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김성민 기자]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늘리는 데 집중해온 재생에너지 정책이 이제는 설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까지 관리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넓히고 있다. 정부가 소규모 발전설비에 이르기까지 관리 범위를 대폭 넓히기로 결정하면서 각 발전소의 실시간 발전량과 운전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출력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뀐 배경에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전력계통에 연결되는 분산형 발전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다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설비를 추가로 지어 계통에 붙이는 것 못지않게 이미 들어온 전력을 전력망 안에서 얼마나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제어할 것인가가 전력 산업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송·배전용 전기설비 이용 규정'을 개정, 내년 1월 1일부터 모니터링·제어 장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설비용량 90kW 이상'에서 사업·전력거래를 위한 '20kW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3일 밝혔다. 기존 90kW 이상이던 의무 적용 대상을 20kW 수준까지 대폭 낮추는 이번 조치는 사실상 대부분의 소규모 상업용 발전설비를 전력 당국의 실시간 관리 영역 안으로 흡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소규모 설비까지 관리하려니 비용도 문제
이번에 구축이 의무화되는 모니터링·제어 장비는 각 발전설비의 출력과 운전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수집해 계통 운영자에게 전달하는 한편, 비상시 발전량을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장치다.
예컨대 태양광 발전량이 폭증하는 한낮 시간대에 전력이 과도하게 공급되거나 전압 상승 및 계통 고장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계통 운영자가 발전설비의 출력을 직접 조정해 전력계통 이상에 대응할 수 있다.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 변동성이 매우 큰 재생에너지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할 때 설비가 늘어날수록 이러한 실시간 통제 및 대응 능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이번 조치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단순히 관리 대상 숫자만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원격 출력제어가 가능한 발전기가 다수 확보되면 기존 일부 발전사업자에게 집중됐던 출력제어 부담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어 가능한 발전설비의 저변이 촘촘해지면 전력계통 상황에 따라 출력제어 대상을 한층 다변화하고 유연하게 분산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제도 변화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전력망에 ‘얼마나 더 많이 연결할 수 있느냐’라는 보급의 지속가능성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발전설비를 아무리 많이 늘린다 한들, 전력계통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과부하 시 제어조차 불가능하다면 추가 보급의 속도 자체가 멈춰 설 수밖에 없어서다.
다만 관리 범위를 90kW에서 20kW로 낮추게 되면 자금력이 부족한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의 초기 투자 및 운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가 이번 규정 개정과 함께 통신 방식의 선택지를 대폭 확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에는 한국전력이 보유한 자가 무선망(e-WSN)을 활용하는 방식이 표준으로 쓰였으나, 산악지대나 외곽지역에 위치한 발전소의 경우 수킬로미터에 달하는 유선 케이블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잇따랐다. 게다가 e-WSN 망을 개통하는 데만 평균 3개월(약 84일)가량이 소요되어 사업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민간 일반 이동통신사의 LTE 상용망을 전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LTE 기반 단말을 도입할 경우, 기존 e-WSN 방식 대비 장비 구축비가 약 460만 원에서 200만 원 수준으로 57%가량 획기적으로 절감된다.
구축에 걸리는 기간 역시 기존 약 84일에서 10일 안팎으로 무려 88%나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수치는 올해 4월부터 현장에서 진행한 시범 적용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된 기준인 만큼 향후 전국적인 본격 확대 과정에서는 현장 여건에 따라 다소 변동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개정안은 소규모 발전사업자 입장에서 규제 대상이 확대되는 부담을 안게 된 대신 정부가 이를 이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적 문턱을 대폭 낮춰줌으로써 연착륙을 유도하는 구조로 설계된 셈이다.
◆ 재생에너지 100GW 시대, 보급에서 운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제어 의무화 조치는 사실 이번에 갑자기 등장한 제도가 아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020년 10월, 전력계통 고립 섬지역인 제주도의 100kW 이상 신규 태양광·풍력·연료전지 설비를 대상으로 본 제도를 처음 시범 도입한 바 있다.
이후 적용 지역과 설비 용량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왔으며 마침내 이번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는 전국 단위 20kW 이상 설비까지 그 기준을 대폭 낮추게 되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해외 주요국의 움직임과도 궤를 함께한다.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에 앞서나가는 독일의 경우 이미 2021년부터 25kW 이상 설비에 대해 모니터링·제어 장치 부착을 의무화했다. 일본 규슈 지역 역시 2022년부터 10kW 이상 소형 설비까지 관련 제도를 적극 적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소규모 분산형 발전설비까지 중앙 계통 운영의 통제 영역 안으로 차곡차곡 끌어들이는 정교한 관리 흐름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전방위적인 관제 기반 확대를 추진하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이라는 거대한 국가적 목표가 놓여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생에너지의 공격적인 보급 확대와 더불어 전력계통 전체의 안정성을 동시 확보하기 위해 실시간 감시·제어 능력을 갖춘 스마트 전력망 기반을 계속해서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에너지 전환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본격화될수록 전력망이 품어야 할 발전원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지고 복잡해진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처럼 날씨에 따라 출력 변동성이 극심한 발전원들이 전국 각지에 소규모로 분산되어 들어오는 구조에서는 단순히 설비용량 숫자만 늘리는 1차원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전국 어디에서 언제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명확히 파악하고, 계통 수용력 한계에 맞춰 출력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지능형 운영 체계가 반드시 병행 구축되어야 한다. 이번에 모니터링·제어 관리 범위를 20kW까지 과감히 낮춘 결정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기술적 변화의 결정적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이제 ‘몇 GW를 보급했는가’라는 단순 외형 성장의 시대를 넘어, ‘늘어난 발전원을 전력망 안에서 얼마나 정교하고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가’를 묻는 한 차원 높은 고도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2030년 100GW 목표를 향해 발전설비를 끊임없이 확충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우리 앞에 놓인 진정한 숙제는 외형적 설치 수치 뒤편에 남아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재생에너지를 기존 전력계통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흡수하고 필요할 때 얼마나 유연하게 통제·운영할 수 있느냐가 향후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보급의 실제 성패와 속도를 좌우할 열쇠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