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 e법칙] 네팔 빙하 대홍수 현장에서 본 기후 시한폭탄과 개발의 그늘

단순 자연재해 아닌 기후변화·개발의 복합재난
'저탄소'가 곧 '저위험'은 아니다.. 개발 잔혹사의 경고

 

                                                                 

[엔트로피타임즈 황상규 칼럼니스트]

 

지난 8월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빙하·암반 붕괴와 홍수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기후변화 시대의 새로운 복합재난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번 재난은 빙하와 암반의 붕괴가 거대한 토석류와 홍수를 일으키고, 좁은 계곡을 따라 건설된 도로·교량·마을·수력발전소를 연쇄적으로 휩쓸면서 피해를 크게 키웠다.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난 9월 2일 기준 네팔 정부가 집계한 사망자는 1,114명, 실종자는 2,916명에 달하며, 중국 측에서도 다수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특히 네팔에서는 아직도 수력발전소 터널 등에 많은 근로자가 고립되어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약 220만 톤에 이르는 막대한 토석류가 발생했으며, 최소 12개의 수력발전 프로젝트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도되었다. 재건 비용만 40억~5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 빙하붕괴, 지진파, 거대한 토석류

 

이번 사고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과학적 사실은 초기에 제시되었던 ‘지진에 의한 빙하붕괴’라는 추정이 수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8월 26일 랑탕 국립공원 일대에서 발생한 급격한 사면 붕괴가 빙하를 포함한 대규모 암석·토사 쇄도(debris avalanche)와 홍수를 촉발한 것으로 분석했다. 즉, 이번 사고의 원인과 결과의 순서가 일반적인 지진재해와 반대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번 붕괴는 지진계에 규모 약 5.2에 해당하는 지진성 신호를 남겼다. 일반적인 지각판 지진과 달리 대규모 산사태나 빙하붕괴는 지표에서 거대한 질량이 이동하면서 장주기·저주파 성분이 강한 독특한 지진파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례는 앞으로 고산지역에서 지진관측망을 단순한 지진 조기경보뿐 아니라 ‘빙하·암반 붕괴 조기탐지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중요한 가능성도 제시한다.

 


기후변화는 고산지역의 지질환경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번 사고를 단순히 ‘빙하가 녹아서 발생한 홍수’라고 설명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후변화가 고산지역의 빙하와 영구동토층, 암반과 사면의 물리적 조건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데 있다.

 

빙하는 단순한 얼음 덩어리가 아니다. 오랜 기간 산악지형을 지탱하고 있던 하나의 자연적 구조물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빙하가 후퇴하면 그동안 빙하에 의해 지지되던 암반이 노출되고, 빙하와 암반 사이의 구조적 균형도 변한다. 여기에 기온 상승으로 ‘영구동토층’까지 녹으면 암반 내부의 얼음이 사라지고 균열과 지하수의 이동이 증가하면서 사면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역시 고산지역에서 빙하 후퇴와 사면 불안정, 집중호우 등이 산사태와 홍수의 양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영구동토층’의 해빙은 고산 사면의 안정성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빙하가 얼마나 줄었는가’뿐 아니라 ‘빙하가 사라진 뒤 주변 암반과 산사면이 얼마나 불안정해지는가’를 함께 관찰해야 한다.

 


자연재해와 고산지역 개발이 결합하여 위험 증폭

 

이번 네팔 재난의 또 다른 특징은 자연적 위험지역에 대규모 사회·산업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보테코시-트리술리(Bhotekoshi-Trishuli) 강 계곡에는 수많은 수력발전소가 건설됐거나 건설 중이다. 대표적인 ‘어퍼 트리술리-1(Upper Trishuli-1)’ 사업은 216MW 규모의 대형 수로식 수력발전 프로젝트로 터널과 지하 발전시설을 포함한다.

 

이번 사고에서는 어퍼 트리술리-1을 비롯해 여러 수력발전소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으며, 발전소 터널과 지하 공간에 많은 근로자들이 고립되면서 구조작업이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력발전소가 이번 빙하붕괴를 일으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까지 이와 관련된 직접적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력발전 개발이 이번 재난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개발 행위는 재난의 발생 원인과 별개로, 위험에 노출되는 인구와 시설을 대폭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발파와 터널공사는 철저한 검증 필요

 

특히 고산지역 수력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터널 굴착과 발파 작업은 앞으로도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발파는 암반에 탄성파와 진동을 발생시키고, 반복적인 굴착과 사면 절개는 기존 암반의 구조적 안정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 네팔 사고에서 수력발전소 건설 발파와 빙하붕괴 관련해서는 정확한 발파 시각, 폭약량, 발파 위치, 진동의 최대입자속도(PPV), 주파수, 붕괴 지점과의 거리, 그리고 사고 당시 지진계 파형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지진파 분석을 통해 발파와 자연적 대규모 산사태를 구별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기회를 제공한다. 발파는 대체로 짧고 충격적인 고주파 신호를 남기는 반면, 대규모 산사태·빙하붕괴는 거대한 질량이 이동하면서 상대적으로 장주기 성분이 강한 신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러한 개발 행위들이 이미 기후변화로 취약해진 고산 암반과 빙하에 추가적인 위험요인이 될 수 있는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친환경’ ‘저탄소’만으로는 ‘안전’ 보장 안돼

 

수력발전은 화석연료 발전에 비해 탄소배출이 적은 중요한 재생에너지이다. 그러나 저탄소 발전이라고 해서 모든 장소에서 자동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히말라야와 같은 고산지역에서는 ‘저탄소’라는 주장만으로 ‘저위험’이 답보되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후퇴하고 ‘영구동토층’이 서서히 녹고있는 지역에 대규모 수력발전소와 터널, 도로를 집중적으로 건설한다면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훨씬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수력발전 관련 개발 행위는 단순히 발전량과 경제성뿐만 아니라 기후회복력(Climate Resilience), 재난위험(Disaster Risk), 생물다양성(Biodiversity), 누적영향(Cumulative Impact)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번 네팔 재난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은 환경영향평가(EIA)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방법 또한 ‘사업 중심’에서 ‘종합적인 환경 및 시스템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존 EIA는 주로 ‘이 사업 하나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평가한다. 그러나 고산지역에서는 발전소 하나만 평가해서는 실제 위험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미 국제금융공사(IFC)는 2020년 네팔 트리술리 강 유역 전체를 대상으로 누적영향평가(CIA, Cumulative Impact Assessment)를 실시한 바 있다. 이는 개별 프로젝트를 넘어 여러 수력발전소가 하나의 유역 내에서 만들어내는 환경·사회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선제적 접근이었다.

 


‘기후복합재난형’ 환경영향평가(EIA) 필요

 

이제 환경영향평가의 질문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는 “이 사업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고 물었다면, 앞으로는 “기후변화로 자연환경 자체가 급격히 변하는 상황에서 이 사업과 주변의 다른 개발사업들이 결합해 어떤 연쇄적 위험을 만들어내는가?”를 평가하고 예방해야 한다.

 

이를 가칭, ‘기후복합재난 환경영향평가’ 또는 ‘기후위기형 누적영향평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위성영상, SAR, 드론, LiDAR, GPS, 빙하변위 관측, 영구동토층 온도, 지진계, 강우·수위 관측, 발파기록 등을 통합하고 AI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다면 고산지역의 위험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개발 허가에 앞서 고산지역 전체를 기후위험도에 따라 ‘개발 가능지역’, ‘조건부 개발지역’, ‘개발 제한지역’, ‘No-Go Zone(개발 금지 구역)’으로 구분하는 ‘기후위험 구역화(Climate Risk Zoning)’ 개념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네팔의 비극을 세계의 교훈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번 네팔 빙하 대홍수는 한 국가의 불행한 자연재해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히말라야뿐 아니라 안데스, 알프스, 카라코람, 톈산, 코카서스, 로키산맥, 알래스카, 뉴질랜드 남알프스 등 세계의 고산지역에서도 빙하 후퇴와 영구동토층 해빙, 사면 불안정이 진행되고 있다.

 

AP 통신 역시 이번 재난을 기후변화로 따뜻해지는 히말라야에서 빙하·암반 붕괴와 홍수 위험이 커지고 있는 사례로 평가하면서, 토지이용 규제와 조기경보, 인프라 안전성 평가, 지역사회의 지식 활용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자연재해와 개발재해 증폭 효과

 

기후변화 시대에는 자연재해와 개발재해를 따로 볼 수 없다. 빙하가 녹고 영구동토층이 해빙되는 것은 자연환경의 변화이지만, 그 위험지역에 수력발전소와 도로와 도시를 계속 건설하는 것은 인간의 선택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환경정책은 ‘얼마나 많은 전력을 생산할 것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안전하게 개발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네팔의 비극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시사점은 바로 이것이다. 저탄소 개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기후위기에 강한 개발’, 즉 회복력 있는 개발(Resilient Development)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환경보전과 개발을 따로 평가하는 기존의 환경영향평가를 넘어, 기후·빙하·지질·수문·생태·인프라·지역사회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연결되고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평가하는 새로운 환경영향평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황상규 칼럼니스트
ESG평가연구소장, ISO26000한국전문가포럼 공동대표,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 환경윤리학 박사 수료, , ‘사회책임의 시대‘(2013)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