능력을 실제로 시장에서 걷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생산량이 줄었다는 것만으로 공급과잉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요보다 공급이 더 빠르게 줄고, 적자 기업의 퇴출이 실제 설비 감축으로 이어져야 가격과 수익성이 정상화될 수 있다.
바꿔말하면 중국이 출혈경쟁을 끝내고 산업 재편에 성공한다면 세계 태양광 시장은 지금과 전혀 다른 경쟁 구도로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반대로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저가 경합과 적자의 굴레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태양광의 생존 게임이 국내 업계에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구조조정의 실질적인 진행 경과를 주밀하게 살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