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e칼럼] 준비없이 떠밀려 시작한 단체줄넘기…'발등의 불' 알래스카 LNG

일본의 약삭빠른 시나리오경영도, 산업연관도 살피지 않았다



[엔트로피타임즈 임종순 칼럼니스트]

 

단체줄넘기 게임의 생명은 '줄에 들어가는 타이밍'에 있다. 너무 일찍 뛰어들면 발이 걸려 넘어지고, 줄이 돌아가는 것만 보며 망설이다 보면 결국 기회를 잃고 게임에서 제외된다. 빠른 회전 속도를 읽어내고, 내 몸을 던질 최적의 찰나를 포착하는 것! 그것이 단체줄넘기의 성패를 가른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한미투자협정에 포함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Project North)'를 보면서 단체줄넘기 경기장에 출전한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주요 에너지 소비국들이 이 초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거세게 요구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연 우리는 적절한 타이밍에 줄을 넘을 최선의 자세(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때다.
 

겉으로는 조용히, 속으로는 완벽히 준비한 일본의 '여우 같은 외교'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동북아 국가들에게 외교·통상 압박을 완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안보를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과제로 다가왔다.

 

여기서 일본의 움직임은 매우 상징적이다. 일본은 겉으로는 신중하고 조용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물밑에서는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맥(Wood Mackenzie) 등과 손잡고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경제성, 파이프라인 건설비, 금융 조달(PF) 리스크 등에 대한 정밀 평가를 마쳤다.

 

1969년부터 알래스카 LNG를 수입하며 극지방 물류 노하우를 쌓아온 일본은 사업 참여 여부와 별도로 이미 모든 카드 분석을 끝내놓고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참여 의사를 전략적 레버리지로 활용해 실리를 챙기고, 미국 측에도 자신들의 가치를 각인시킨 '실용적 여우'의 전형이었다.

 

준비 없는 부인, 그리고 떠밀리듯 이루어진 발표

 

반면 우리의 대응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동안 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가스공사 등 주무 부처와 공기업은 사업 참여에 대해 지속적으로 선을 긋거나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민간 기업인 포스코 등 일부가 개별적으로 가능성을 타진했을 뿐이다.

 

하지만 거대한 지정학적·통상적 압력 속에서 어차피 이 프로젝트가 한.미 전략투자의 주요 의제로 다루어질 수밖에 없었다면, 우리는 왜 좀 더 공격적이고 전략적으로 판을 주도하지 못했을까?

 

최근 정부 발표로 알래스카 프로젝트 검토 착수가 공식화되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가스공사나 산업부조차 사업의 상세 내역과 정교한 경제성 데이터를 얼마나 쥐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단체줄넘기 선수들이 줄을 넘기 위한 기초체력 측정(컨설팅 및 정밀 분석)도 없이, 줄이 돌아가니 일단 뛰어들고 보는 양상이다.

 

사업 자체의 경제성과 '연관 효과의 경제성'을 분리하는 지혜

 

알래스카 LNG 사업은 1300km에 이르는 가스관과 액화기지를 짓는 천문학적 프로젝트로, 엑슨모빌 등 초국적국제에너지기업(IOC)도 한때 경제성을 이유로 손을 뗐을 만큼 위험(risk)가 크다.

 

그러나 자원개발의 경제성은 단면만 봐서는 안 된다. 가스공사의 직접적 손익(사업 자체 경제성)과, 국내 설계·조달·시공(EPC) 산업계, 철강·조선업계가 확보할 플랜트 시공 및 쇄빙선 건조 일감 등 '국가적 연관 효과 경제성'을 분리하여 전략을 짜야 한다.

 

나아가 이 카드를 제7광구 개발이나 대미통상마찰 완화의 레버리지 등 다각도로 활용하는 '거시적 판짜기'도 필요했다.

 

하지만 세밀한 사전 준비 없이 판에 뛰어들면, 연관 산업의 실리도 챙기지 못한 채 단순 투자비 부담자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지금 우리의 자세는 무엇인가?

 

단체줄넘기 게임에서 지금 우리의 자세는 무엇인가? 줄이 돌아가는 속도에 쫓겨 주체적 타이밍을 놓친 채, 남이 미는 힘에 밀려 줄 속으로 들어간 형국이다.

 

어차피 뛰어야 할 판이라면, 지금이라도 '여우 같은 집요함'을 되찾아야 한다.

 

정부와 공기업, 민간 EPC 및 금융이 원팀(One-Team)이 되어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세부 정보를 조속히 파악하고, 명확한 국익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

 

타이밍은 놓쳤을지언정, 줄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우리의 발걸음을 정교하게 계산해야 할 때다.

 


 

임종순 칼럼니스트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전 한국가스공사 부사장)