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타임즈 이상현 편집위원]
패권국과 친(親)패권국 부역자들이 똑같이 바라는 것은 약소국의 ▲’전방위(안팎)’적이고 ▲‘명백한’ ▲적대적 ‘분열’이다. 한국은 성공한 패권국들과 성공한 친패권국 부역자들의 ‘전무후무’한 성공 모델이다.
제국주의 일본은 조선을 점령한 뒤 군량미 조달을 위해 곡창지대인 호남의 지역민들을 징용에서 제외했다. 영남지역과 충청지역에서 더 악랄한 징용이 이뤄진 이유다. 이는 훗날 부지불식간 지역갈등의 불씨가 됐다.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들은 한반도를 분단시켜 남과 북을 분열시키는 데 성공했다. 분단을 성사시킨 친(親)제국주의 부역자들은 지역감정과 이념 갈등으로 동서를 분열시켜 안정적 집권기반을 확실히 다졌다.
한반도에서 제국주의자(패권국)와 친제국 부역자들(매국세력)은 실패한 적이 없고, 여전히 이 분열전략은 중요한 패권 성공 전략의 알고리즘으로 관철되고 있다. 공동체 분열의 알고리즘은 모든 국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가장 기본 장치로 확고히 장착돼 있다.
한국에서 ‘우리(we)’라고 말 할 때, 항상 주변을 둘러볼 수 밖에 없다. 나고야 아시안게임 축구경기 같은 특별한 계기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우리’는 항상 두 개 이상의 그룹에서 동시에 쓰는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인지적 주권(cognitive sovereignty)’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스스로에게 그것이 없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관심도 없는 상태다.
레거시 미디어의 타락
대표적인 것이 한국의 미디어 부분이다. 분열의 언어로 코딩된 한국 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외교와 국내정치 모두에 ‘시의적절’하게 작동하도록 만들어졌다.
제국주의의 이해를 관철시킬 때는 국내정치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핵심 정보로부터 소외・배제시키는 코드 모듈을 활용한다. 한국의 지식인과 일반인 모두가 외교・안보・통상・국방 등 세계정치의 이해관계자들의 동향과 핵심 이슈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게 핵심 기법이다. 신화와 같은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몇가지 사실에 기반해 교묘하게 ‘틀을 짠(framing)’ 뉴스와 논평, 분석, 칼럼으로 반제국주의 세력들의 담론이나 주장이 절대 스며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국내정치에서는 공동체를 항구적인 분열의 진영 구도로 유지시키는 기법을 적용한다. 국가나 공동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거의 대중매체에서 배제돼 있다. 정책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는 시늉 뿐이다. 정치적 경쟁자를 물어뜯고 싸움을 조장하는 보도가 최고의 보도로 인정받는다.
대부분 국가의 지원을 받거나 자국 정부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일정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영향력을 키운 거대 주류(레거시) 미디어들이 이런 국가나 자본의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한국만 그런 건 아니다. 영미과 유럽의 영향권에 가까이 있는 나라들의 중견 언론인들은 언론 환경의 변화를 실감하고 비교적 비슷하게 진단한다.
브라질 출신 지정학과 저널리즘 전문가 페페 에스코바르는 22일(모스크바 시간) 국제기구 글로벌팩트체크네트워크(GFCN) 주최 ‘가짜(Fake) 4.0’ 국제포럼에서 “나와 내 동료들처럼 거대한 조직 안에서 관료적 경력을 쌓아 기업 저널리즘을 하고, 현장 저널리즘(사실기반 저널리즘의 본질)을 잊어버리는 길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가짜 뉴스의 확산은 비판적 사고의 부재, 지켜야 할 게임의 규칙의 부재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면서 “최소한 신문 사업은 ▲취재(조사)와 ▲사실확인(fact check) ▲재검증 ▲ 틀렸을 때 실수를 인정하는 규칙을 확립했지만, 주류 미디어는 아직도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상하는 ‘인지적 주권’…한국에선 관심 밖
창사 122주년을 맞은 러시아 뉴스통신사 <타스(TASS)>의 안드레이 콘드라쇼프 사장은 22일(모스크바 시간) 자사가 파트너로 참여한 국제기구 글로벌팩트체크네트워크(GFCN) 주최 ‘가짜(Fake) 4.0’ 국제포럼에서 ‘인지적 주권(cognitive sovereignty)’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콘드라쇼프 사장은 ‘인지적 주권’을 “국가와 국민이 외부의 조작으로부터 자신의 문화·역사적 공간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 검증된 사실에 기반하여 스스로 세계상을 형성할 권리”라고 정의했다. 국경의 불가침성이나 경제적 독립과 마찬가지로, 국가 안보의 핵심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인지 주권’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콘드라쇼프 사장은 “허위정보가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점점 더 널리 사용되고, 세계 안정의 근본 자체에 위협이 되고 있는 지금, 오직 국제적 노력의 연대를 통해서만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모든 국가들이 ‘인지적 권리’로 향하는 이 지구촌의 흐름에 편승할 수 있을까?
기자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사회지도층과 지식인들이 ‘인지적 권리’ 자체에 관심이 없고, 누구도 그런 권리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뉴스통신사들의 교류 협력체인 아태뉴스통신사기구(OANA) 이사회는 기자가 전문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제기구 글로벌팩트체킹네트워크(GFCN)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허위정보·가짜뉴스 확산 대응과 인공지능(AI) 시대의 언론 윤리적 과제 등에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평소 <연합뉴스>의 기사를 약간 수정해서 재빨리 출고하는 한국의 다수 미디어들은 5일이 지나도록 단 한 곳도 이 뉴스를 주의깊게 추가 확인해서 보도하지 않았다. 언론인들의 관심사 자체가 아니고, 무엇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궁금해 하는 언론인도 거의 없다.
레거시 미디어,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독자의 한계를 악용
지난 2017년 12월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뉴욕타임즈(NYT)>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 확률이 80%.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20%”라고 1면 머릿 기사로 보도했다. 하지만 45대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였다. NYT가 자신들의 당선자 예측과 관련해 사과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24일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몸이 안 좋아 브릭스 만찬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반체제인사 셰완쥔(Wanjun Xie)의 SNS에서 시작된 '중병설'을 반영한 보도였다. 하지만 브릭스 의장국인 인도 외교부도 “가짜”라고 반박했다.
<NYT>는 “73세 시진핑의 걸음걸이와 일정 공백이 해외에서 건강 추측을 부른다”고 분석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24일 시진핑 주석 도착 기사에서 “워싱턴 도착이 건강 이상설을 가라앉히지 못했다”며 “부인이 손을 잡고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을 들어 소문이 이어질 수 있다”고 썼다. 주류 언론들은 반중인사의 SNS 글에 에둘러 힘을 실어주는 식으로 가짜뉴스에 편승한다. 목적은 '중국 흔들기'에 다름 아니다.
러시아 경제에 대한 최근 진단을 다룬 서방 미디어들의 보도 태도 역시 비슷하다. “모스크바 등 대도시에 현금 인출을 위해 대거 군중이 모여들었다”거나, “정유시설이 대거 파괴돼 주유소에서 여러 시간을 기다린다”, “재정 파탄을 목전에 두고 있다” 등의 뉴스는 모두 방미를 앞둔 ‘시진핑 중병설’과 비슷하다. 전쟁 중에 완벽하게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제시스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외교・안보・통상・국방 등 해외 이해관계자들을 다루는 국제뉴스는 독자 중심으로 볼 때, 멀리 떨어진 소식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보면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수도 있다. 반면 현지에서는 사실과 뉴스 보도의 간극이 매우 크다. 사실 이것이 국제뉴스를 이해하는 독자의 핵심 이슈다.
한국을 분열시켜서 이익을 취하려는 해외 세력과 국내 세력은 이 사실과 뉴스 보도의 간극을 악용해 한국, 나아가 주변국 인민들의 ‘알 권리’, 곧 ‘인지적 주권’을 유린한다.
다른 나라를 짓밟고 약화시켜 이익을 취하려는 국가로부터 ‘인지적 주권’을 확보하는 것은 현대 국민국가, 나아가 지구촌 인민들의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필수 권리인 이유다.
이상현 <엔트로피타임즈> 편집위원
러시아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
지구촌 팩트체크기구 GFCN 회원. 고정 칼럼 [엔트로피 網] 등을 집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