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지역별 산업용 전기 차등 요금제’ 전격 발표...배경과 기대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 산업용 전기 ‘전국 단일 요금제’ 개편 방향 제시
전력 다소비 기업 지방분산 유도...증권가 “전력 시장 구조 개편 신호탄”

[엔트로피타임즈 민경종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이 국내 전력 시장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단일 요금 체계를 깨고, 산업용 전력을 대상으로 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전격 발표해 그 배경과 기대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전력 자급률이 높은 지방의 전기요금을 깎아줘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배터리 등 대규모 전력 소비 기업들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읽히는데, 증권업계는 이번 개편으로 산업계 전체가 받게 될 요금 혜택은 연간 2.8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제도가 단순한 할인 정책을 넘어 도매 시장 가격 차등, 망 사업 가치 분리, 나아가 소매 시장 개방으로 이어지는 ‘중장기 전력 시장 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10% 인하, 4개 권역 11개 지역 세분화수도권은 그대로, 지방은 할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황성현 연구원의 지난달 27일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이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공개했다. 현행 전기요금에 지역별 조정요금을 신설하고, 한전 판매량의 51%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력을 대상으로 지역별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즉, 전국을 수도권 남부·북부, 중부권, 남부권 등 4개 광역권으로 나눈 뒤 지방우대지수와 산업위기지역 등을 반영해 최종 11개 지역으로 세분화한다. 요금은 송전비용, 전력자급률, 균형성장 요소를 조합해 결정한다.

 

 

할인폭은 수도권 남부 0~1원/kWh, 수도권 북부 최대 10원/kWh, 중부권 최대 15원/kWh, 남부권 최대 18원/kWh이다. 2025년 산업용 평균요금 181.9원/kWh 대비 최대 약 10%다. 산업계 전체 요금 부담 감소 규모는 약 2.8조원으로 추산된다.

 

18원/kWh 차이는 연간 1TWh를 사용하는 사업장 기준 약 180억 원으로, 기존 공장의 이전보다는 신규 반도체·배터리·철강·화학 공장이나 AI 데이터센터의 입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황 연구원의 판단이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이번 정책이 단순한 지방 전기요금 할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인데, 당초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전력이 부족한 지역의 가격은 올리고 남는 지역은 낮추는 구조에 가까웠지만, 이번에는 인상 없이 할인만 적용했다는 것.

 

이는 순수한 LMP라기보다 계통가격과 균형발전 정책을 결합한 혼합형 제도며, 경제적 효율성보다 정치적 수용성을 우선해 전국 단일요금 체계를 먼저 깨는 방식으로 판단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는 전력이 남는 지역으로 이동하라는 가격신호를, 또 발전사업자에게는 전력이 부족한 지역으로 투자하라는 신호를 동시에 주는 구조라는 것. 정부는 소매요금 차등과 함께 도매시장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서로 다른 거래가격을 적용할 계획이어서, 도매시장 가격체계 변화에 따라 발전사업자별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분석이디.

 

이로써 비수도권 LNG 발전소 등 시장가격 노출도가 높은 발전사업자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수도권 발전사는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한전은 2.8조원의 할인 재원을 전력구입비 절감, 송전비용 세분화, 정부 지원과 일부 자체 부담으로 마련한다. 따라서 실제 분담구조를 확인해야 하나, 단기 실적은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더 큰 변화는 전국 단일요금이 깨지고 지역별 원가와 송전비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역요금제→도매 지역가격제→망사업 가치 분리→소매시장 개방으로 이어지는 중장기 전력시장 개편의 나비효과가 시작됐다고 판단한다.

 

중장기 구조개편으로 시장 자유화가 진행될 경우 공공요금의 원가가 투명하게 공개되며 국내 유틸리티 업종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PBR 기준 자유화되어 있는 경쟁 시장, 미국 유틸리티 평균 2.5배 이상, 일본/유럽 유틸리티 1.5배 이상)

 

■2.8조 규모 재원 부담 딜레마’에 빠진 한전과 도매시장 전면전...배경은?

 

그렇다면 이번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이 산업용 전력을 대상으로 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전격 발표한 배경은 무엇일까?

 

전력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의 이면에는 전력 안보 확보라는 명분과 함께 한전의 재무 부담 및 발전사 간의 이해관계 충돌이라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지방 전력 소매요금 할인’→‘한전의 연 2.8조 재원 부담’→‘도매시장(수도권 vs 비수도권) 가격 차등 도입’→‘민간 발전사 희비 교차’라는 사이클이 예상된다는 것.

 

우선은 한전의 단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데, 한전은 2.8조 원에 달하는 할인 재원을 전력구입비 절감과 송전비용 세분화, 정부 지원 등으로 충당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 규모가 미정인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한전의 자체 부담이 늘어나 재무 구조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발전 시장에서 수도권 승리, 비수도권은 타격이 예상되는데, 이에 정부는 소매 요금 개편에 이어 도매 시장(발전사가 한전에 전력을 파는 시장)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이원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전력 수요처가 밀집한 수도권에 위치한 발전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전력 거래 가격을 적용받아 유리해지는 반면, 전력이 남아도는 비수도권의 LNG 및 신재생 발전사들은 가격 하락 압박을 받아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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